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복면가왕>의 MC 김성주는 매주 출연자를 향해 이런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해서 복면가왕 출연을 결심하시게 됐나요?”
재미있는 건, 질문은 하나인데 대답은 각기 다 다르다는 점이다. 일주일에 서너 번 이상 음악방송 무대에 오르는 아이돌과 십수 년 만에 무대에 오른 추억의 가수, 그리고 노래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배우와 개그맨, 심지어 아나운서까지. 이들은 저마다 다른 스토리와 사연을 가지고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른다. 복면을 쓰게 된 이유가 다른 만큼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매주 복면을 쓴 참가자의 노래를 듣다보면, 마치 이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마주하는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힌다. 그들이 부른 건 노래였지만, 시청자가 보고 들은 건 마치 인생의 한순간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평소 단정하고 바른 이미지로만 시청자를 찾아오던 아나운서가 작은 일탈(?)을 꿈꿀 수 있는 곳. 그리고 성공한 개그맨으로 자리잡았지만 사실은 가수로 활동한 기간이 더 길었던 컬투의 김태균이 마음껏 노래 부르며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곳. <복면가왕>은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음악 프로그램이냐, 예능 프로그램이냐를 논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 되어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필요한 무대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곱씹는 자리가 될 수 있다. 누군가는 자신을 알리려 복면을 쓰지만, 또 누군가는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기꺼이 복면 뒤에서 노래 부르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더 이상 마이크를 잡을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추억의 가수가 오랜만에 무대에 올라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르는 노래에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단 말인가. 춤만 잘 추고 얼굴만 예쁘다고 생각했던 아이돌이 생각지도 못한 감동을 전해주고, 웃긴 줄로만 알았던 개그맨이 애잔한 감성을 음표로 그려내는 기적은 확실히 <복면가왕>만의 경쟁력이라 할만하다.
편견 없이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승부를 겨루는 곳. 하지만 승자보다 패자가 더욱 주목받는 무대. 꿈과 열정의 크기를 저울질할 수 없듯이, <복면가왕>의 문을 두드리는 참가자들의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박수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경연을 넘어 이제는 하나의 ‘꿈의 무대’가 되어버린 <복면가왕>이 앞으로도 승승장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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