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디어 그룹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신문·방송 교차 소유를 허용하는 등 언론의 소유 집중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언론 정책과는 정반대라는 주장이 나왔다.

▲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교수 ⓒ방송기술인연합회보

24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명박 정권의 미디어 정책과 미국의 언론환경’을 주제로 한 초청 특별 강연에서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는 “오바마 당선인은 현재 6, 7개 대기업들이 전체 미국 미디어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신방겸영 허용과 언론의 대기업화가 계속 문제가 돼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데, 그것을 따라하겠다는 자체가 굉장히 놀라웠다. 공영방송 제도에 있어서는 어찌보면 우리가 미국보다 더 나은 방송 제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오바마 당선인은 언론의 소유 집중이 가져오는 문제점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해왔고, 다양한 언론이 소통될 수 있는 통로가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정부는) 지금까지 미국의 정책을 맹목적으로 따라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신방겸영 부정적” = 최 교수는 “작년 12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대도시에서 신방겸영 규제를 완화하는 결정을 내렸으나 미 상원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올해 5월 결국 무효화가 됐는데, 오바마 당선인은 상원의 이러한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공식석상에서 여러차례 강력하게 표현했다”며 “오바마 당선인은 여론의 다양성 확보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오바마는 연방통신위가 신방겸영 허용을 위한 규제철폐 과정에서 시청자들이나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 없이 밀실에서 워싱턴의 로비스트들과 거대 언론사들의 의견만을 청취해 기존의 대형 언론사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시행한 것도 큰 잘못이라고 지적해왔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언론의 대기업화 반대” = 최 교수는 “오바마 당선자는 2006년 7월20일과 2007년 10월25일 두 차례에 걸쳐 미 연방통신위 위원장인 케빈 마틴에게 서한을 보내 흑인들과 히스패닉 이민자 등이 운영하고 있는 신문사와 방송국들이 미국내 소수민족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시키는 등 미국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다양한 언론, 의견들이 표출될 수 있도록 소수민족이나 약한 방송국, 신문사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오바마는 미 연방통신위가 각종 언론관련 규제를 풀어줘 대기업 언론사들이 언론시장을 장악하게 도와줌으로써 언론의 다양성과 지역방송사의 활성화 등 언론의 공영성을 저해했다고 비판해왔다”며 “오바마는 거대 미디어그룹의 언론사 장악을 통한 미디어의 소유집중에도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흔히들 미국에는 언론자유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의 언론이나 선진국 언론들은 현재 경제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사주의 이익을 위해 경제권력의 입맛에 맞는 보도만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언론의 대기업화를 유도하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을 막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정부는 미디어 그룹의 규모를 키워도 큰 문제가 없고 고용이 창출된다고 말하는데 언론이 대기업화되면 미디어 시장이 장악돼 여론의 다양성이 사라지게 된다”며 “사주가 언론사를 장악하고 있으면 보다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고용 창출이 이뤄질 거라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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