석현준(25·비토리아 세투발)의 FC포르투 입단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한국시간) 포르투갈 언론 ‘아 볼라’는 석현준의 소속팀 비토리아 세투발이 FC 포르투와의 이적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석현준의 이적료는 우리 돈 약 18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언론인 ‘스포츠서울’ 역시 포르투갈 현지 사정에 밝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석현준이 현지시간으로 9일 세투발을 떠나 포르투로 향했으며 계약 세부조건을 대부분 타결 짓고 메디컬 테스트와 사인만 남겨둔 것으로 전하는 한편, 석현준이 포르투와 오는 2020년 6월까지 4년6개월 계약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포르투. 포르투는 어떤 구단인가.

1893년 창단해 무려 123년의 긴 역사를 자랑하며 벤피카, 스포르팅과 함께 포르투갈 프리메라리가를 대표하는 '빅3' 명문 클럽으로 무려 27차례의 리그 우승을 달성한 팀이 바로 포르투다.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 대항전인 챔피언스리그에서 지난 1987년과 2004년 두 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2003년과 2011년에는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한 팀이기도 하다. 올 시즌에도 포르투는 유로파리그 32강에 올라있다.

이번 석현준의 포르투 입단은 한국 선수로서 국가대표팀에서 월드컵이나 기타 주요 국제대회에서 두드러진 활약 없이 오로지 유럽 등 외국의 프로리그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과정을 거쳐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구단에 입단했다는 점에서, 한국 축구 역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다.

▲ 석현준<<연합뉴스 자료사진>>
외국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손흥민(토트넘 핫스퍼)와 닮아 있지만 손흥민이 독일의 함부르크, 레버쿠젠 등 명문 구단을 거치면서 국가대표팀의 에이스로도 꾸준히 성장, 대중의 시야 속에서 관심을 받아왔던 선수였던 반면, 석현준은 지난 5-6년간 좀처럼 한 팀에 정착하지 못하고 유럽과 중동을 오가며 6개 팀을 옮겨 다녔던, 그래서 ‘저니맨(journey man· 여러 팀을 옮겨 다니는 선수)’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던 선수였다는 점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난 2010년 1월 네달란드 명문 아약스 암스텔담 구단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 선수로 프로선수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아약스에서 방출당한 뒤 흐로닝언(네덜란드), 마리티무(포르투갈), 알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 나시오날(포르투갈)을 거쳐 지난해 1월 지금의 소속팀 비토리아 세투발(포르투갈)에 이르렀다.

유럽에서도 수준급 리그로 꼽히는 네덜란드를 떠나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할 때만 하더라도 조만간 석현준을 한국 무대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석현준은 다시 포르투갈로 둥지를 옮기면서 유럽에서의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어찌 보면 포르투갈 역시 석현준의 여행지 가운데 한 곳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포르투갈에서의 석현준은 달랐다. 점차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면서 주목 받는 선수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두 번째 포르투갈 소속팀인 CD 나시오날 소속으로 2014-2015시즌 19경기에 나와 경기당 55.4분을 뛰면서 5골(90분당 0.43골)을 기록,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작년 1월 현 소속팀인 세투발의 유니폼을 입은 석현준은 곧바로 팀의 주전 스트라이커 자리를 꿰차더니 연일 골과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석현준은 대표팀으로부터도 부름을 받게 된다. 석현준을 관찰하던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은 작년 9월 라오스, 레바논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경기를 펼칠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에 석현준을 포함시켰다.

▲ 석현준<<연합뉴스 자료사진>>
석현준에게는 지난 2010년 9월 7일 이란과의 친선경기 이후 5년 만에 다시 받게 된 대표팀 유니폼이었다. 그리고 석현준은 라오스전에서 자신의 A매치 첫 골을 넣고, 두 달 뒤 열린 라오스전에서 또 다시 득점을 올려 슈틸리케 감독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게 된다.

석현준은 올 시즌 포르투갈 프리메라리가와 컵대회에서 11골을 넣었고, 포르투갈 프리메라리가 득점랭킹 3위에 랭크, 리그 최정상급 공격수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연말에는 포르투갈 현지 언론이 발표하는 포르투갈 리그 선수 랭킹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석현준의 활약에 힘입어 소속팀 세투발 역시 지난 시즌 14위에서 올 시즌 리그 5위까지 뛰어올랐다.

유럽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석현준은 이번 이적 과정에서 포르투 외에도 스포르팅 리스본, 독일 분데스리가의 마인츠, 호펜하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애스턴빌라, 사우스햄튼 등 구단들도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석현준이 유럽 생활 6년 만에 비로소 직업 축구선수로서 유럽에 정착할 수 있는 확실한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포르투갈의 명문일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알아주는 명문 포르투에 입단하게 된 석현준에게 있어 1차적인 목표는 일단 포르투에서 가능한 오랜 기간 활약해 ‘저니맨’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르투 입단 초기에 자신에게 주어지는 출전기회에서 빠른 시간 안에 골을 넣는 것이 중요하다. 포르투에서 석현준에게서 기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포르투는 지난 8월 잉글랜드 사우스햄튼으로부터 스트라이커 다니 오스발도를 영입했지만, 그는 선발출전은 2경기에 불과했고, 7경기에 출전에 1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에 훌렌 로페테구이 포르투 감독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오스발도가 팀을 떠날 것 같다. 이에 따라 포르투 역시 오스발도의 대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오스발도와의 결별을 공식화했다.

결과적으로 로페테구이 감독이 언급했던 오스발도의 대인이 바로 석현준인 셈이다.

물론 현재 포르투의 주전 공격수인 파티 아부바카도 석현준이 충분히 경쟁에서 승산이 있는 선수다. 지난 시즌 벤치 멤버였던 아부바카는 기존 주전 공격수인 학손 마르티네스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적에 따라 주전 자리를 꿰찬 이후 올 시즌 14경기에 출전해 6골을 기록, 체면치레는 하고 있지만 득점 면에서 적어도 올 시즌에는 석현준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플레이 스타일 면에서 190cm의 뛰어난 신체조건에다 좌우 측면 공격수로서도 중앙 타겟맨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넓은 활동범위, 큰 키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볼 키핑 능력과 발재간, 정확도 높은 킥력, 전방에서 강한 압박을 펼칠 수 있는 수비 능력까지 두루 겸비한 석현준은 분명 경쟁력 있는 선수다.

유럽에서 1월 이적 시즌을 통해 공격수를 영입하는 구단의 기대는 분명하다. 지금 당장 골을 넣어 달라는 것이다. 실제로 포르투는 현재 리그 2위(승점 36)로 선두 스포르팅(승점 38)을 바짝 뒤쫓고 있지만 더 많은 득점이 필요하다.

석현준이 ‘저니맨’의 꼬리표를 떼는 1차 목표 달성을 위한 첫 단추 구멍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한 상황이다.

스포츠 전문 블로거, 스포츠의 순수한 열정으로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꾼다!
- 임재훈의 스포토픽 http://sportopic.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