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JTBC <뉴스룸>에는 TV에서 정말 보기 힘든 인물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배우 강동원이 무려 11년 만에, 그것도 뉴스 생방송에 출연한 것이다.
강동원은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던 시기를 제외하곤 배우로서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지만, 그가 출연한 영화 아니고서는 도통 얼굴을 보기 힘든 신비주의 스타에 가까웠다. 때문에 <뉴스룸> 생방송에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설령 영화 홍보 차원에서 출연한 것이라고 해도 이는 강동원의 배우 역사상 이례적인 행보다.
그간 <뉴스룸>을 찾았던 유명인사들 가운데는 기존 생방송이 아닌 녹화를 선호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강동원은 오랜만의 TV 출연임에도 생방송 출연을 택하였다. 이유는 손석희 앵커와 제작진이 자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빼는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서란다. 그래서 그런지 방송 도중 손석희 앵커가 강동원이 녹화가 아닌 생방송을 택한 것에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역시 강동원하면 빠질 수 없는 외모 질문. 스타이기 이전에 배우의 한 사람으로서 비주얼 때문에 연기력이 가려진다는 평가에 속상할 법도 하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걸 깨는 게 제 역량이고 제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강동원.
손석희 앵커처럼 강동원이 출연한 영화를 많이 보지 않았던 필자가 최근 배우 강동원을 다시 보게 된 계기가 있었다. 2주 전 이명세 감독의 <M>(2007)을 다시 봤는데, 그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기괴한 미장센과 몽롱한 분위기에 사로잡혀 미처 보지 못했던 주인공 강동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정훈희의 '안개' 탓인지 <M>은 마치 2007년 버전으로 리메이크된 김수용 감독의 <안개>(1967)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김수용의 <안개>는 김승옥이 1964년 발표한 소설 <무진기행>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이며, 김승옥이 직접 영화 각색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돈 많은 부인(혹은 약혼녀) 덕분에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지만, 과거를 통해 자신이 겪고 있는 근원적인 고통을 해소하고자하는 미남자의 이야기. 여러모로 <안개>와 공통분모가 많은 <M>은 <안개>가 그렇듯이 결코 쉽게 다가오는 영화는 아니다. 특히나 <M>의 강동원은 <안개>의 신성일보다 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정신분열 상태를 표현해내야 한다. 그런데 강동원은 이 난해한 캐릭터를 아무런 무리 없이 깔끔하게 해낸다. 그런데 영화 자체에 대한 극단적인 호불호 때문에 정작 강동원이 보여줬던 인생연기는 쓸쓸히 묻혀야했다.
다시 <뉴스룸>으로 돌아와, 강동원이 손석희 앵커와 나눈 대화의 대부분은 '영화' 관련 이야기였다. 강동원이 <뉴스룸>에 출연한 계기 자체가 5일 개봉을 앞둔 <검은 사제들> 홍보 일환이었기 때문에 <검은 사제들>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다. 두 사제가 위험에 처한 소녀를 구한다는 줄거리, 한국 최초 본격적인 엑소시즘 표방 등 영화에 대한 새로운 내용이 언급된 것도 아닌데, 강동원이 영화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주니 별반 관심 없던 <검은 사제들>이 땡긴다. 이것은 강동원의 힘일까, 아님 <뉴스룸>의 힘일까.
<뉴스룸>은 미처 스튜디오를 나갈 타이밍을 놓쳐(?) 결국 다음날 일기예보까지 알려준 친절한 동원씨로 유쾌하게 마무리되었다. 일기예보가 끝나자마자 머리를 쥐어 잡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은 강동원의 역사적인 TV 출연을 지켜본 수많은 팬들을 위한 서비스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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