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모바일을 중심으로 미디어 환경은 급격히 변했다. 다양한 사업자들은 모바일 환경에서 각각의 플레이어로서 경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경쟁보다는 몇몇 사업자의 지위가 독점적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직면하게 된다. 해외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가 동등한 위치에서 출발하지 못한 탓이다.

OS와 앱마켓 시장에서 구글과 애플이라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기술표준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고 이를 수용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IT 환경은 경쟁을 통한 다양한 기술혁신으로 만들어지며 변해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사업자들의 다양한 기술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모바일 환경을 5회에 걸쳐 진단하고 보다 바람직한 모바일 환경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한국의 모바일 환경에서 안드로이드 점유율과 함께 구글 플레이는 높은 점유율을 자랑한다. 이미 안드로이드 기기 점유율이 90%를 넘었고 개발사 진영은 안드로이드 마켓용 앱을 개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마켓은 구글 플레이의 옛 이름이다. 안드로이드는 오픈 플랫폼이고 안드로이드 마켓도 오픈마켓이다. 2008년 10월 시작한 안드로이드 마켓은 미국과 영국을 제외하고는 무료 앱을 판매했다.

오픈마켓인 탓에 개발사들은 별도의 수수료 없이 평균적으로 10% 내외의 수수료만 부담했다. 결제 방식도 개발사들이 원하는 결제 방식을 사용할 수 있었다. 2012년 봄 안드로이드 마켓은 구글 플레이로 개명했다. 그리고 여름을 지나면서 마켓 수수료 30%와 구글 플레이에서만 제공하는 결제 모듈이 강제된다. 그 무렵 카카오톡은 전 국민이 이용하는 모바일 메신저였고 ‘게임하기’라는 메뉴를 통해 모바일 시장을 석권하고 있었다.

카카오톡 ‘게임하기’는 게임 플랫폼으로 표현되지만 구글 플레이에 연동된,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구글 플레이에 연결시켜주는 입구에 불과하다. 실제 게임은 구글 플레이에서 ‘내려받기’를 해야 사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에 가입된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게임을 하려면 구글 플레이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카카오톡의 매출과 함께 구글 플레이의 매출도 증가했다.

사실 구글 플레이가 처음부터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는 앱마켓은 아니었다. 통신사의 앱마켓이 더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다. 구글 플레이가 국내 앱마켓을 제치고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게 된 것은 카카오의 게임하기와 연동됐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최초에 구글과 애플 등 해외사업자들은 한국 정부의 게임물 등급 분류를 거부했고 게임 카테고리를 차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을 제공한 국내 앱마켓의 점유율이 더 높았다. 그러나 문화산업 활성화 등의 이유로 앱마켓에게 자체적인 게임물 등급 분류를 허가했고 해외사업자들은 2011년 11월 게임 카테고리를 개방했다. 그 이후 카카오톡과 연동된 구글 플레이는 이용자, 수수료 증가로 인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이는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구글 플레이가 국내 앱마켓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것은 카카오톡의 가입자 기반이 구글 플레이에게 유리한 경제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의 경우 자신들도 메신저 사업자를 넘어서 플랫폼 사업자로서 그 영역을 확장하고, 통신사의 앱마켓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수도 있으나 결과적으로 구글에게 힘만 실어주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구글을 중심으로 재편된 앱마켓은 게임앱 마켓이라고 할 정도로 앱마켓의 주요 콘텐츠는 게임이 되었다.

통신사 관계자는 “사실 앱마켓에 게임앱 말고도 영화, e-book, 만화, 음악 등이 있지만 게임앱이 메인앱이며 앱마켓은 게임마켓으로 고착화됐다”고 강조했다. 게임마켓에서는 결제 행위가 많이 나타나는데, 앱마켓에서 결제시 수익배분은 구글이 30%의 수수료를 가져가며, 나머지 금액에서 카카오톡이 30%(전체 금액에서는 21%)를 가져간다. 개임앱을 여러 앱마켓에 올려주고 홍보해주는 퍼블리셔라고 불리는 회사가 앱개발사와 나머지 금액을 5:5로 나눈다.

1,000원을 기준으로 보면 구글 300원, 카카오톡 210원, 퍼블리셔 245원, 앱개발사가 245원 등으로 수익이 분배된다. 이는 구글이 중심이 된 앱마켓, 그리고 게임앱으로 고착된 앱마켓에서 앱개발사들이 개발해서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각각의 플레이어들이 시장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수행하고 얻는 수익에 공정한지 불공정한지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에 지나칠 정도로 해외사업자에게 힘이 실려 버렸다는 사실이 깔려있다. 그렇다고 해외사업자에게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출발 지점에서 공정하게 시작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고 문제가 있었다면 어디에 있었는지 다시 고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모바일 생태계는 규제보다는 진흥과 장려가 필요한 영역이지만 누군가에게 불공정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를 막아야 더 큰 산업의 발전을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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