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공영방송사에게 매우 ‘분주한’ 해다. KBS, EBS, MBC의 관리감독기구인 이사회가 모두 교체되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사의 최고의결기구와 바뀌는 해이니만큼, 누가 새로운 얼굴이 될 지 높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KBS와 MBC에서는 벌써부터 ‘부적격자’들의 3연임 소식이 들리는 등 전망은 밝지 않다.

하지만 이사회의 여야 추천 비율이 7대 2로 가장 기울어져 있고, 겸직 논란, 관용차 사적 사용, 이사들 간의 폭행 시비 등 ‘낯부끄러운’ 일들이 끊이지 않았던 EBS이사회의 경우 그나마 ‘관심의 사각지대’에 존재해 충분히 이야기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강남구 도곡동 EBS 본사 스페이스 홀에서 <공영방송 EBS의 바람직한 운영과 발전을 위한 이사회 활동평가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과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발제문을 통해 현재 5기 EBS이사회(이사장 이춘호)의 활동을 평가해 문제점을 짚고 어떻게 제도 개선을 해 나가야 할지 대안을 제시했다.

▲ EBS이사회 입성 당시부터 공영방송 이사 자질 시비로 비판 받았던 이춘호 이사장 (사진=EBS)
2012년 9월 출범한 5기 이사회는 교육부장관 추천으로 연임에 성공한 이춘호 이사장과 관련한 논란으로 초기부터 시끌시끌했다. 이춘호 이사장은 MB정권 당시인 2008년 여성부 장관에 내정됐다가 부동산 투기로 낙마했고, 같은 해 KBS이사회 이사로서 정연주 사장 불법 해임에 동참한 전력으로 2009년 EBS이사회 입성 당시부터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5기 이사회에서도 KT 사외이사를 겸임하고, 친여 성향이 강한 여성단체 공동대표를 맡으며 대선 국면에서 박근혜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등 공영방송 이사로서 부적절한 행보를 보였다. 비상임이사이면서 관용차량을 대부분 개인 목적으로 이용해 1억 1200만원의 금액을 부당집행해, EBS는 지난해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밖에 지난해 1월에는 안양옥 이사(현 교총 회장)와 이종각 이사(동양대 교수)의 술자리 폭행사건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추혜선 정책위원장과 박상호 연구팀장은 “가장 큰 문제는 방송의 공적책임과 공영성이 강조되는 EBS에 치명타를 입힌 장본인인 이사회가 이 같은 사건들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할 사건을 뭉개고 있는 태도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EBS 구성원 79.4% “이사회 여야 추천 비율 부적절”

이들은 EBS이사회가 뚜렷한 선임 원칙을 가지고 있지 않아 ‘기울어진’ 모습으로 구성된다는 한계를 짚었다. 교육계 추천 2명을 제외한 7명을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가 선임하고 해임까지 하는 구조인데다, 현재 여야 추천 비율이 7대 2를 이루지만 관행으로 굳어진 것이 아니라 여당 편향성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여권이든 야권이든 사람을 제대로 뽑으면 구조적인 기울기의 문제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인데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여권 추천 인사들 중심으로 이사회가 운영되어 오면서 사람의 문제, 즉 이사 개인의 자질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앞서 제4기 이사회의 김학인 이사 비리부터 제5기로 이어오는 사태는 EBS 전체 위상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지난 6월 23일부터 7월 3일까지 EBS 구성원 2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해, 내부에서도 현재 이사회 구성과 운영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설문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보면, 응답자의 73.3%가 현재 이사회 구성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현재 7대 2인 EBS 이사 여야 추천 비율 역시 79.4%가 부정적인 답변을 했는데,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43%로 가장 높았고 매우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36.4%로 뒤를 이었다. 매우 적절하다고 답한 비율은 0%였다. 5기 이사회 활동 평가도 불만족한다는 응답은 72.3%를 기록했다.

공영방송 EBS에 대한 이해와 비전 관련 평가, EBS 경영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판단 능력 관련 평가, EBS 최고 의결기구 구성원으로서의 활동 관련 평가, 각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경력 관련 평가도 ‘불만족한다’는 응답이 72.3%, 69.6%, 64.8%, 63.5%로 절반을 넘겼다. 최근 3년 간 EBS이사회 관련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는 이사장 관용차 남용, 폭행 사건, 과도한 해외 연수 순의 답이 나왔다. 차기 EBS이사회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는 공영방송 철학이 1순위로 꼽혔고, 전문성이 2순위를 차지했다.

▲ 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강남구 도곡동 EBS 본사 스페이스 홀에서 <공영방송 EBS의 바람직한 운영과 발전을 위한 이사회 활동평가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추혜선 정책위원장과 박상호 연구팀장은 지난해 언론시민단체·학계·법률·언론현업단체가 모여 국회에 입법 청원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시민사회 법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법안은 KBS, MBC, EBS 3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방법과 과정을 동일하게 했는데, 각각 이사 수를 11인으로 두고 여야 각 4인, 여야 합의 3인 추천을 해 ‘중간지대’를 형성하게끔 했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 7대 4(KBS), 6대 3(MBC), 7대 2(EBS)로 정부여당에 치우쳐진 기울기를 보완할 수 있게 된다.

이들은 “시민사회 안은 공영방송 거버넌스 체계를 일원화함으로서 EBS의 위상을 높이고, EBS 이사회 구성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방송통신위원회의 절대적인 지배력을 해소하며, EBS 설립의 목적 조항인 교육의 전문성을 보완하는 것을 이사추천위원회의 대표성에 반영하면서 교육관련 추천 몫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정권의 유착통로를 막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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