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권재홍 앵커(현 부사장)의 ‘허리우드 액션’ 보도에 대해 대법원이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도의 전후 맥락을 인정한 1, 2심과는 다른 결과다.

대법원(대법관 이인복)은 23일 오전 10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가 MBC 등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해 “피고(MBC) 패소 부분에 대해 파기환송한다”며 서울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2013년 5월 서울남부지방법원(1심)은 문제가 된 보도 내용에 대해 “‘노조원들이 피고 권재홍의 허리 등 신체 일부에 물리적 충격을 가하였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정정보도 및 2000만원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판결한 바 있다. 2014년 4월 서울고등법원(2심) 또한 “‘권재홍 앵커가 퇴근하는 도중 노조원들의 퇴근저지를 받는 과정에서 당황한 권재홍 앵커가 발을 헛디뎌 신체적 일부에 충격을 입게 되었다’라는 문장에서 ‘권재홍 앵커가 발을 헛디뎌’라는 부분을 생각해 보도할 이유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며 MBC의 항고를 기각했었다. (▷관련기사 : 법원, 항소심도 “MBC ‘권재홍 허리우드 보도’ 정정해야”)

▲ 2012년 5월 17일 MBC '뉴스데스크'는 권재홍 보도본부장이 노조원과의 충돌로 허리 등 신체 일부에 충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그러나 이처럼 ‘보도의 전후 맥락’을 인정한 1, 2심 판결과는 달리 대법원은 MBC 앵커 멘트만을 가지고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대법원은 “MBC 보도에 의해 적시된 사실은 ‘원고의 조합원 수십 명이 권재홍의 퇴근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원고 조합원들과 권재홍 사이에 우발적인 접촉이 있었고, 그 와중에 권재홍이 허리 등 신체 일부에 충격을 받아 당분간 방송진행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위 보도가 원고의 조합원들이 권재홍의 신체 일부에 대하여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등 고의적인 공격행위를 하였다는 사실까지 적시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서울고등법원이 “언어의 의미는 고정되어 있지 아니하고, 문장에 쓰인 단어 사이의 관계, 전후의 문장, 말이 이루어진 상황,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관계 등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면서 언론노조 MBC본부의 손을 들어준 것과는 판단을 달리 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보도에 원고의 조합원들이 폭력을 행사하였다거나 폭행하였다는 등 원고의 조합원들이 주체가 되어 권재홍의 신체에 직접 적극적인 공격행위를 하였음을 의미하는 표현은 없다”며 “‘과정에서’라는 표현은 통상 넓은 의미의 인과관계를 표현하는 경우에 많이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현진 앵커의 보도 중에 방영된 영상은 다수인이 떠밀려 이동하거나 원고의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며 승용차를 둘러싸고 있는 등의 내용으로 원고의 조합원들이 극히 폭력적이거나 과격하다는 내용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도 밝혔다.

대법원은 “전체적으로 이 사건 보도가 시청자들에게 원고의 조합원들이 권재홍의 신체에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였다는 인상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며 “나아가 이 사건 보도의 전체적인 취지가 원고의 조합원들이 권재홍에게 고의적인 공격행위를 하였다는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이상, 일부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지 않는 표현은 원고에 대한 사회적 평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권재홍이 신체 일부에 충격을 입어 당분간 방송진행이 어렵게 되었다는 결과를 야기한 본질적인 원인에 대하여 그릇된 인상을 심어준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의 세부적 경위에 관한 과장된 표현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보도는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아 그 내용의 중요부분이 객관적 사실에 합치되어 진실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끝으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보도와 대립되는 원고의 반박적 주장을 보도하여 줄 것, 즉 반론보도를 청구하는 것을 넘어, 보도 내용이 허위임을 전제로 하는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것까지 허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논란이 시작된 것은 MBC <뉴스데스크>가 2012년 5월 17일 파업 중 첫 소식으로 권재홍 앵커의 부상 소식을 전하면서다. 당일 뉴스에서 MBC는 “어젯밤(16일) 권재홍 앵커가 뉴스데스크 진행을 마치고 퇴근하는 도중 노조원들의 퇴근 저지를 받는 과정에서 신체 일부에 충격을 입어 당분간 방송 진행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MBC노조가 공개한 영상에는 신체 접촉이 없어 ‘허리우드 액션’ 논란이 제기됐다. 이후, MBC는 “(신체가 아닌)‘정신적 충격’”이라고 말을 바꾸면서 이는 ‘거짓말’ 논란으로 번졌다.(▷관련기사 : ‘멘붕’수준의 MBC 해명, ‘감금’→ ‘타박상’→‘정신적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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