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양의 과다 출연료 문제가 결국에는 드라마제작사협회의 ‘무기한 출연정지’ 결정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은 이렇다. 박신양은 지난해 7월 종영한 SBS 드라마 <쩐의 전쟁> 4회분을 연장 출연하는 조건으로 회당 1억7050만원, 총 6억8200만원을 받기로 했다. 제작사는 박신양에게 3억4100만원을 지급했고, 나머지 지급받지 못한 금액에 대해 박신양은 소송을 제기했다.

드라마제작사협회는 “박신양이 <쩐의 전쟁> 연장 방송의 출연 대가로 요구한 회당 1억7050만원이란 출연료는 제작사가 방송사로부터 지급받는 외주 제작비용을 훨씬 뛰어넘는 액수”라는 이유로 무기한 출연정지 처분을 내렸다. 또 <쩐의 전쟁> 제작사인 (주)이김프로덕션 측에도 책임을 물었다. 입회 금지와 각 방송사에 해당 드라마 제작사의 작품편성 금지를 촉구한 것이다.

▲ SBS 드라마 '쩐의전쟁' 웹사이트 캡처ⓒSBS

정리하면 연장 출연료의 대가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연기자 박신양에게 무기한 출연정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어찌 보면 심플해 보인다. 돈을 너무 많이 요구했기 때문에 벌을 내렸고, 드라마제작사협회는 과다 출연료 인상을 저지할 수 있는 사례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어찌 개인의 문제인가?”라는 지점에서는 할 말이 많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긴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소리다.

우선 따져보자. 제작사협회의 결정에는 과도한 개런티 요구에 대한 징계의 측면이 강하다. 제작시장을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박신양이 과다한 출연료를 요구했다고 결정했는데, 그렇다면 과다하지 않은 출연료는 얼마란 말인가? 그 기준이 없다. 만일 박신양이 회당 출연료를 1억7050만원이 아닌 1억7049만원을 요구했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까?

더욱 어처구니 없는 건 징계 결정에 참여한 협회 회원사 가운데는 <태왕사신기>를 제작한 김종학프로덕션도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 드라마 주연 배우 배용준의 편당 출연료는 2억5천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1억7050만원, 그것도 4편의 연장 출연료로 받은 것은 것과 비교해 2억5천만원이 저렴하다는 산술이라도 있다는 얘긴가?

▲ ⓒ박신양 웹사이트
그렇다고 고액 출연료를 두둔하고 싶지는 않다. 제작비가 없는 상황에서 스타를 영입하고, 시청률을 위해선 방송사 또는 제작사간 출혈경쟁을 하는 현상은 정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뿐인가. 최근 드라마 현장에서 자주 빚어지는 ‘출연료 미지급’ 또는 ‘지연 지급’ 문제도 그렇다. 또 있다. 드라마에 조연들이 사라지고, 결손 가정이 늘어나는 현상을 보더라도 고액 출연료는 반드시 고쳐야 할 부분이다.

문제는 고액의 출연료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드라마제작사협회가 이러한 결정을 한 것 자체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방송 연장에 대해서는 왜 말이 없는지도 궁금하다. 당초 박신양이 계약한 것은 16회다. 4회가 연장됐다. 드라마의 속성상 한참 시청률이 오르고 있는데 끊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드라마 연장 방송으로 인해 빚어지는 질적 하락과 제작자들의 피로도는 말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드라마제작사협회는 이러한 문제는 보이지 않았을까?

모두의 책임과 구조의 책임을 한 개인에게 부과한 것은 아니었을까? 물론 갑론을박 여론을 형성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으나, 그 결정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한때 한류 붐을 타고 화려한 르레상스기를 걷던 한국 드라마는 단언컨대, 지금 죽어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것은 ‘정상화’라는 화두다.

방송사 단막극의 정상화, 연기자 출연료 정상화, 제작 시스템 정상화, 시청률 경쟁의 정상화, 방송사간 출혈경쟁 정상화, 지나친 스타 의존의 정상화 등이 그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이는 개인이 무기한 출연정지 처분을 받았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정상화’를 이루지 못하면 드라마는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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