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제 감독이 이끄는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의 수원FC가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제압, 1부 리그인 K리그 클래식 승격을 확정지었다.

수원FC는 5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열린 부산 아이파크와의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 원정 2차전에서 후반 35분 임성택의 결승골과 후반 추가시간 자파의 추가골에 힘입어 2-0으로 이겼다.

앞서 지난 2일 수원 홈구장에서 열린 승강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0으로 승리한 수원FC는 1, 2차전 합계 3-0으로 부산을 꺾고 내년 시즌 클래식 무대에서 뛰게 됐다.

K리그를 관장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수원은 K리그 챌린지에서 출발한 구단 중 클래식 승격을 이룬 최초의 팀이다.

2013년 출범한 K리그 챌린지에서 클래식으로 승격한 구단은 첫 해 상주 상무와 2014년 대전 시티즌, 광주FC가 있지만 이들 모두 강등됐다가 클래식으로 다시 승격한 경우로 수원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날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을 참관한 염태영 수원시장은 “수원FC가 클래식 무대에 진출하게 된 만큼, 더 치밀한 전략과 투자로 클래식서도 선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승격 포부를 밝혔다.

이어 그는 “마지막까지 막강한 공격을 펼쳐준 조덕제 수원FC 감독을 비롯해 지도자 및 선수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이번 승격으로 수원FC가 ‘축구수도’ 수원의 명성을 더욱 드높인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렇다. 수원FC의 클래식 승격의 상징적 효과이자 첫 번째 효과는 수원시의 ‘축구수도’ 공인이다.

▲ 5일 오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5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부산 아이파크대 수원FC 경기. 수원 자파(오른쪽)과 부산 김종혁이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수원FC의 클래식 승격으로 수원시는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프로축구 1부 리그 무대에서 활약하는 복수의 프로축구단(수원FC, 수원삼성)을 보유하게 된 최초의 지방자치단체가 됐다. 이는 곧 내년 시즌 수원의 축구팬들이 이른바 ‘수원 더비’를 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축구의 본고장 유럽에서도 최고의 빅매치로 꼽히는 ‘맨체스터 더비’, ‘마드리드 더비’, ‘밀란 더비’ 등과 같은, 한 지역을 연고로 하는 두 팀이 맞붙는 멋진 더비매치를 수원의 축구팬들은 내년 시즌부터 즐길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수원은 원래부터도 프로축구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도시 곳곳에서 들썩들썩 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도시다.

하지만 내년 수원FC와 수원삼성이 맞붙는 ‘수원 더비’가 펼쳐지는 날이 된다면 도시 전체가 수원FC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팬들과 수원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 거리를 누비는 축구팬들로 물드는, 유럽의 축구 명문 도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관이 연출될 것이 기대된다.

그리고 경기를 통해, 그리고 경기 외적인 것들(예를 들면 수원FC의 스타급 선수가 수원 삼성으로 이적한다거나 하는…)을 통해 숱한 스토리가 만들어질 것이고, 그런 스토리들이 모여 K리그를 훨씬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 5일 오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5'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승리한 수원FC 선수들이 구단을 지원한 사람들을 헹가레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원 더비’는 축구를 통한 마케팅을 계획 중인 기업들에게도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K리그 무대에서 그동안 수원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가 각종 미디어로부터 K리그 최고의 빅카드로 꼽혀왔다면 내년부터는 ‘수원 더비’가 그에 못지않은 미디어의 관심을 모을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당연히 광고주나 스폰서들에게는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 있다.

수원FC의 승격은 하위 리그에서 활약하는 많은 구단들과 선수들에게 크나큰 동기를 부여해 줄 수 있는 최초의 사례이자 최선의 사례가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 깊다.

지난 2003년 수원시청이라는 명칭으로 창단, 실업축구리그인 K2 전기리그(현 3부 내셔널리그)에 소속되면서 K리그 무대에 첫 발을 내디딘 수원FC는 2005년부터 K2 전기리그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그해 리그 1위에 오르며 2012년까지 현대미포조선과 함께 실업축구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2012년 리그 승격을 목표로 잡은 수원은 아주대와 수원시청 유소년 총감독을 지낸 조덕제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고, 목표대로 2013 시즌에 프로리그인 K리그 챌린지에 입성했다.

챌린지 첫 해인 2013년 시즌 8개 팀 가운데 4위(13승8무14패ㆍ승점 47)에 자리하며 가능성을 보인 수원FC는 그러나 지난해에는 10개 구단 중 중위권인 6위(12승12무12패ㆍ승점 48)로 시즌을 마치며 다소 주춤했다.

▲ 5일 오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5'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승리한 수원FC 선수과 팀관계자 등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올해 수원FC는 무서운 저력으로 정규리그 3위(40경기 18승11무11패, 승점 65)로 챌린지 준플레이오프에 진출, 이후 정규리그 4위 서울 이랜드FC,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2위 대구FC를 연이어 제쳤고, 결국 최종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부산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창단 13년 만에 3부 리그에서 1부 리그 무대로 올라서는 멋진 승격 스토리를 써냈다.

이와 같은 수원의 스토리는 앞으로 클래식 승격을 노리는 하부 리그 구단들이나 축구단 창단을 계획 중인 단체들이 구단의 로드맵을 짜는 데 있어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사례다.

이처럼 수원FC의 클래식 승격은 여러 측면에서 한국 축구의 역사와 축구 문화의 발전에 있어 의미 있는 사건이다.

문제는 앞으로 수원시와 유관 단체들이 수원FC, 수원삼성을 지원하느냐다.

그동안 수원시는 야구단 유치 과정에서 수원KT에 약속한 각종 특혜성 지원책으로 인해 수원의 축구팬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 왔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수원월드컵경기장 광고권을 놓고 벌어진 수원삼성 구단과 월드컵문화재단 사이의 갈등은 ‘축구수도’라는 수원시의 구호를 공허하게 들리게 하기 충분했다.

이미 축구팬들은 ‘수원더비’를 만끽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수원시와 수원의 축구 유관단체들이 수원더비를 팬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서는 그 전에 축구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을 확인시켜줄 수 있는 ‘그 무엇’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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