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있으면 세상에서 가장 편한 명사가 바로 ‘엄마’다. 한없이 고맙지만 막상 함께 있으면 엄마에게 잘 할 것이라는 마음과는 달리 엄마와 부딪히고 싸우는 통에 엄마에게 상처 아닌 상처를 주는 이들이 자식들 아니던가. 연극 <친정엄마>에서 차수연이 연기하는 딸 미영 역시 평소에는 엄마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함께 있다 보면 엄마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보다는 상처 주는 일이 잦은 딸이다. 하지만 이런 딸에게 서운해하기보다는 딸을 위해 모든 걸 주려는 친정엄마의 고마움을 보며, 우리네 어머니의 마음을 되새기게 만드는 연극이 오늘 소개하는 <친정엄마>다.

차수연은 <클로저> 이후 1년에 한 편씩은 무대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번 <친정엄마> 역시 드라마 <내 마음 반짝반짝>을 마치자마자 쉬지 않고 무대에 오른 작품이다 보니, 그녀는 브라운관을 넘어서서 무대가 주는 기쁨에 점차 맛 들리는 배우가 되어가고 있었다.

- 극 중 친정엄마와 차수연씨의 어머니가 닮은 점이 있다면?

“모든 어머니들이 자식에게 한결 같이 묻는 기본적인 질문이 있다. 그건 ‘밥은 먹고 다니니?’라는 안부 인사다. 이런 다정한 인사말은 ‘맞아, 우리 엄마도 이러셨지’하는 생각을 갖도록 만든다. 어머니에게 안부 전화를 하면 저에게 ‘잘 지내니?’하는 말씀보다, ‘밥은 잘 먹고 다니니? 밥 잘 먹어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기에 그렇다. 평소에는 어머니의 이런 안부 인사를 자각하지 못하다가, 연극 대본을 볼 때 어머니가 제게 하던 안부가 똑같이 대사에 나와서 어머니의 안부가 가슴 깊이 와 닿았다.”

▲ 연극 ‘친정엄마’ ⓒ아시아브릿지컨텐츠
- 극 중 슬픈 장면이 많아서 연습하며 먹먹한 적이 많았을 텐데.

“딸은 엄마를 걱정하지만, 엄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엄마에게 돌려서 한다는 이야기가 나중에는 싸움으로 번진다. 싸운 후에는 ‘다음부터 그러지 말아야지’하면서 후회가 많이 든다. 하지만 딸은 엄마랑 다시금 싸우게 된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엄마에 대한 후회를 하는 대사가 극 후반부에 있는데, 저 역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 극 중 딸처럼 어머니에게 미안함 감정이 많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극 후반부를 소화할 때마다 먹먹하다.”

- 후반부로 들면서 관객이 우느라고 훌쩍거리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관객의 훌쩍거리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엄마를 생각하는 딸의 마음이 연기하는 저만 갖는 게 아니라 관객도 많이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연기를 통해 관객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관객에게 전달되어 공감대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 마냥 울리기만 하는 신파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모를 연기하는 장혜리씨가 분위기 메이커를 담당한다.

“기본적으로 쓰여진 대사에 배우의 해석을 덧붙여서 지금의 대사가 만들어졌다. 연습할 때마다 너무 웃겨서 혜리 언니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할 정도였다. 웃기는 연기를 너무 많이 보아서 마지막 연습할 때에는 덤덤해졌는데, 관객은 혜리 언니의 웃긴 연기를 처음 보니까 공연 분위기가 많이 살아날 수 있었다.”

- 극 중 “엄마는 엄마로 태어나는 줄 알았다”는 딸의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저 역시 어릴 적에는 엄마는 여자가 아닌 줄 알았다. 하지만 고등학생 때 어머니가 여성스럽게 꾸미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았을 때 극 중 대사가 와 닿았다. 외출할 때 여자다워 보이고 싶어 하신다는 걸 깨달았을 때 ‘어머니이기 이전에 여자’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 차수연씨도 언젠가는 엄마가 될 것이다. 극 중 엄마와 앞으로 될 어머니가 공통점이 있다면?

“저희 어머니를 비롯해서 이전 세대 어머니들은 희생을 많이 하셨다. 극 중 친정엄마 역시 자신의 모든 걸 주고 싶어 할 정도로 딸에 대한 애정이 많다. 아직 아이를 낳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저희 어머니처럼, 또는 극 중 친정엄마처럼 자식을 위해 모든 걸 해줄 수 있는 엄마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 극 중 친정엄마는 딸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손주를 위한답시고 손주에게 서울을 구경시켜 주다가 그만 길을 잃어버려 딸의 마음을 애타게 만든다.

“제 남동생이 아이를 낳아서 절반은 어머니가 키워주신다. 손주를 키우시는 어머니에게 남동생이 ‘아이를 모서리에 앉히지 말고 꼭 바닥에 앉혀 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한다. 이때 어머니는 ‘너는 내가 허리 아프고 힘든 건 생각하지 않니’라고 서운해 하셨다. 극 중 장면과 제 어머니의 사연이 똑같은 거다. 어머니를 생각하기보다는 자기 자식을 먼저 생각하는 것처럼, 저도 어머니에게 서운하게 이야기할 상황을 맞는다면 어머니를 이해하며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 연극 ‘친정엄마’ 차수연 ⓒ아시아브릿지컨텐츠
- <클로저>와 <두결한장>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무대다.

“<클로저> 할 때는 신나고 재미있었다. <클로저>와 <두결한장>에 이어 제 무대 연기를 계속 보아온 분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건 바로 제 연기가 유연해졌다는 평가다. 하나를 갖고 있을 때 하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과, 5를 갖고 있을 때 5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과는 다르다. 처음 무대에 섰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관객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해지고, 무대에서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마인드를 어떻게 다져야 할지도 처음 공연할 때와는 달라졌다. 처음보다 많이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 편하게 연기하려고 하면 무대에서 캐릭터를 고를 때 비슷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면 된다. 한데 <클로저>에서는 도회적인 이미지를 연기한 데 이어 <두결한장>에서는 레즈비언을 연기하고, 이번에는 모성애를 그리워하는 딸을 연기해서 세 작품 모두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 고생을 사서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확하게 짚었다. 그래서 연극 무대를 택하는 거다. 하나의 이미지로 굳어지면 그 이미지를 깨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지를 깨기 위해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잘 만나는 게 중요한데, 무대에 오른다는 건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공연을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게 느껴지면서도, 공연할 때마다 각각 다른 캐릭터를 만난다는 게 재미있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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