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꼴이 걱정이다 국정교과서 중단하라”
“교육부가 국정원이냐 국정교과서 반대한다”
“복음서도 네 가지다, 하나의 교과서 반대한다”
“을미년 역사왜곡 을미오적 규탄한다”

11일 오후 7시 15분 경,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빌딩 앞에 촛불이 켜졌다. 정부의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가 주최한 촛불문화제가 시작된 것이다.

▲ 11일 오후 7시 15분 경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빌딩 앞에서 열린 <교과서도, 방송도 국정화는 절대 안 돼!>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미디어스

<교과서도, 방송도 국정화는 절대 안 돼!> 촛불문화제에는 언론현업·시민단체들이 함께 했다. 불공정 보도를 주도했고 개인적 자질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고대영 전 보도본부장이 KBS 차기 사장 최종 후보 1인이 되어, 인사청문회 통과만을 앞두고 있는 까닭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 등 언론시민단체는 언론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 사장에 부적격 인물이 임명되는 상황을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김동훈 수석부위원장은 “국정교과서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국정화가 시도되고 있다. 바로 KBS, EBS 등 공영방송을 장악하려고 하는데 하필 정권에서 찍은 인물들이 최악 중 최악이다. KBS 사장 고대영 후보는 기자를 폭행하고 재벌에게 술·골프 접대를 받았던 사람인데 여당이사 7명이 몰표를 줬다. 청와대 메시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또 EBS 사장으로 거론되는 이명희 씨는 교육부 장관 물망 올랐을 때 제자 논문 가로채기 등의 행태가 드러난 바 있다. 기필코 막아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의 전규찬 교수는 “다큐멘터리, 저널리즘, 영상을 만드는 우리가 현대사를 모르면 안 되겠다 생각해 공부하고 있다. 일제시대 때 사람들이 어떻게 민족해방을 위해 싸웠는지, 해방 이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고 우리가 해외에 가서 얼마나 많은 민중들을 살해했는지,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전쟁에서 목이 베이고 강간당했는지… 그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부하는데,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이런 역사가 아닌 다른 역사를 가르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아마 뉴스, 다큐, 연예오락에서도 (국정교과서를 바탕으로 한) 달콤한 거짓의 역사가 쏟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대부고 정찬일 선생님은 “박근혜 대통령 발언을 보면 종교적인 느낌이 많이 든다. 박정희교라는 종교의 광신도 같다. 아마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복권을 하려고 할 것인데, 종교는 교리를 담은 책이 있어야 하니까 국정교과서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자기의 장기집권이나 보수층의 공고함을 위해서 아이들의 머릿속을 바꿔놔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끌고 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송원재 선생님은 “처음 교직 발령받고 국정교과서를 받아드니, 양심상 차마 가르칠 수 없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정부가 내게 원하는 것은 ‘나팔수가 되는 것’이었다”면서 “우리는 내놓고 진실을 당당하게 가르쳐야 한다. 그게 역사의 발전을 가져온다. (정부가) 교과서 국정화를 들고 나온 건 우리가 과거 청산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이걸 막지 못하면 역사는 크게 퇴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진실과 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는 학교와 교실을 만들어 돌려주는 것이 기성세대의 마지막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가수 손병휘 씨가 촛불문화제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미디어스

문화제에는 ‘7집 가수’ 손병휘 씨가 ‘물 좀 주소’, ‘거짓말이야’ 등의 노래를 부르고, 동국대 사회과학부 율동패 ‘다율’이 축하 공연을 선보여 흥을 돋웠다. 손병휘 씨는 “아마 교과서에 박정희 대통령이 약간 나쁜 구석이 있었다고 썼다면 나중에 그보다 더 나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더라도 별 생각이 없었을 거다. 그런데 민족의 태양이라고 치켜세운 사람이 실제로 그렇지 않다고 하면 배신감이 훨씬 크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의 과오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역사교과서 및 방송 국정화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 나온 이들은 모두들 ‘더 많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열리는 ‘민중총궐기’에 적극적으로 결합해 달라고 당부했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주최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민중총궐기’는 오는 14일 오후 4시에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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