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013년 2년 연속으로 tvN의 최고 히트작으로 자리매김한 ‘응답하라’ 시리즈의 영광이 다시 한 번 재현될까. 여전히 ‘남편 찾기’ 코드가 들어가 있지만 ‘가족’에 초점을 맞춘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이 오늘(6일) 밤 첫 방송된다.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로 모든 것이 풍요로웠던 ‘황금기’ 1990년대를 돌아봤던 ‘응답하라’ 시리즈는 이번엔 1980년대로 떠났다. 1988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을 배경으로 하는 <응답하라 1988>에는 동네 친구 5인방뿐 아니라 동네 이웃들이 등장해 스케일이 한층 커졌다.

왜 ‘1988년’의 ‘쌍문동’일까. 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비비고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원호 PD는 “요즘 세련되고 엣지 있는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는데 촌스러운 드라마 하나쯤은 있어도 된다고 생각했다”며 “나이가 들면서 따뜻한 가족 이야기에 관심이 생겨 마음이 훈훈해지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988년은 완벽한 아날로그 시대라서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따뜻함이 살아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1988년은 제6공화국이 출범하고 88서울올림픽이 개최됐던 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던 탈주범 지강헌 사건도 1988년에 일어났던 일이다. 하지만 사회적 사건을 깊이 파고들기보다, <응답하라 1988>이 집중하는 키워드가 ‘가족’, ‘이웃’, ‘우정’인 만큼 ‘가족극’이라는 정체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담아낼 예정이다. 신원호 PD는 “사회적 사건이 중심에 있게 되면 리얼리티가 떨어질 거라고 판단해, <응답하라 1994> 때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을 다룬 것처럼 그려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쌍문동을 택한 이유도 명쾌했다. 신원호 PD는 “88년 당시 평균적인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잘 살지도 그렇다고 너무 못 살지도 않는 설정이 필요했다”며 “주변에 쌍문동 출신이 많아 평범한 이웃들이 사는 동네라고 생각했다. ‘도봉구 쌍문동’이라는 이름도 왠지 정겹다”고 말했다. 쌍문동은 과거 인기리에 방송됐던 KBS 드라마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당시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연출했던 신원호 PD는 “내게 좋은 느낌으로 남아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던 ‘남편 찾기’는 이번 시리즈에서도 이어진다. 신원호 PD는 “지나간 시절이라는 코드와 첫사랑 코드는 뗄 수 없다”면서도 “다만 가족 얘기가 남편 찾기에 가려지지 않았으면 한다. 멜로 말고도 다른 얘기가 많다. 남편 찾기는 매회 기승전결 속에 하나의 기둥처럼 자리하는 부분”이라고 귀띔했다.

▲ 6일 오후 7시 50분 첫 방송되는 tvN <응답하라 1988> (사진=tvN)

전교 999등 여주인공 덕선 역은 걸스데이 혜리가 맡았다. <응답하라 1988>은 덕선과 쌍문동 엄친아 선우(고경표), 쌍문동 박남정 동룡(이동휘), 까칠한 성균네 둘째아들 정환(류준열), 천재 바둑소년 택(박보검) 등 골목친구 5인방과 덕선네 가족, 정환네 가족 등이 중심이 된다. 두 편의 전작에서 활약한 성동일, 이일화는 덕선의 부모님으로 분했다. <응답하라 1994> 당시 ‘삼천포’로 인기를 끌었던 김성균은 정환이 아버지 역을 맡아 라미란과 호흡을 맞춘다. 이밖에도 우등생이지만 덕선에게는 무서운 언니인 성보라(류혜영)와 막내 성노을(최성원), 대입 6수생인 김정봉(안재홍) 등 개성 있는 캐릭터가 기다리고 있다.

신원호 PD는 “저희가 <응답하라 1988>에 바라는 것은 가족 이야기지만 오글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최대한 리얼한 관계 속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가족 이야기를 원해서 센 임팩트는 없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시면 좀 심심한 느낌도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말 그동안 없는 드라마였다는 반응이 나왔으면 한다. ‘보고 나니 뭉클해지고 옆에 있는 사람이 좋아졌다’는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잇따른 대성공으로 ‘응답하라’ 시리즈는 케이블 드라마의 ‘대표작’으로 등극했다. 언제 끝나는지 묻자 신원호 PD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지만 (‘응답하라’ 시리즈는)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리즈가 망할 때까지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세 번째 시리즈가 성공하는 경우는 잘 없어서 이번 시리즈는 폭망(폭삭 망한다는 의미)할 것 같다. 다들 잘 안 될 거라고 생각하니 다행히 시청률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원호 PD의 우려(?)와는 다르게 시작부터 괜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첫 방송에 앞서 지난 6일 방송된 <응답하라 1988 시청 지도서>는 케이블·위성·IPTV 통합 가구 시청률 기준 시청률이 3.3%(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 가구/전국)였다. 최고 시청률은 4.7%로 동시간대 시청층에서 1위였다.

2015년판 <한지붕 세가족>을 꿈꾸는 <응답하라 1988>은 6일 오후 7시 50분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토요일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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