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이상의 실력을 보인 도전자를 심정적으로 인간적으로 합격시키고 싶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불합격시켜야만 하는 때도 있다. 그것이 예선이 아닌 본선이라면 더욱더 말이다.

<K팝스타5> 2화에서는 그런 모습이 연출됐다. 박진영과 양현석이 불합격을 준 것에 대해 유희열의 못마땅해 하는 마음과 이어진 강한 주장. 그들이 작게나마 대립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당연했지만, 모두를 생각하는 입장에서의 심사라면 그 냉정함은 필수였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Problem’을 부른 만 7세 도전자의 끼는 딱 그 나이에 보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특별한 장래성을 볼 수 없는 모습에 기특하다 하여 합격을 줄 수 없었음은 당연하다. 매몰찬 평가지만 <스타킹>에 나와 신동으로 불릴만한 실력이었고, 박진영과 양현석이 내린 평가는 정확했다.

유희열이 ‘진짜 다들 냉정하다’라는 말로 보호해줄 만한 실력이 되지 않은 도전자였고, ‘상장 좀 주지’라는 결과로 다독이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추천할 수는 없는 상황임은 당연하다.

▲ 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5'
두 번째 참가자인 손지연 학생 또한 결과는 비슷. 노래를 못부른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여 듣는 심사위원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걸출한 실력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에서 불합격해도 할 말이 없었던 참가자다.

왕따를 당한 사연과 그 기억을 헤치고 나가고자 하는 마음. 같은 입장에 선 아이들에게 힘을 주며 치유를 위한 음악을 하고 싶다 했지만, 사연을 배제하고 노래를 들었을 때 마음을 움직이기 부족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박진영은 “나는 가수다를 보는 것 같다. 대선배 장혜진과 이은미 선생님의 느낌이다”라며, 이어 “노래를 그저 능수능란하게 하는 것 정도. 마음이 안 움직인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양현석은 공감을 표했고, 왜 그런 평가를 했는가를 설명했다.

유희열은 이에 “심사기준이 너무 높은 것 같다”는 하소연을 했지만, 사실 그 주장을 온전히 받아들이긴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는 합격의 잣대가 틀어질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시청자들 중에서도 유희열의 말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손지연 학생이 노래를 못 부른 게 아니었는데 그런 냉정한 평가를 했으니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또한 당연하니 말이다.

하지만 박진영과 양현석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느껴지는 건 사연을 배제한 상태에서 노래가 매력이 없었다는 점 때문이다. 잘하긴 했고, 사연과 연결된 호소력은 인정하지만 노래 자체가 가진 매력을 주지 못했다는 점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다.

▲ 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5'
이번 출연자 중에는 손지연 학생과 더불어 박민지 학생 또한 노래를 잘했다.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을 보인 건 누구나 아는 사실. 그러나 공통으로 염려스러움을 준 건 한 곡에 몰입해 연습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둘의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한 명은 매정한 평을 한 명은 호평을 받은 것.

2화에서 가장 잘한 참가자는 미국 뉴저지에서 온 만 15세의 유제이 양. 자신도 모르는 가능성을 갖춘 인물이었고, 그런 면은 스스로 보이지 않으려 해도 중간중간 튀어나와 심사위원들을 빠져들게 했다. 숨어 있는 매력적인 음색이 비쳤고, 덜 다듬어지긴 했어도 바이브레이션이 좋았으며, 음을 끌어 올리는 면이 천재적이라 느낄 만했다.

이처럼 누구나가 실력 그대로의 평가로 같은 공감할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한계가 보이고 그렇게 평가되는 이를 무턱대고 합격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는 곳이기에 마냥 유희열의 인간적인 심사를 지지할 수는 없다.

가능성을 보는 능력도 심사위원의 중요한 능력. 이휴림과 김인혜, 브로디를 합격시킨 건 가능성 차원 때문이다. 만약 그 투자가 성공해 2, 3라운드에 포텐을 터트린다면 그것 또한 좋게 평가될 일이다. 괜한 측은지심으로 어린 참가자를 합격시켰다가 큰 상처를 입힌다면 보람도 없을 것이기에 인간적인 면으로 어설피 배려하는 것은 옳지 않다.

누구나 착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러나 자리가 자리인 만큼 그 자리에 맞는 심사를 해야 하기에 냉정해질 수밖에 없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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