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1, <예능국 이야기>라는 이른바 유배툰SNS에 올렸다는 이유로 MBC에서 해고당한 권성민 PD가 해고무효소송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MBC는 지난해 5오늘의 유머 PD입니다글을 올려 정직을 받은 상태에서 해사행위가 반복돼 해고한 것이라며 항소의 뜻을 밝혔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김한성)는 24일 오후 2시, 권성민 PD가 MBC를 상대로 제기한 정직 및 해고무효소송에서 전부 권성민 PD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정직 6개월, 원직과 무관한 비제작부서로의 전보 발령, 웹툰 게시를 이유로 속전속결로 이루어진 해고까지 사측의 조치가 모두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 MBC 권성민 PD가 그려 SNS에 올린 웹툰 <예능국 이야기>

MBC는 지난해 6월 10일, 자사의 세월호 보도 참사를 반성하는 글을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올린 권성민 PD에게 회사 명예 실추 및 <MBC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 위반 등을 이유로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정직 6개월을 마치고 돌아온 권성민 PD는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로 전보 발령됐고, 예능국으로 복귀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그린 <예능국 이야기>라는 웹툰을 SNS에 게시해 취업규칙(‘준수의무’, ‘품위유지’)과<MBC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공정성’, ‘품격유지’)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올해 1월 해고됐다. 권성민 PD는 정직, 전보, 해고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구하기 위해 올해 2월 소를 제기했다. (▷ 관련기사 : <권성민 PD, MBC 상대로 해고무효소송 제기>)

재판부는 MBC가 내린 정직 처분에 대해 “원고(권성민 PD)에 대한 징계 사유는 일부 인정되나, 그 사유에 비해 정직 6개월은 지나치게 무거운 것으로서 부당하다”며 “피고(MBC)가 2014년 6월 10일 원고에 대하여 한 정직 6월의 징계는 위법임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전보’와 ‘해고’에 대해서는 “2014년 12월 11일 원고를 문화방송 경인지사로 전보 발령한 것은 피고의 업무상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이로 인한 원고의 불이익이 크며 신의칙상 협의 절차도 거치지 않아 피고의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인다. 2015년 1월 21일 원고를 해고한 것은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아 부당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2014년 12월 11일자 한 전보와 2015년 1월 21일자 해고는 모두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권성민 PD는 24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당연한 것을 재판을 통해서만 확인받아야 된다는 게 씁쓸하다. 올바르게 판단해 주신 사법부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최후진술에서 그는 ‘오늘의 유머’에 올린 ‘엠 PD입니다’란 제목의 글에 대해 “MBC뉴스에서 왜 그런 보도가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던 것”이고, <예능국 이야기> 웹툰에 대해 “예능국에서 재밌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게 주요한 내용으로 해고 사유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만화에서 표현한 대로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 관련기사 : <MBC에서 해고된 권성민 예능PD “돌아가고 싶다”>)

“위법행위 자행하는 안광한 사장과 수하들이 정신 차렸으면”

선고 직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 MBC본부)는 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법부 판결을 환영했다. 조능희 본부장은 “가슴 아프다는 말, 비열하다는 말도 많이 했고, 정권에게 반드시 (이런 고통이) 돌아갈 것이라고 하도 많이 말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도 “추석을 앞두고 권성민 PD와 가족분들, 성원해주신 시청자 분들게 감사드리고 (승소를) 축하한다”고 밝혔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24일 권성민 PD의 정직 및 해고무효소송 선고 직후 서울서부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에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 ⓒ미디어스

조능희 본부장은 “권성민 PD는 그동안 징계 받은 MBC본부 조합원 중에서는 거의 막내급에 속하는데도 불구하고 엄중한 시기에 국민에게 세월호 참상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그 순수한, 방송인으로서의 역할을 거리낌 없이 했다는 죄로 이런 징계와 해고를 당했다”며 “그런 방송인으로서의 사명은, 저희로선 (그가) 후배지만 자랑스럽고 대견스럽다. 후배의 충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김재철 수하들 MBC 경영진들, 수많은 위법행위를 저지르고도 권력을 나용한 자들이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 이 현실이 참담할 뿐”이라고 말했다.

조능희 본부장은 “괴로움과 아픔을 겪으면서도 MBC본부는 국민 성원을 믿고 옳은 방송 공정방송하기 위해 남은 길을 뚜벅뚜벅 걸어나가겠다”며 “공정방송을 해야 한다고 외부에 발표한 것 자체가 조합원으로서 대단한 용기였고 모든 방송인들에게 귀감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법원에 의해 또 인정받아 기쁘다. 제발 이 위법행위를 자행하는 안광한 사장과 수하들이 정신 차렸으면 좋겠다. 이 무효 판결을 대법원까지 끌고 갈 것이 분명한데, 젊은 PD의 방송에 대한 열망을 뺏지 말고 (재판 결과를) 좀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동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100% 승소를 확신했지만 워낙 비상식적인 일이 많이 벌어져서 혹시나 하는 우려가 있었다”며 “권성민 PD와 고통 받았던 가족들, 모든 민주세력들이 한가위를 앞두고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아 마음이 안도가 되고 기쁘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지극히 상식적인 일에 대해 이렇게 어렵게 마음고생하면서 판결 받아내는 것에 쓴웃음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력은 짧고 진실은 영원하다는 명제가 있다”며 “상식을 상식답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측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MBC, 항소 예고… “회사 비방과 시청자를 모욕한 미성숙한 행위” 비난

하지만 MBC는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번에도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MBC는 선고 직후 <회사 비방과 시청자를 모욕한 미성숙한 행위, 끝까지 책임져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권성민 PD가 “반복적이고 맹목적인 해사행위”를 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MBC는 “시청자에 대한 봉사 정신과 불편부당한 공정성을 배우고 익혀야 할 방송사 직원이었던 권성민이 오히려 자신의 주장만이 옳고 정당하다는 미성숙함과 오만에 빠져 상대가 누구든 닥치는 대로 비난하고 모욕을 주었다”며 “기형으로 난 떡잎은 잘라내야 잡초로 자라지 않고, 피를 뽑아줘야 벼가 잘 자라듯 자성의 기회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회사와 동료를 조롱하고 비웃은 권성민에 대해 MBC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조처는 해고였다”고 설명했다.

MBC는 “서울서부지법의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이것이 계기가 돼 성실히 일하는 대다수 구성원들의 업무 분위기를 저해하거나 회사와 불특정 다수를 향해 자의적인 비방을 일삼는 행위가 재발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대우받고 인정받는 건전한 일터와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수많은 사업장에 미칠 사회적 악영향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다시 한 번 상급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구하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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