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에서 만들어진 헌법재판소 로고 이미지를 쓴 SBS <8뉴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가 중징계를 예고했다. SBS는 거듭 사과의 뜻을 밝히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공언했으나, ‘일베 이미지’가 문제돼 심의위 제재를 받은 사례 중 SBS가 1/3을 차지할 정도로 사고가 잦았단 점이 반영됐다.

19일 열린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에서는 SBS 보도본부의 정하석 시민사회부 차장이 의견진술 차 출석했다. 앞서 SBS <8뉴스>는 지난달 30일 <헌재 “선거운동 기간 인터넷 실명제 합헌”> 리포트(▷링크)에서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 상 인터넷실명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일베에서 만든 헌재 로고를 사용했다.

▲ 7월 30일자 SBS <8뉴스> 보도. 첫 화면에서는 올바르게 나갔던 헌법재판소 로고가 화면 중간에는 일베가 만든 로고가 들어가 있다.

정하석 차장은 “명백한 실수다. 아무리 로고가 유사하고, (화면에 나타난) ‘ㅂ’자가 어떻게 보기에는 ‘법’으로 보일 수 있는 사안이긴 하지만 어쨌든 제작자의 실수로 잘못된 로고가 노출됐다. 반성하고 있다”며 “담당기자 근신 5일, 담당 부장은 경고 등의 사내징계를 받앗고, 컴퓨터그래픽 제작 담당자는 감봉 2개월, 지휘했던 부장은 감봉 1개월을 받았다”고 말했다.

로고와 엠블럼을 모아 두는 공간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하석 차장은 “별도 저장공간이 있다. 하도 전력이 있어서 보통 깨끗한 로고를 사용하는데 제작시간에 쫓기다 보니 (그 리포트는) 제작자가 급한 마음에 구글 이미지 검색을 했다. 여러 가지 헌재 로고가 뜨는데 가장 해상도가 좋고 큰 게 일베가 만든 로고다. 제작자의 실수”라고 답했다.

하지만 비슷한 사고가 벌써 6번이나 반복됐고, 그때마다 SBS가 철저한 재발방지를 약속했기에 ‘과연 실수가 맞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장낙인 위원은 “실수인가. 실수라고 보이지 않는다. 벌써 6번째다. 이미지 DB 구축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여러 번 말했는데 오늘은 대책을 말하지도 않았다. 포기하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제작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정하석 차장의 답변에 장낙인 위원은 “교육 강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오실 때마다 그 말씀을 한다”고 맞받았다.

장낙인 위원은 리포트 첫 화면(앵커 오른편으로 나오는 첫 화면, ‘어깨걸이’라고 한다)에서는 올바른 로고를 쓰고 중간에는 일베 로고를 쓴 점을 지적했다. 장낙인 위원이 “처음부터 일베 로고 넣으면 문제가 되니까 중간에(중간화면만) 바꾼 것 아니냐는 건 합리적 의심 아닌가”라고 하자, 정하석 차장은 “CG 제작 담당자가 달랐다. (장낙인 위원의 의혹제기처럼) 그렇게까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낙인 위원은 “실수라는 것도 한 두 번”이라며 “구글링 안하겠다고 몇 번 말했다. 저는 ‘실수’라고 할 단계 넘어섰다고 본다. 지상파에서 17건 일베 관련해 제재 받은 것 중 1/3이 SBS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성묵 소위원장도 “명백한 실수니까 재발방지에 정말 잘 신경 쓰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음원 사용에 대해 “고의가 아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잦은 실수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데 입장을 같이 했다. 이에 SBS <8뉴스>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0조(명예훼손 금지)와 제27조(품위유지) 위반으로 ‘주의’ 4인(벌점1점, 김성묵·박신서·함귀용·고대석)과 ‘관계자에 대한 징계’ 1인(벌점4점, 장낙인)으로 갈린 채 전체회의에 회부됐다. 제재 수위에 대한 의견은 나뉘었지만 모두 방송사 재허가시 감점대상인 법정제재다.

심의위원 모두 법정제재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장낙인 위원은 관계자에 대한 징계(벌점 4점), 박신서 위원, 고대석 위원 김성묵 위원장은 주의(벌점 1점), 함귀용 위원은 경고(벌점 2점)를 냈다. 고대석 위원은 “(사고가) 누적되긴 했지만 아주 단순한 사안인데 누적을 이유로 경고까지 하는 건…”이라고 했지만 박신서 위원은 “주의만 계속 받고 그러니까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이야 편한대로 쓰니까 문제가 있다. 경각심 주기 위해서라도 (높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심의위원들은 SBS <8뉴스>에 대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 위반으로 방송사 재승인 시 감점대상인 법정제재 ‘경고’(벌점 2점) 에 합의해 전체회의에 회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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