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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비밀’ 추귀정, “장진 감독 특유의 화법, 관객의 공감대 이끌어내며 웃음 선사”[블로그와] 박정환의 유레카
박정환 | 승인 2016.01.07 11:46

코믹컬 <드립걸즈>도 잦아들고 웃을 일이 흔치 않은 요즘, 공연장에서 대박 웃음을 제공하는 연극이 있다. <꽃의 비밀> 속 네 여자는 교통사고로 한날한시에 남편을 잃는다. 남편을 잃은 슬픔을 애도하는 것도 잠시, 남편 명의로 된 20만 유로의 보험금을 수령 받으려면 보험공단에서 파견 나온 의사에게 건강 검진을 받아야만 한다.

네 명의 부인들은 죽은 남편을 대신해서 남편인 척 하고 건강 검진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네 명의 여인들은 허겁지겁 남장을 한다. 이때부터 연극은 관객의 배꼽을 사정없이 공략한다. 웃느라고 빠진 배꼽이 객석 바닥을 마구 나뒹굴게 만들 정도로 이 연극은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 이후 강력한 웃음 폭탄을 객석에 투하한다. <꽃의 비밀>에서 네 여성의 맏언니인 소피아를 연기하는 추귀정을 만났다.

   
▲ 연극 ‘꽃의 비밀’ 소피아 역 추귀정 ⓒ수현재컴퍼니
-<꽃의 비밀>이 관객의 웃음을 사로잡는 비결을 배우의 입장에서 들려 달라.

“연출을 맡은 장진 감독은 ‘백 번 웃기는 것보다는 스무 번을 알차게 웃기는 게 중요하다’는 신조를 갖고 있다. 억지웃음보다는 상황이 만들어낸 웃음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거다. <꽃의 비밀>은 4명의 여인이 겪는 상황에서 코미디가 터지는 작품이다.

연극 속 웃음이 공감대를 살 수 있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실생활이 포함됐기에 관객의 호응을 더 많이 받는 것도 있다. 의사인 카를로가 등장하면서부터 장진 감독 특유의 화법이 묻어난다.”

-정극 무대에 많이 선 배우다. 코미디 연극을 통해 본인 안에 숨겨진 코미디 DNA를 발견했는가.

“사실 그 부분에 있어 장진 감독에게 많이 혼났다.(웃음) 정극을 많이 연기하다가 갑자기 코미디를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이번 공연을 통해 장진 감독과 5번째 같이 작업했다. 장진 감독은 액션이나 디렉팅을 8명 배우에 맞게 각각 다르게 전달한다.”

-사고로 남편을 잃었다는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4명의 여자들은 남장을 해야 한다.

“4명의 여인들은 남편 없이도 살아야 하는 현실이 중요했다. 남장을 해야 하는 여인들은 남편이 있는 동안에도 포도밭에서 일하면서 땡볕에 피부가 그을리고 힘겨운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남편이 있을 때도 힘겹게 살았는데 남편이 없으면 더 힘겹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단지 20만 유로에 눈이 멀어서 보험사기를 치는 게 아니다”

   
▲ 연극 ‘꽃의 비밀’ 소피아 역 추귀정 ⓒ수현재컴퍼니
-장진 감독과는 오랜만에 작업을 함께했다.

“장진 감독과는 연극 <웰컴 투 동막골> 이후 13년 만에 다시 만나서 하는 작업이다. 장진 감독은 13년 전에는 미혼이었다. 장진 감독이 <꽃의 비밀>이라는 새 작품을 써서 다시 만나니 그간 결혼도 하고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장진 감독은 결혼한 사람의 실제 일상을 자연스럽게 끌어올 줄 안다. 기혼자라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연극에 반영되었다.

연극을 해보면 새로운 배우도 만나지만 전에 함께 작업했던 배우도 만난다. 이산가족찾기처럼 2002년 <웰컴 투 동막골>에서 작업했던 배우가 이번에 같이 무대에 서기도 했다. 당시 미혼이었던 배우가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 아빠가 되어있기도 하고, 파릇한 청년이 중년이 돼 있다. 결혼을 통해 많이 성장했다.

그러면서도 사람은 40이 넘으면 각자의 슬럼프를 겪는다. 이런 부분이 연습하면서 우연하게 나온다. 각자의 삶의 나이테가 다른 배우들이 모여 연습할 때 뿌듯함이 묻어난다. 장진 감독이 50이 넘어 작품을 쓰고 배우들과 만난다면 그때는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를 궁금해 하기도 한다. 나중에는 <꽃의 비밀>이 아니라 <경로당의 비밀>로 만나는 건 아닐까.(웃음)”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떤 풍미가 느껴지는가.

“20대라면 ‘나 이런 배우야’하고 배우를 드러내기 쉽다. 하지만 배우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보이지 않는 책임감이 생긴다. 소피아를 연기하면서 보이지 않는 책임감이 따른다. 소피아라는 역할은 팀의 맏언니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부담스러우면서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이건 단지 테크닉적으로 잘 해야겠다는 연기적인 면이 아니다. 후배 배우들에게 ‘이렇게 하자’고 말로 내세우기보다는 묵묵히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맏언니가 흔들리지 말아야 후배들도 잘 따라올 수 있고 전체 배우들이 무대에서도 안정감 있게 된다. 이런 점이 이번 무대에서는 많이 와 닿는다. 연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 풍미라고 언급하기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작업은 보이지 않는 책임감을 많이 느꼈던 작업이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박정환  js7kei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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