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국면, 새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논란, 정연주 사장 해임 등을 거치면서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KBS에서는 현재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지난 12일 총 4팀의 정·부위원장 후보들이 2년 임기의 제12대 KBS 노조 선거에 도전장을 내고, 오는 23일까지 선거운동을 벌인다.

▲ 12대 KBS 노동조합 정-부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좌측부터 강동구-최재훈, 박종원-박정호, 문철로-한대희, 김영한-김병국) ⓒKBS노조

기호 1번은 현재 노조 ‘계승’…기호 2번·4번은 사원행동 소속

기호1번 강동구·최재훈 후보는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꼭 이기겠습니다!’를 내걸었다. 이들은 각각 기술직과 기자직종으로, 강동구 위원장 후보는 현재 11대 노조 부위원장을 맡고 있고 최재훈 부위원장 후보는 10대 노조 대외협력국장 출신이다.

기호2번 박종원·박정호 후보는 ‘버르장머리를 고치겠습니다. 진짜노조! 통합노조’를 캐치프레이즈로 정했다. 박종원 위원장 후보는 지난 2004년 KBS 방송기술인협회장을 지냈고 ‘사원행동’ 운영위원을 맡고 있으며, 박정호 부위원장은 기자 출신이다.

기호3번 문철로·한대희 후보는 행정직과 기술직종 출신으로 각각 10대 노조에서 중앙위원 간사와 지역협의회 부의장 등을 지냈다. 이들은 ‘공영방송 끝장투쟁 강철노조 고용안정’을 내세우고 있다.

기호4번 김영한·김병국 후보의 캐치 프레이즈는 ‘한판 붙자! 이병순! 한턱 쏜다! 김영한!’. 김영한 위원장 후보는 라디오PD, 김병국 후보는 기술직으로 이들은 모두 ‘사원행동’ 소속이다.

미디어스 서면인터뷰에 기호1번 “답변 않겠다”

이에 <미디어스>는 KBS 노조 선거를 맞아 각 후보의 정책을 비교 검증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4개 팀에게 서면인터뷰 형식으로 핵심 공약과 KBS 현안 관련 입장 등을 자세히 들어봤다. 이 중 기호1번 강동구·최재훈 후보 쪽은 선대본부장이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내부 합의를 거쳐 답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와 서면인터뷰가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 인터뷰는 총 11개 질문항목으로, 각 후보별 핵심공약과 함께 △이병순 신임 사장과 회사측 경영방침 △박승규 위원장 등 지난 11대 노조 △한나라당 및 정부의 언론정책 △수신료 인상 등 KBS 내부 현안 관련 입장을 묻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핵심 공약에 기호 2·3·4번 모두 ‘구조조정 저지’

인터뷰 결과, 3개 후보가 모두 KBS 내부의 높아진 고용불안 정서를 적극 대변해 ‘구조조정 저지’를 핵심 공약에 배치했다. 또 기호 3번과 4번은 ‘노조 복원 및 건설’ 등을 내세우고 있어, 현 노조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꼽은 핵심공약으로 기호2번 박종원·박정호 후보는 “구조조정 저지·상명하복 조폭경영 분쇄·편성-보도 제작자율성 사수·본사와 지역국 차별금지·실질적 복지 확충”을, 기호3번 문철로·한대희 후보는 “고용안정·방송독립·순수한 초대노동조합 복원”을, 기호4번 김영한·김병국 후보는 “강건한 노조를 세위 일방적 구조조정을 반드시 막아내고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것”을 내세웠다.

기호 2·4번 “이병순, 권력따라 움직이는 ‘관제사장’”…“이병순호, 미래 없다”

다음으로 정권과의 관계를 일컬어 ‘이병순 사장 = 관제사장’이라는 비판에 대해 3개 후보 모두가 “관제사장이 맞다”고 동의했지만 ‘관제 사장’의 정의에 대해서는 이견이 나왔다. 기호2번 박종원·박정호 후보는 “권력에 의해 만들어지고 움직이는 관제사장은 정확한 비유”라면서 “이병순 사장 체제에서는 KBS 미래가 암울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고, 기호4번 김영한·김병국 후보는 “정권의 바보짓 덕분에 어부지리로 떨어진 자리를 덥석 문 관제사장”이라며 “소통의 시도는 전혀 없는 닫힌 사장으로는 미래가 없다”고 비판했다.

