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는 2008년 최고의 '히트상품'이다. '신드롬(syndrome)'이다. 히트상품은 해당 사회의 미래를 가늠하는 척도이고, 신드롬은 그리스어에서 나온 말로 "함께 달리다"(run together)라는 뜻이다. 어떤가? 아고라를 보고 있자면 함께 미래를 향해 달리고 있는 기분이 드시는가?

히트상품의 문법으로 아고라를 보겠노라고 호기롭게 말했지만, 사실 막막했다. 히트상품을 뽑기 위해서는 먼저 '키워드'가 나와야 한다. '키워드'를 추출하기 위해선 한 해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거기서 정수를 압축하여, 납득할 만한 낱말들을 추려내야 한다. 주간 단위 기획에서 그 작업을 수행한다는 것은 정신없는 일이다. 행여, <도움상회>의 1급 히트상품 제조사들이 도와준다면 또 모를까.

하지만 포기란 가락시장에서 배추를 셀 때나 쓰는 말인 것을 기도하는 마음과 불굴의 의지만 있다면, <도움상회>와 '1급 히트상품 제조사'들이 없어도 누구나 '히트상품'을 뽑을 수 있다. 흘러간 옛 개그의 표현을 빌자면, "히트상품은 내 마음속에 있는 거니까요"

그렇다. 누구에게나 그 해를 기억하는 자기만의 상품은 있다. 올 해 내게 그것이 바로 '아고라'이다. 이명박 당선,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촛불 정국, 경제 불황으로 이어진 사건의 정글에서 난 언제나 습관적으로 그리고 필연적으로 아고라를 펼쳤다. 훌륭했다. 아고라, 고마워요 아고리언.

▲ 지난 6월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에서 아고라 토론 게시판을 통해 모인 아고리언들이 '아고라'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윤희상
나의 이 소박한 믿음은 결코 나만의 감상만은 아니다. 지난, 1일 옥션(www.auction.co.kr)이 네티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의 히트상품 키워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유통 키워드로는 '불황'(42%)이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2위는 광우병(34%)이었다.

1위를 차지한 '불황'과 아고라, 너무 잘 어울리지 않는가. 가까이는 '불황'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네티즌들을 위한 안내서'를 써주시던 미네르바님이 떠오른다. 오, 마이 경제스승님이여. 그리고 또 하나. '불황을 살아가는 극소수의 강부자들을 위한 안내서'를 쓰고고 계시는 리만(이명박+강만수)브라더스와 가장 치열한 싸움을 벌여온 이들도 바로 아고리언들이다.

2위를 차지한 광우병과 아고라의 관계는 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광우병은 인터넷을 지배하던 왕조를 교체한 역사적 사건이 되었다. 광우 소떼가 불러일으킨 촛불바람을 통해 네이버 왕국은 몰락하고 아고라 제국이 탄생했다. 누가 알았을까? 아고라가 인터넷의 역사마저 교체해 버릴 희대의 영웅이었음을.

2004년 12월 24일 오픈한 아고라는 이제 곧 만 4살이 된다. "토론이란? 어떤 문제를 두고, 여러 사람이 의견을 말하여 옳고 그름을 따져 논의함"이란 짧은 정의로 정리된 아고라의 초기 기획 문서 화면을 본 적이 있다. 마음껏 떠들 수 있는 장소 아고라(Agora)가 필요하다는 결론이었다.

토론에 대한 언어학적 개념과 아고라에 대한 당위적 필요를 근거로 시작된 그 무모한 계획은 불과 4년 만에 한국 사회의 코드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초딩'과 악성 '찌질이'들의 놀이터로 조롱당하던 인터넷을 '고수'와 '사이버군주(cyberlords)'들이 활개치는 강호로 바꾸었다.

지식은 네이버에게 묻되, 토론은 아고라에서 하라. 지성(intelligence)마저 집단화(collective)된 2008년이 우리에게 일깨워준 전혀 새로운 행동법칙이다.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하며 끝내련다. 과연, 아고라는 롱런하는 메가 히트 상품이 될 수 있을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삼성경제연구소 2007년 10대 히트상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의 까다로운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제품의 '개선'이 아닌 '혁신'이 중요하다고 하던데, 아고라는 지금 '혁신' 중인가?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