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네르바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이야기가 떠돈다고 한다. 이 말은 한 매체의 기사 제목이기도 하다. 이처럼 인터넷을 강타한 미네르바의 여파가 지상파와 신문 등 주류매체에까지 미치자 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더욱 커졌다. 그럴수록 호기심만 자극하는 선정적 보도가 성행할 가능성도 커진다.

23일자 <중앙SUNDAY>는 "금융계 다 아는 인물 가능성"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네르바의 '정체'에 관해 보도했다.

▲ 인터넷 중앙SUNDAY 화면 캡처.
<중앙SUNDAY>는 금융전문가 A씨의 입을 빌려 "내가 추측하는 사람이 미네르바일 가능성은 99.9%"라고 하면서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한 사실도 있다. 일반 대중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일 수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한 사람이다. 내 추측이 맞다면 아마 업계 관계자들이 깜짝 놀라 뒤집어질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A씨는 <매일경제>가 미네르바에 대해 '정보기관 관계자'의 발언이라면서 보도한 '금융 종사 경험 50대 남자', '해외 체류 경험자'라는 것도 맞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해당 기사에는 <조선일보> 기자가 블로그에 IP추적을 바탕으로 '미네르바의 정체'를 밝혔다고 글을 올렸다가 네티즌에게 망신만 당하고 스스로 글을 삭제하게 된 해프닝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미네르바가 기고한 월간지 <신동아> 쪽에 "그에 대한 정보를 묻는 언론사의 연락이 빗발치고 있으나 사내에서도 편집장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매체에 의해 확인된 미네르바의 '정체'는 <매일경제>가 취재한 정보당국 관계자, <신동아>편집장, <중앙SUNDAY>의 기자가 접촉한 금융전문가 A씨에 의존하고 있다. 인터넷 다음 아고라에서도 미네르바가 모교 동기로 추측된다며 그에 대한 여러가지 정황을 담은 글이 네티즌간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렇다면 출처도 명확히 밝히지 못한 채 '미네르바 정체'를 모자이크 처리하듯 보도한 <중앙SUNDAY>의 속내는 무엇일까? 그가 밝혀지기를 원하지 않고 있고, 당국이 미네르바에 대해 수사하겠다고 밝힌 바도 없는 가운데 '알권리를 위해서'라는 이유를 댄다면 난센스다. 그저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선정적 보도 태도 이상도 이하도 아닐 뿐이다.

미네르바의 신상정보가 밝혀지고 나면 과거 '신정아 사건' 처럼 미디어의 선정적 보도 행태는 극에 달할 것이 뻔하다. 주류미디어의 수준이 이러하니 미네르바가 '익명'을 선택 한 것은 아닐지, 미네르바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주류미디어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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