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에서 야당 추천 이사들이 제안한 ‘특별다수제’ 도입이 결국 무산됐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현재 KBS와 KBS 자회사 사장인 후보자들의 직무를 정지해야 한다는 요구, 충분한 검증을 위해 선임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는 요구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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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4시 열린 KBS이사회 회의에서는 ‘사장 선임 결의 방법의 건’이 논의됐다. 신임 KBS 사장을 뽑을 때 특별다수제를 적용할 것인지 아닌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동안 여야 7대 4 다수결의 논리로 매번 ‘부적격 인물’이 사장으로 임명제청돼 왔던 한계를 보완하자는 취지로 KBS 내부뿐 아니라 언론시민사회의 특별다수제 도입 요구가 높았으나, 여당 추천 이사들이 거부해 이번에도 불발되고 말았다. 특별다수제는 ‘사장 선임’과 같은 중요한 안건에 대해 재적이사 2/3(11명으로 구성된 KBS이사회의 경우 8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만 의결할 수 있는 제도다.

야당이사들은 14명의 후보 가운데 현재 KBS 혹은 KBS 자회사 사장으로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조대현 KBS 사장, 고대영 KBS비즈니스 사장, 전진국 KBS아트비전 사장 등 3명은 다른 후보들과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현직 사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표결에 부친 결과 7대 4로 부결됐다.

사장 선임에 충분한 검증을 위해 면접 일정을 연장하자는 제안 역시 거부됐다. 야당 추천 A 이사는 19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원래 사장 1인을 뽑는 시기가 마지막주 수요일(28일)이었는데 월요일(26일)로 당겨진 건 27일 조대현 사장의 ABU(아태방송연맹,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방송 산업 발전과 회원사 간 방송 교류를 위해 출범한 방송사 연합체) 출장 때문이다. (출장에 맞춰 일정을 앞당긴 건) 말하자면 조대현 후보에 대한 특혜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ABU는 대단한 게 아니고 KBS 사장이라면 누구나 가는 것이다. 우리는 ‘일단 ABU에 빨리 다녀와라. 그 이후에 1인을 뽑아도 시간은 충분하다’고 했는데 그것도 거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야당이사들이 제안한 △특별다수제 도입 △KBS 현직 후보 사퇴 △충분한 검증 위해 사장 선임 일정 연장 3가지 전부 무산된 것이다. 앞서 야당이사들은 7일 이사회에서 △사장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 구성 △사외 의견(시청자, 시민사회 등) 수렴하는 토론회 개최 △사장 선임 기준 명시해 공통질문으로 반영 등을 제안했으나 표결 결과 ‘사장 선임 기준 명시’ 하나에서만 합의를 봤다.

사장 선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표결에 의해 ‘부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야당이사들은 앞으로의 사장 선임 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A 이사는 “(야당이사들은) 일정을 거부하겠다고 밝히며 결렬하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여당이사들도) 자기들만 모여서 5명을 뽑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사회 일정 전까지 받아들일 만한 제안이 오면 (이사회에) 들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끝날 때까지 안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KBS이사회는 21일 14명의 사장 후보를 5배수로 압축하고, 26일 면접을 통해 최종 1인을 뽑는다는 계획인데, 이에 야당이사들은 향후 일정을 모두 ‘보이콧’하는 것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KBS 4대 협회, 조대현 사장 현직 사퇴 촉구

한편 KBS 4대 협회(경영·기자·방송기술인·PD)는 19일 성명을 내어 연임에 도전한 조대현 사장이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며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즉각 사장직을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조대현 사장이 자진사퇴하지 않을 시, KBS이사회가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4대 협회는 “14명 후보 중 한 사람인 조대현 사장이 현직 ‘프리미엄’을 이용해 불공정한 경쟁을 한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실제로 다른 사장 후보자들은 이사들을 개별 접촉하는데 한계가 있는데 반해 현직 조 사장은 자유롭게 이사들을 만나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채용시험에 특정 응시자만 시험 출제자나 면접관을 마음대로 만나고 다닌다는 얘기다. 이런 중차대한 불공정 경쟁이 어디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4대 협회는 “지난 7일 양대 노조와 4대 협회가 주최하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사회에 조대현 사장의 직무정지를 요청한 바 있다. 이사회는 공정한 경쟁을 위한 우리의 제안을 거부한 채 특정 후보자를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불공정한 경쟁을 통해 특정 지원자가 사장이 된다면 두고두고 공영방송 사장 자격의 정당성을 의심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대현 사장에게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사장이 돼야 떳떳하지 않은가. 정말 부끄러운 사장이 되고 싶은가. 당장 사퇴하고 공정한 경쟁에 임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또한 4대 협회는 사장을 뽑는 과정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했다. 4대 협회는 “1차 후보자 압축 이후 후보들에 대한 검증 장치가 부족하고 검증할 충분한 시간이 없다. 예를 들어 대표적 검증 장치인 공개 토론회나 공개 질의서 답변, 면접 과정의 공개 등 공영방송의 사장 선임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고 얘기해왔다. 과거의 사례에서 보듯이 밀실에서 권력에서 낙점한 인물이 별다른 검증 장치 없이 휘뚜루마뚜루 정해져 오던 악습은 막아야 한다”며 “부적격 인물 자체를 정해서 막는 것도 물론이고 절차적·제도적 정당성 또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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