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미식회>와 <무비 스토커>는 tvN의 수요일 저녁을 책임지는 대표적인 토크쇼이다. 기존 프로그램들이건 새로이 런칭되는 프로그램들이건 지상파의 예능들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이들 두 프로그램은 각각 '음식 비평'과 '영화 비평'이라는 전문적 영역을 내세워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토크쇼로 접목하는 데 있어 성공한 대표 프로그램들이다.

먹방과 음식점 홍보가 난무하는 가운데, 먹방을 내세우지 않고 음식 그 자체에 대한 평가를 내세운 <수요미식회>는 '먹방' 트렌드 속에 독보적이다. 또한 영화 프로그램이라 하면, '소개'를 넘어서기 힘들었거나, 그게 아니면 모든 사람들이 잠든 그 어느 시간을 틈타 조용히 그림자처럼 찾아들던 존재감을 넘어, 주중 저녁 시간대 영화를 매개로 '수다'를 떨고자 하는 시도에서 <무비 스토커> 역시 신선한 기획이다. 두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먹거리와, 가장 손쉽게 다가가는 취미 생활을 매개로 한 현실적인 토크쇼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지니고, 지상파에서 시도되지 않은 새로운 영역이라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수요미식회>의 진검승부

▲ tvN '수요미식회'
그간 죽기 전에 찾아봐야 할 음식점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다양한 음식과 음식점에 대한 비평을 선보여왔던 <수요미식회>는 최근 방송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 셰프들의 본진, 그들이 소속되어 있거나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에 대한 비평을 선보였다. 그 대상은 스타 셰프의 대표주자 최현석과 오세득이다. 마치 톰과 제리처럼 <올리브쇼> 등을 통해 예의 '허세'와 그에 못지않은 깨알 같은 '언어유희'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화려한 요리로 눈길을 사로잡은 두 사람이 <수요미식회>의 칼날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수요미식회>는 이들 방송가에 화제가 된 두 사람 외에, 또 한 사람 우리나라에서 '셰프' 1세대로 칭송을 받고 있는 프렌치 셰프 전경수 셰프를 초빙하여 어쩌면 애초에 결과가 예견되는 비평의 장을 펼친다. 즉, 이제는 그저 유명한 '셰프'를 넘어 '장인'의 경지에 이른 전경수는, 화려한 언변으로 대중을 매료시킨 두 사람에 비해 '방송적' 인지도는 떨어질지언정 그의 진솔한 한 마디에 최현석이 무색해지는 것처럼, '스타'라는 말로써 다 설명할 길이 없는 '세프'의 진정한 면모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아마도 방송가에서 이미 유명해진 대표 셰프 두 사람 외에 전경수를 초빙한 것은, 대중이 현혹된 '스타'로서의 '셰프'의 진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한 의도였고, 그런 의미에서 9월 2일 <수요미식회>의 기획은 성공적이었다. 그 자리에 출연한 모든 사람들이 입을 모아 전경수의 음식을 '힐링'처럼 극찬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스타'라는 명망 속에 가려진 '셰프'의 본질을 드러내고자 한 것 외에, <수요미식회> 9월 2일 기획의 또 하나의 초점은, 최근 강레오 셰프의 인터뷰 해프닝에서 드러난 것처럼 최현석이라는 가장 대표적인 스타 셰프의 본진 '레스토랑' 음식이 '비평'의 차원에서 가치가 있느냐는 것일 것이다. 오세득 셰프와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입배틀'과 '요리 배틀'을 벌이지만, 대중적 지명도에서 훨씬 앞서가고 있는 최현석. 그의 존재감의 실체가 이날 방송의 초점일 것이다.

▲ tvN '수요미식회’ 캡쳐
그런 면에서 <수요미식회>는 냉정했다. 40대의 혈기, 혹은 20대 청년의 기라는 표현이 난무했지만, 함께 비교 대상이 된 전경수, 오세득에 비해, 최현석의 본진이 선보인 음식은, 냉정한 <수요미식회> 비평가들의 눈에는 '강강강강'으로 점철된 화려한 눈요기와 정작 본론인 스테이크의 맛에 있어서는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그에 비해 오세득의 경우는 그의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명도를 상쇄할 만큼, 정통과 퓨전 양 측면에서 그저 아쉬운 점이라면 '양'일 정도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이런 저런 수식어가 따랐지만 결과론적으로 전경수의 압승과 그 뒤를 따르는 오세득, 그리고 화려함으로 덧입혀 보지만 아직은 그에 모자란 최현석이란 평가는 <수요미식회>이기에 가능한 자신감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최현석에 대한 평가는 냉혹했지만 한편의 쇼와 같다는 그의 레스토랑, 그리고 일 년에 한번 정도는 가서 먹어보며 그의 미래를 함께하고 싶다는 평가는,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가능성으로서의 최현석의 미덕이자, <수요미식회> 혹은 스타 셰프들을 아직 소비할 여지가 남은 매체로서의 말줄임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날의 평가에서 빛난 것은 당대 최고 셰프조차 '쾌도난마'(잘 드는 칼로 헝클어진 삼 가닥을 자른다는 뜻으로, 어지럽게 뒤섞인 일을 명쾌하게 처리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할 수 있다는 <수요미식회>의 내공이다.

