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방영 중인 예능 프로그램이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예능을 진단한다. 지난 9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예능총회>는 가히 <무한도전>만이 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었다.
예고대로 <무한도전-예능총회>에 등장한 인물들은 하나같이 쟁쟁했다. 예능계의 대부로 불리는 이경규부터 김구라, 김성주, 그리고 2015년 예능계 샛별 서장훈, 유재환, 박나래까지. <무한도전> 멤버들을 포함하여, 2015년 대한민국 예능을 빛냈던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무한도전-예능총회>는 수많은 예능팬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복면가왕>,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등 지난해 방송계에서 화제가 되었던 프로그램에 전 방위로 활약했던 이들이 <무한도전-예능총회>에 모인 것은, 자신들이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포함해 대한민국 예능의 현주소를 말하기 위해서다. 대한민국 예능 현장을 몸으로 부닥치는 이들이 예능을 바라보는 비교적 솔직한 생각들을 수 있는 시간 이었지만, 그렇게 귀를 쫑긋하게 할 만한 독특한 견해는 많지 않았다.
이날 <무한도전-예능총회>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는 36년 관록에 빛나는 이경규였다. 한동안 특유의 트레이드마크 ‘호통’, ‘버럭’을 버리고, 온화한 진행으로 일관하던 이경규는 이날 <무한도전-예능총회>에서 시종일관 버럭, 호통을 치며 <무한도전>을 들었다 놨다 한다. 그렇다고, 그가 <무한도전> 녹화 내내 소리만 지른 것은 아니었다. 40년 가까이 한국 예능의 산 증인으로 살아왔던 만큼, 자신이 몸소 겪어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예능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제시하기도 한다. 예능계의 대선배로서 권위를 내세우면서도 때로는 후배에게 꼬리를 내려줄 줄 아는 이경규의 모습은 그가 왜 36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정상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 다시 한번 증명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방송에서 호통을 자제했던 이경규가 <무한도전-예능총회>에서 박명수도 울고 갈 원조 버럭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이끌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이경규가 자타공인 최고의 예능인이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최신 트렌드에 대처하기 어려운 나이로 접어든 그의 입지는 나날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경규는 현재 지상파에서 KBS <나를 돌아봐> 하나만 하고 있는 자신의 상황을 희화화하면서, 어떻게든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나가기 위한 열정을 보여 준다.
비록 이경규와 김구라의 막강 입담에 가리워지긴 했지만, 최근 JTBC <님과 함께2>를 통해 ‘센 언니’ 캐릭터로 주목받는 김숙이 여성 예능인들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현 방송계에 대해서 언급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국 영화계도 그렇지만, 예능계조차 남성 출연자 위주로 판이 짜여지는 데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무한도전>은 예능총회를 통해 이경규, 김구라 등 예능인으로서 이미 정상에 오른 인물들은 물론, 최근 <님과 함께2>에서 김숙과 가상 부부로 출연하며 예능인으로서 재기를 꿈꾸는 윤정수의 남다른 콩트 감각을 재조명했다. 이렇게 예능인들이 다시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 이미 11년 장수 대한민국 대표 예능으로 우뚝 솟은 <무한도전>은 그렇게 예능을 넘어선 또 하나의 예능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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