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아직 방송일자도 잡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KBS 탐사보도팀의 <훈장> 제작진 전원을 인사조치한 가운데, KBS기자협회 등 4대 협회가 회사의 ‘일방적인 인사’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 대한민국 훈장 (사진=KBS)

KBS 4대 협회(기자·PD·방송기술인·경영협회)는 11일 <사장 연임 위해 ‘불방 인사’ 자행하나? ‘훈장’ 2부작 즉각 방송하라!> 성명을 내어 사측을 강력 비판했다. KBS는 10일 보도본부를 중심으로 한 인사를 단행했고, 이때 <훈장> 제작진인 최문호 기자를 보도국 라디오뉴스제작부로, 이병도 기자를 디지털뉴스국 디지털뉴스부로 보냈다. 두 기자는 대한민국에서 수여된 훈장 70만 건을 단독 입수해 <간첩과 훈장>, <친일과 훈장>이라는 <훈장> 2부작 프로그램을 제작해 왔다. (▷ 관련기사 : <KBS, ‘친일과 훈장’ 제작진 전원 인사조치… 잔류 의사 무시>)

4대 협회는 “7월 기자협회장에 선출된 이병도 기자의 경우, 전례에 따라 디지털뉴스부로 발령이 났다고 해도, 제작진 중 가장 선임인 최문호 기자를 라디오뉴스제작부로 보낸 것은 사실상 ‘방출’이나 다름없다. 훈장 방송을 위해 줄기차게 잔류를 희망한 최문호 기자 본인의 의사와도 전혀 상관이 없는 ‘인사 폭거’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4대 협회에 따르면 전입 1년이 넘어 인사 대상이었던 탐사제작부 기자 대부분이 계속 남아있기를 희망했는데, 역시 ‘잔류’를 원했던 최문호 기자만 유일하게 라디오뉴스제작부로 가게 됐다. 4대 협회는 “이쯤 되면 ‘가을 정기인사에 따른 순환 발령’이라는 회사측의 해명이 거짓말과 기만과 궁색함으로 가득 찬 해명이라는 것이 명확해진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측은 항의하는 제작진에게 ‘방송일이 확정되면 발령 부서에 업무협조를 구해, 다시 와서 제작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했다고 한다”며 “이 얼마나 우스운 해명인가? 방송일을 정하지 않는 상태에서 발령부서의 업무를 하다가, 한 달 여 뒤 방송일이 정해지면 다시 이전 부서로 돌아가 일을 하란 말인가? 방송일이나 정하고 나서 그런 해명을 하라”고 질책했다.

4대 협회는 “탐사제작부장은 얼마 전 코비스(KBS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제작진에게 책임을 떠 넘겼다. 탐사보도팀장이 데스킹을 한 원고를 지난주 수요일(2일) 가져와 아직 데스킹 중이며, 데스킹이 끝나는 대로 방송일정을 정하겠다는 해명이었다”며 “묻고 싶다. KBS의 어떤 프로그램이 방송일도 정하기 전에, 취재를 끝내고 원고를 쓰는가? 어떤 프로그램이 국·부장의 원고 데스킹을 끝내고 방송일을 정하는가? 하나라도 있으면 대답해보라! KBS 역사상 유례가 없는 요구를 하고도 떳떳한가”라고 반문했다.

4대 협회는 1주일 넘도록 ‘데스킹된’ <훈장> 원고에 대한 답을 하지 않는 탐사제작부장을 향해 “부장의 원고 데스킹은 길어야 사흘이면 족하다는 것을, KBS의 모든 PD와 기자, 아니, 모든 직원이 알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면 가능한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아직도 프로그램을 낼 의지가 없거나, 아니면 데스킹 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4대 협회는 “현재까지의 모든 상황을 종합해볼 때, <훈장> 2부작이 방송일도 정해지지 않고 있는 것은 다음 달 예정된 사장 선임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뉴라이트 학자 이인호 이사장의 눈 밖에 날 방송은 내보내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조대현 사장이 욕심을 내고 있는 연임에 걸림돌이 될 방송은 하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더 이상 구차하고 치졸한 변명은 하지 말길 바란다. KBS인들 앞에 부끄러워지지 말길 바란다. 조속히 방송일을 정하고, 제작진을 독려해 방송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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