<무비스토커> 개편이 개악으로

<수요미식회>가 보인 운영의 묘 중 하나는, 가장 엄정한 비평가 황교익의 맞은편에 이른바 초딩 입맛이라는 전현무를 배치해 '비평'의 전문성과 대중성의 눈높이를 맞추고자 한 것이다. 9월 2일 방송에서 보여지듯 프렌치 레스토랑의 주요 코스 중 하나인 '푸아그라'를 두고, 서로 엇갈린 평가를 내리는 모습은 앞서 최현석의 정의처럼 '입맛'에는 왕도가 없고, 각자의 '개성'도 소중하다는 제작진의 균형감의 소산이다. <수요미식회>의 매력은, 그리고 대중적 토크쇼로서의 비평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는 바로 이 '비평적 관점'과 대중적 입맛의 균형점을 절묘하게 맞추어 가는 것이라 하겠다.

▲ tvN ‘무비 스토커’ 캡쳐
그런 면에서 <무비 스토커> 역시 편집장 박혜은과 영화 기자 이지혜, 그리고 전문적이지 않은 김구라, 윤상, 김정민이 합류하여 그 균형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영화는 음식과 다르다. 음식은 누구나 다 먹는 것이지만, 영화는 그래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영화를 보고 좋아하는 기본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무비 스토커>의 차별성이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무비 스토커> 속 김구라와 윤상의 존재감은 예상 외로 빛난다. 김구라는 <썰전>에서와 달리, 다양한 영화와 영화인들에 대한 상식이 충분히 대화 가능한 수준이고, 영화음악 전문기자로 합류한 윤상의 활약은 영화 전문인들을 웃돌 정도로 조예가 깊어 그의 평이 기대될 정도였다. 그래서 김정민의 멀뚱멀뚱함조차 애교로 넘어갈 만큼, <무비 스토커>는 정말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를 좀 아는 사람들의 수다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었었다.

그간 <무비 스토커>의 구성은 매회 잡지를 만든다는 콘셉트로, 하나의 주제를 놓고 각 출연자들이 각각 하나의 영화나 콘셉트를 잡아 코너를 만들고, 마지막에 그 중 하나를 그 주의 커버로 선정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스파이, 히어로 등 다양한 영화를 하나의 주제를 통해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신선한 이야기 방식을 선사했다.

그런데 이 방식의 문제점은 '시의성'이다.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이미 봤던 혹은 보지 못했던 영화를 새롭게 알아갈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최근 개봉되는 혹은 트렌드가 되는 부분을 놓치게 되는 함정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9월 2일 개편된 <무비 스토커>는 객원 기자석을 강화하여, 개봉될 영화의 인물들을 초대하는 공간을 만들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자로 박지윤을 등장시켰다.

▲ tvN ‘무비 스토커’ 캡쳐
박지윤이 등장을 보고 김정민의 말하듯이 새롭게 등장했는데 굉장히 익숙한 느낌은 그렇다 치고, 박지윤의 등장이 가져온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지금까지 <무비 스토커>를 이끌어왔던 비평과 대중성의 균형점이 깨졌다는 점이다. 한때 영화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육아에 전념하느라 영화보기를 소홀히 했다는 박지윤의 소개는 그날 방송에서 역력히 드러난다. 영화 속 악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대부분의 이야기는 영화 전문기자 이지혜와 김구라를 중심으로 풀리며 이야기가 단선적이 된 것이다. 이전의 이병헌 감독과 윤상이 풀던 다양하고 맛깔난 이야기들은 상실되고, 오히려 박지윤보다 객원으로 참석한 마동성의 이야기가 훨씬 더 풍부하게 토크를 구성해 나감으로서 전체적으로 <무비 스토커>가 평범해졌다는 것이 가장 아쉬운 점으로 드러났다.

대본을 보고 읽는 듯한 김정민이 그간 애교로 비춰졌지만, 박지윤까지 두 명이나 그렇게 되어 버리니 프로그램의 활기가 없어진 것이다. <무비 스토커>의 박지윤은 여성 방송인의 활약을 아쉬워하기에 앞서, 그 소양의 문제점을 생각해봐야 할 만큼 심각한 모습이었다. 그러기에 <무비 스토커>의 개편이 여러모로 아쉽다. 모처럼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넘어 영화를 매개로 한 토크쇼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 <무비 스토커>가, 스스로 그 가능성을 닫아버리지 않는 운영의 묘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바라봅니다.
톺아보기 http://5252-jh.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