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 감독이 이끄는 여자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이 4연패에 빠졌다. 신한은행이 4연패를 당한 것은 지난 2013년 2월 3일 이후 1천65일 만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3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청주 KB스타즈와의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57-59로 역전패, 지난해 크리스마스 홈에서 구리 KDB생명전 패배 이후 4연패를 기록했다.

이로써 신한은행은 시즌 전적 9승10패로 5할 승률 아래로 승률이 떨어짐과 동시에 팀 순위도 부천 KEB하나은행에 이어 KB스타즈와 함께 공동 3위에 랭크됐다.

현재 진행 중인 신한은행의 연패는 사실 정인교 감독이나 선수들 입장에서 억울할 수도 있는 연패지만, 한편으로 보면 자업자득인 측면도 충분하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먼저 연패의 시작이 된 지난해 12월 25일 KDB생명전(신한 홈)을 되짚어 보면, 신한은행은 이날 2쿼터까지 30-30으로 스코어 면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치다 3쿼터 들어 KDB생명 플레넷 피어슨의 폭발하는 득점을 막지 못한 것이 화근이 되어 패하고 말았다.

이틀 전 11연패를 끊은 KDB생명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자신감 있는 경기를 펼쳤고, 특히 어머니와 조카들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위문’을 와 심리적으로 상승세에 있던 피어슨이 공수에 걸쳐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엄청난 활약을 펼친 것이 KDB생명의 승인으로 작용했다.

▲ 드리블하는 신한은행 최윤아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최윤아, 김단비, 하은주 등 국가대표 출신의 주전 선수들이 모두 출전했고, 모니크 커리, 마케이샤 게이틀링 등 외국인 선수들도 모두 정상 가동된 경기에서 55득점에 그친 신한은행의 빈약한 득점은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더군다나 이날 신한은행은 리바운드에서 KDB생명을 4개 차로 앞섰고, 턴오버 수도 KDB생명보다 한 개 적었다. 이런 경기에서 득점을 제대로 못해 졌다는 것은 상당한 아쉬움이 남겼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홈페이지에는 이날 경기MVP가 승리팀인 KDB생명의 선수가 아닌 신한은행의 게이틀링(24득점 13리바운드)으로 선정되어 있다는 점은 이날 신한은행이 평소와는 다른 경기를 펼쳤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그래도 이 경기는 어찌 되었든 정상적인 경기를 펼친 끝에 받아 든 결과라는 점에서 있을 수 있는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 당한 3연패는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현재 신한은행이 안고 있는 문제, 즉 집중력 부족을 고스란히 노출하며 당한 패배다. 이와 같은 문제점은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기록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승부처 또는 마무리 상황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용인에서 열린 삼성생명전에서 신한은행은 4쿼터 종료 직전까지 3점을 앞서다 삼성생명의 외국인 선수 키아 스톡스의 기습적인 동점 3점슛을 얻어맞는 바람에 연장전 승부를 펼쳐야 했고, 연장에서도 종료 직전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며 배혜윤에게 위닝 골밑 득점을 허용, 한 점차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 정인교 신한은행 감독 ⓒ연합뉴스
9점을 앞선 상태에서 4쿼터를 맞았지만 삼성생명의 타이트한 강압수비에 턴오버가 속출, 추격을 허용한 부분, 4쿼터 종료 약 9초를 남기고 스톡스가 3점 라인 밖에서 공을 잡았을 때 스톡스의 3점슛 시도를 좀 더 타이트하게 대비하지 못해 거짓말 같은 동점 3점포를 얻어맞은 부분, 그리고 연장전 종료 직전 배혜윤의 골밑 돌파를 예상할 수 있었고, 뻔히 눈으로 보고 있었으면서도 슛을 막아내지 못한 게이틀링의 수비 등 승부처에서 나타난 집중력 부족이 이날 신한은행의 결정적 패인이었다.

이후에도 신한은행은 새해 첫날 선두 춘천 우리은행을 상대로 승차 줄이기에 나섰지만 3쿼터까지 7점을 앞서고도 4쿼터에 다시 역전을 허용, 3점차 패배를 당하는 뒷심 부족을 드러냈다. 이날도 역시 경기 막판까지 이어진 우리은행의 타이트한 수비에 턴오버가 속출한 결과다.

그리고 지난 3일 청주에서 당한 KB스타즈전 역전패는 이번 시즌 신한은행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으로 남을 경기가 됐다.

경기 종료 9.9초를 남긴 상황에서 57-56으로 앞서 있었고, KB스타즈의 파울 작전에 얻어낸 자유투 2개를 곽주영이 모두 놓친 데 이어 자유투 리바운드 과정에서 KB스타즈에게 파울을 범해 역으로 자유투 2개를 허용, 57-57 동점을 허용한 것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햄비의 자유투 이후 햄비에게 공격 리바운드를 허용하고 이후 4-5초간 우왕좌왕하다 변연하의 어시스트에 이은 햄비의 위닝샷을 허용하는 신한은행의 수비 집중력 저하는 그야말로 어이가 없는 수준이었다.

2015년 크리스마스부터 2016년 새해 연휴까지 신한은행이 당한 4연패는 신한은행 선수들이 지니고 있는 능력과 경험, 그리고 잠재력을 감안하면 결코 나와서는 안 되는 결과다.

특히 이번 시즌 전 우리은행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로 꼽혔고, 정인교 감독 역시 ‘타도 우리은행’을 자신했던 점을 상기해 본다면 2015-2016 시즌의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바라본 신한은행의 모습은 ‘타도 우리은행’은 고사하고 플레이오프 티켓부터 확보하는 것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일단 신한은행은 팀 내부 분위기부터 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연패에 빠지다 보면 선수들간, 선수와 코칭스태프간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적어도 지금은 어떤 전술적 보완이나 농구 자체적인 보완보다는 신한은행의 모든 구성원 사이에 ‘하나의 팀’이라는 팀 스피릿을 찾아야 할 때로 보인다.

신한은행의 다음 경기는 오는 8일 부천에서 있을 KEB하나은행과의 원정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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