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016 시즌 여자프로농구(WKBL)가 지난 21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신한은행과 부천 KEB하나은행과의 경기(73-67 신한은행 승리)를 끝으로 총 7라운드를 소화하는 정규리그 가운데 3라운드까지의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3라운드까지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결과 선두 춘천 우리은행(13승2패)을 필두로 2위 인천 신한은행(9승6패), 3위 부천 KEB하나은행(8승7패), 4위 청주 KB스타즈(7승8패), 5위 용인 삼성생명(6승9패), 6위 구리 KDB생명(2승13패) 순으로 순위가 정리됐다.

이번 시즌 여자프로농구 판도는 우리은행의 독주 체제가 시즌 초반부터 어느 정도 굳어졌던 지난 시즌과는 다르게, 알 듯 모를 듯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첼시리라는 외국인 선수와 다를 바 없는 신체조건과 기량을 지닌 혼혈선수가 가세한 KEB하나은행의 약진이 전체적인 리그의 판도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 4일 인천시립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와 부천 KEB하나은행 여자농구단의 경기에서 72-57로 승리한 KEB하나은행 선수들이 서로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라운드까지 치른 여자프로농구 순위 판도는 대략 ‘1강 4중 1약’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우선 우리은행은 박혜진, 임영희, 양지희 등 3년 연속 통합 우승의 주역들이 건재한 가운데 시즌 초반 주전 가드 이승아의 발목 부상 후유증으로 인한 공백을 이은혜가 훌륭하게 메워주었다. 또한 이번 시즌에 새로이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은 쉐키나 스트릭렌이 조기에 팀 적응에 성공하면서 매 경기 쉽지 않은 승부를 펼치는 가운데서도 ‘이기는 농구’를 펼치며 3라운드 15경기 가운데 2경기 만을 내주는 안정된 전력으로 선두 독주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6일간 3경기를 치르는 강행군 속에서도 KDB생명을 상대로 21점차, 삼성생명에 12점차, 신한은행을 상대로 23점차 대승을 거두는 등 3승을 쓸어담음으로써 여자프로농구 6개 구단 가운데 단연 군계일학의 면모를 과시했다.

반면 이번 시즌 타이틀스폰서인 KDB생명은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볼 수 없는 부진에 빠져 있다.

이경은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한채진, 조은주, 김진영 등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언니들’이 기대했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김소담, 구슬, 노현지 등 신예 선수들의 성장 속도도 더디다. 설상가상으로 WNBA에서 훌륭한 경력을 쌓은 외국인 선수 플레넷 피어슨의 컨디션이 들쭉날쭉하고 비키바흐도 잦은 실책으로 김영주 감독의 믿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 경기 3쿼터까지 리드를 하고 있다가도 4쿼터 들어 역전을 당하기 일쑤다. 이대로라면 KDB생명은 이번 시즌에도 최하위로 순위가 굳어질 듯하다.

▲ 지난 30일 오후 강원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경기에서 우리은행 박혜진이 리바운드 볼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이렇게 선두 우리은행과 최하위 KDB생명의 순위가 별로 유동성이 없어 보이는 반면 2위부터 5위까지 ‘4중’을 형성하고 있는 4개 팀은 3위팀까지 주어지는 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쥐기 위한 2대 1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치열한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돼 이번 시즌 최대의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2위 신한은행은 ‘4중’ 가운데서 그나마 다소 앞서 있는 전력을 지니고 있다.

물론 김단비, 최윤아, 신정자, 하은주, 곽주영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라인과 김규희, 윤미지 등이 받치는 신예 그룹, 그리고 커리, 게이틀링이라는 조화로운 외국인 선수 조합까지, 선수 구성으로만 본다면 ‘1강’ 우리은행에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턴오버와 기복이 심한 경기력으로 인해 일단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내는 그룹에 속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1일 KEB하나은행과의 경기는 신한은행이 중위권 그룹에서도 한 걸음 앞서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경기였다. 그 중심에는 센터 게이틀링의 활약(26득점 16리바운드)이 있었다. 시즌 초반 기대했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던 게이틀링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공수에서 밸런스를 찾아가고 있어 시즌 막판과 플레이오프에서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이 ‘4강’ 가운데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본다면 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세 팀 가운데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팀은 역시 KEB하나은행이다.

우선 국내선수들을 살펴보면 주전 가드 신지현이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시즌 개막전도 치르기 전에 일찌감치 시즌 아웃이 되면서 가드진에 구멍이 생겼지만 김이슬과 염윤아가 시즌 초반 그 공백을 메웠고, 3라운드 접어들면서 신예 서수빈이 혜성처럼 등장, 리딩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여기에 고감도 3점포를 장착한 강이슬과 홍보람, 백지은 등 주로 수비에서 팀에 기여하는 선수들의 활약도 안정적이다.

▲ 4일 인천시립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와 부천 KEB하나은행 여자농구단의 경기에서 KEB하나은행 첼시 리가 신한은행 선수들의 압박 수비에 고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혼혈 선수 첼시리는 시간이 갈수록 상대 팀들에게 분석이 되면서 시즌 초반과 같은 독보적인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으나, 외국인 선수급 선수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점에서 KEB 하나은행의 차별화된 강점이 되고 있다.

외국인 선수를 살펴보면 샤데 휴스턴이 갑작스런 허리 디스크로 2라운드를 고스란히 날려버렸지만 모스비가 휴스턴의 몫까지 활약을 펼쳐 효녀 노릇을 톡톡히 했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휴스턴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3라운드까지 드러난 전력만 놓고 본다면 우리은행이 선두를 지키는 가운데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인다.

소위 ‘양궁농구’를 구사하는 KB스타즈는 이번 시즌 초반 서동철 감독의 공백으로 팀 운영에 차질이 빚어진 데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높이의 문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는 점이 고민이다. 강아정의 3점포는 더욱 정교해졌고, 변연하, 정미란 등 고참 선수들의 변함없는 분투는 팀에게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되고 있지만 홍아란의 기대 이하의 활약과 외국인 선수 하워드, 햄비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이 매 경기 확인되고 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신한은행을 꺾고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했던 KB스타즈이지만 이번 시즌에는 지니 시즌보다 더욱 더 힘든 싸움을 펼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 용인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삼성생명은 임근배 감독이 새로이 부임하면서 새로운 농구를 시도하고 있다. 수비를 강조하는 임근배 감독의 지론을 선수들이 어느 정도는 따라주고 있지만 마땅한 스코어러가 없다는 점이 플레이오프를 기대하는 삼성생명이 안고 있는 가장 치명적 결함이다.

주포 박하나의 공격력이 지난 시즌에 비해 나아졌다고 볼 수 없고, 배혜윤, 고아라 등 국내파 선수들의 득점력은 들쭉날쭉하다. 외국인 선수 앰버 해리스 역시 노력은 하고 있지만 주도할 만큼의 기량은 아닌 것이 사실이고, 최근에는 부상까지 입었다.

외국인 선수 키아 스톡스가 한 경기에서 블롯슛을 11개나 기록하면서 트리플 더블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2차 연장까지 가서 패한 지난 20일 KB스타즈전은 현재 삼성생명의 문제점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경기였다.

삼성생명 역시 이번 시즌 3라운드까지 ‘4중’이라는 그룹에 포함되기는 했으나 플레이오프 티켓을 기대하기에는 힘에 부쳐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스포츠 전문 블로거, 스포츠의 순수한 열정으로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꾼다!
- 임재훈의 스포토픽 http://sportopic.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