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다.”

대기업의 방송진출을 확대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오는 26일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다시 상정, 의결될 예정인 가운데, 이와 관련해 방송계에서 자조 섞어 내놓는 말이다.

▲ 방송통신위원회 ⓒ미디어스

이에 앞서 방통위는 지난 21일(금요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을 대상으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설명회’를 했으며, 국회 교섭단체로 등록한 ‘선진, 창조’ 소속 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개별 설명회도 이미 마친 상태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달 10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전체회의에 상정됐으나 국회 설명회 후 의결하자는 의견이 우세해, 보류된 바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민주당 최문순 의원 등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의 대기업 진출 규제 완화가 과도하다고 문제를 제기해 제동을 거는 등 정치쟁점화됐으나, 의결의 걸림돌이었던 민주당 의원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가 진행됨에 따라 개정안 의결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하지만 방통위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확대하려는 대기업의 방송진출을 축소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대기업의 방송진출 규제완화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시행령의 근거가 되는 모법을 개정하게 되면 행정부가 행사하는 시행령 개정도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 최문순 민주당 의원 ⓒ여의도통신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14일 대기업의 방송 시장 진출기준을 사실상 5조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최문순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보도PP에 진출할 수 있는 대기업의 범위를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으로 정하는 자산총액 기준의 범위 내’로 한정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1일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의 기준을 ‘자산규모 5조원 이하의 범위’로 정했기 때문에 지상파방송과 종합편성·보도PP에 진출할 수 있는 대기업의 범위도 5조원 이하가 된다. 방통위의 시행령 개정안은 대기업의 범위를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어 모법 개정에 해당되는 최 의원의 방송법 개정안과 충돌하게 된다.

최 의원의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처리 여부를 전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행령에 앞서는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제출된 상황에서 진행되는 방통위의 시행령 개정은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주 21일 열린 민주당 의원 설명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최문순 의원은 “대기업의 방송시장 진출을 5조원 이하로 제한하는 방송법 개정을 국회에 제출했고, 통과되면 방통위의 시행령도 개정돼야 한다”면서 “5조원 이하로 제한하려는 방송법 개정 취지를 시행령 개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방통위의 입장엔 변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 관계자에 따르면 SO의 기본 의무채널을 당초 70개에서 50개로 줄이는 안을 철회한 것 이외에 달라진 것은 없다.

방통위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한 배경을 놓고 노무현 정부 시절 옛 방송위 사무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옛 방송위 사무처가 정보통신부와 통합을 미루기 위해 IPTV 도입을 서둘렀으며, 이 과정에서 IPTV 도입을 반대하는 케이블방송을 무마하기 위해 케이블방송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완화와 함께 대기업의 방송진출을 확대하는 시행령 개정안이 마련됐다는 지적이다. 이번 방통위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옛 방송위 사무처에서 만든 개정안의 연장선으로,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사유화 방침과 맞물려 개정 단계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옛 방송위의 시행령 개정안에는 IPTV 도입을 고려해 케이블방송에 대한 규제와 방송구역 수 제한을 1/5에서 1/3로 완화하는 조항이 포함됐으며, 이는 방통위의 개정안에서도 유지됐다. 다만 대기업의 방송진출을 확대하는 시행령 조항은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등 IPTV에 대한 대기업 진출을 고려함과 동시에 케이블방송에 대한 대규모 규제 완화를 희석시키는 효과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은 5조원 이하의 대기업 방송진출 허용을 주장하며 10조 이하로 확대되는 방송법 시행령이 의결될 경우 헌법소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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