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사이트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여전히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전라도 등 특정 지역에 대한 비하 또한 아직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이개호 의원은 5일 2013년 1월부터 올해 8월말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국내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별 심의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간베스트저장소’(약칭 일베) 사이트 총2907건의 게시물이 통신심의규정을 위반해 삭제 등 시정조치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내 25개 인터넷 커뮤니티 중 시정조치 기록 수는 일베가 1위였다. 2위는 ‘디시인사이드’(2507건)가 차지했으며, ‘루리웹’(144건), ‘보배드림’(123건), ‘네이트판’(109건), ‘웃긴대학’(88건), ‘MLB파크’(88건) 순이었다.

▲ 방통심의위로부터 삭제된 게시물 중 일부
일베 게시글의 통신심의규정 위반 사항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성매매·음란 글이 873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 △불법·의약품 관련 게시물 122건, △권리침해 44건, △도박 24건 순이었다. 문서위조·개인정보판매·장기매매 순 등 기타 1844건으로 나타났다. 삭제된 게시물의 경우, 자신 또는 타인의 알몸 사진을 올리고 성매매를 제안하거나, 전라도 등 특정 지역·직업·사회적 신분 등을 차별·비하하는 내용이 많았다. 도박 사이트 홍보와 무기 만드는 법, 자살 관련 글 등도 주요 심의 사례로 꼽혔다.

여전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희화화되고 있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지난 1일 일베에는 <[속보]노무현 대통령 사망>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클릭하면 순복음교회에서 월드컵을 보며 환호하는 장면 나오도록 한 게시물이 올라와 심의 대상이됐다. 디시인사이드의 경우 위안부를 ‘창녀’라고 비유해 빨리 죽으라는 망언의 글들이 올라와 방통심의위 심의를 통해 삭제되기도 했다.

▲ 청소년들이 인터넷 접속이 많은 시간대인 밤 11시(10월1일)에 갈무리한 일간베스트 사이트 첫 화면. ‘짤방’이라는 게시판에 음란, 특정인 비하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으며 접속자가 2만1,411명이나 됨(자료=이개호 의원실)
▲ 일베 첫화면에서 ‘짤방’ 게시판에 등록된 ‘[속보]노무현 대통령 사망’ 게시글 갈무리 화면으로 노 전 대통령 사망 뉴스에 이어 월드컵 때 환호하는 사람들을 교묘히 편집한 영상물임. 이 게시물은 일베사이트에서 아직도 확인 가능함. 게시물 주소 : www.ilbe.com/6673929142(자료=이개호 의원)
이개호 의원은 “특정인 또는 특정지역에 대한 혐오·비난, 역사왜곡과 같은 사회적 유해성 게시물이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게 더욱 큰 문제”라며 “특히, 일베의 경우 동시접속자가 2만 명을 넘고 하루 수만 건의 글이 등록되는 등 오히려 덩치를 키우면서 청소년들에 대한 영향력·파급력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개호 의원은 “하지만 자체적인 자정능력이 미치지 못하는데다 방심위에서도 모든 글을 모니터링할 수 없어 실제 심의 위반 사례는 더욱 많을 것”이라면서 “유해성 게시물에 대한 제어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되며 청소년 유해매체 지정 등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의 위반 건수에 대한 일정기준을 정해놓고 이를 위반할 경우 문제가 되는 일부 게시판 또는 사이트 전체를 일정기간 동안 접속 차단하는 일종의 영업정지와 같은 제재조치도 검토해 봐야 한다”고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관련 대책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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