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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 ‘부림사건’ 관련 “당사자 동의하에 구금” 발언 고영주에 사퇴 촉구“반성 없이 책임 회피만…법조인들, 얼굴 들 수 없을 만큼 부끄러워”
권순택 기자 | 승인 2015.10.06 11:30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사법부가 좌경화됐다’는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에 대해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사퇴를 촉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는 6일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에 대해 “국정감사장에서 사법권의 독립을 뒤흔드는 발언을 쏟아냈다”며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이 나왔다고 하여 ‘법원이 좌경화됐다’고 말하는 것은 정당한 비판이 아니다”라고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또한 “고영주 이사장은 부림사건의 담당 검사로서 뼈아픈 반성을 해야 하지만 불법구금을 ‘합숙 수사’라고 운운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에 후배 법조인들은 얼굴을 들 수 없을 만큼 부끄럽다”고 개탄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변호사법> 제64조(목적 및 설립)에 따라 지방법원 관할구역마다 설립된 기구이다.

고영주, 부림 등 공안사건 “당사자 동의하에 여관에 구금 수사 편법”

   
▲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방송문화진흥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자진사퇴를 촉구한 것에는 영화 <변호인> 소재로 다루기도 했던 ‘부림사건’에 대한 발언이 발단이 됐다. 부림사건 담당 검사였던 고영주 이사장은 대법원이 재심을 통해 33년 만에 피해자들에 무죄를 판결하자 “사법부가 좌경화됐다”고 발언한 바 있다. 지난 2일 국정감사에서도 고영주 이사장은 “일부 그렇다(사법부 좌경화)고 생각한다”며 “대법원에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해서 판결을 한 것이지, (사건)실체에 대한 판단이 아니었다. 담당검사로서 직접 그들로부터 ‘공산주의사회가 되면 저를 심판하겠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제 신념은 변할 수가 없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원식 의원은 “그렇다면 무죄를 선고한 조희대 등 재판관 4명이 좌경화됐다는 뜻이냐”고 묻자, 고영주 이사장은 “그건 그럴 수 있죠”라고 답하기까지 했다.

국정감사에서 고영주 이사장은 ‘부림사건’ 등에서 피해자들을 불법 구금한 것에 대해서도 “그 당시에는 임의동행제도가 있어서 유치장에 들어가지 않고 여관 같은 데에서 수사를 하고 그랬을 것”이라며 “공안사건 양이 많았기 때문에 조사하는데, 그런 편법들이 사용됐다”고 정당성을 설파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것은 편법이 아니라 불법’이라는 지적에도 고영주 이사장은 “당사자들의 동의하에 (여관에서 구금수사를 한 것)”이라면서 “제가 수사를 할 때에는 고문을 했다는 말이 나온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와 관련해 “국민 누구나가 부당하게 생각되는 판결에 대해 비판할 수 있다”며 “언론이나 법조인 모두 그러한 비판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정당한 비판을 통하여 사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은 지극히 타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이 나온다고 하여 ‘법원이 좌경화되었다’라고 말하는 것은 정당한 비판이 아닐 뿐 아니라, 사법부에 자신의 정치색을 받아들여 판결하라고 직접적인 강요를 하는 것과도 같다”며 “본인의 뜻과 다른 이들에게 ‘좌경’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고영주 이사장의 행태에서 광기 어린 ‘매카시즘’이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부림사건의 담당 검사 중 한 명으로 뼈아픈 반성을 해야할 분이”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부림사건’에 대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이 영장 없이 체포됐던 사건”이라며 “대법원은 재심을 통해 20일~63일 간 불법 감금된 사실과 감금 중 고문을 당한 사실을 인정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따라서 고영주 이사장이 부림사건 당시 강제구금에 대하여 여관에서 당사자 동의하에 합숙하면서 수사했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은 이미 대법원이 명확하게 인정한 불법 체포와 감금 사실을 아무 근거나 이유도 없이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고영주 이사장은 부림사건 당시 담당 검사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며 “부림사건의 당사자들의 억울함이 재심을 통해 밝혀졌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강기훈(유서 대필 사건의 피고인) 씨의 무죄 판결 당시 우리가 밝혔던 것처럼 진실을 호도하여 국민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데 관여한 법조인들의 엄중한 책임 추궁과 진실된 참회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뼈아픈 반성을 해야 할 선배 법조인이 아직도 ‘합숙 수사’ 운운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에 후배 법조인들은 얼굴을 들 수 없을 만큼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개탄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고영주 이사장은 인권을 옹호하고 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사법권의 독립을 뒤흔드는 발언을 통해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부끄러운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MBC의 대주주이자 민주적이고 공정하며 건전한 방송문화의 진흥을 목적으로 설립된 방문진의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사퇴 촉구는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방문진 국감이 진행된 2일부터 “국회 국정감사라는 공적인 자리에서 지극히 왜곡되고 편향된 궤변으로 국회를 능멸하고 야당 대표와 국회의원들을 매도했다”면서 사퇴를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또한 5일 성명을 내어 고영주 이사장을 추천한 방송통신위원회에 “책임지라”고 사실상의 해임을 요청했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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