기호2번 박종원·박정호 후보와 기호4번 김영한·김병국 후보는 ‘이병순 사장의 신임 투표’ 단행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기호 3번 “대통령이 임명하면 관제사장” …“최초 KBS 출신이나 능력 없다”

그러나 기호3번 문철로·한대희 후보는 “KBS 창사 이후 계속 관제사장이었다.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면 관제사장이다”면서 “최초의 KBS 출신 사장이라는 데 의미는 있지만 KBS와 같은 중요한 조직을 이끌어갈 만한 능력은 없다”며 “겉으론 권한과 책임을 강조하지만 속내는 의무와 강요만 있다”며 ‘자질 부족’으로 평가해 ‘경영 능력’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호3번의 경우 사장의 경영책임을 묻는 ‘중간평가제’ 도입과 ‘독일식 사장추천위원회 도입’ 등 사장선임제도 개혁을 약속하고 있다.

반면 기호1번 강동구·최재훈 후보는 공약집에서 이병순 KBS 사장에 대해 “일단 인정하고 시작한다”며 “사원행동처럼 사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2년 내내 퇴진 투쟁에만 올인해야 한다. 그러면 YTN이 우리의 미래가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1일 기호1번 강동구 후보가 사내 게시판(KOBIS)에 회사의 비상경영계획을 비난하면서 “이 정도면 이병순 사장이 나가는 게 희망”이라는 개인 명의의 성명을 올려, 내부에서 “말바꾸기 한다, 후안무치”라는 비난이 쇄도하기도 했다.

기호2번 “시사투나잇·미디어포커스 부활해야”

또 회사쪽의 가을개편 미디어포커스, 시사투나잇 폐지에도 ‘폐지 반대’를 밝혔지만 후보별로 견해차이를 보였다. 기호2번 박종원·박정호 후보는 “이번 가을 개편은 권력과 조중동의 요구에 화답하는 개편”이라면서 “KBS를 신뢰도,영향력 1위로 이끌어 온 게 두 프로그램이다. 폐지에 반대하고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호4번 김영한·김병국 후보도 “우리 사회의 소금 역할을 한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폐지했다”면서 “개편이후 제작자율성 침해가 현실화되고 있어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기호3번 문철로·한대희 후보는 두 프로그램에 대해 “물론, 정연주 사장이 있을 때 만들어지고 편파적인 방송을 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지만, 폐지할 정도로 문제있는 프로그램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비판적 지지’ 입장을 밝혔다.

현 KBS 노조 비판·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저지에 ‘한 목소리’

정부 비판 프로그램 폐지와 보복인사 등에서 잠잠했던 박승규 위원장을 비롯한 현재 KBS노조 집행부에 대해서는 모두 비판적 평가를 내놓았다. 기호2번 박종원·박정호 후보는 “현 노조가 ‘반 정연주’에 함몰되다보니 ‘권력의 공영방송 장악’ 함정에 빠졌다”면서 “그렇다고 ‘복지대박도 제대로 못 지켰다. 실패한 노조다”고 맹비난했다. 기호3번 문철로·한대희 후보는 현 노조에 대해 “지나치게 실리를 따르다보니 명분마저 잃어버렸다”고 평가했고 기호4번 김영한·김병국 후보는 “사측의 전횡을 막지 못한 노조는 정상적이라 할 수 없다”면서 “대다수 조합원이 등을 돌렸다”고 평가했다.

‘공영방송 장악’ 논란을 빚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해 후보들은 모두 ‘여론 다양성과 민주주의 위협’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며, 한나라당의 ‘국가기간방송법’ 및 송신(송출) 공사 도입 등 1공영다민영 구조의 ‘방송 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모두 ‘반대’ 입장을 강력히 밝히면서 ‘철회’를 요구했다.

수신료 인상 해법 제각각…저널리즘 강화(2번)·사장선임제 개혁 (3번)·공공성 회복(4번)

이밖에 후보들은 KBS의 재정위기 등에 공감하면서 ‘수신료 인상’이 시급하다고 답했지만, ‘수신료 인상’을 위한 우선과제로는 각기 다른 답을 내놓았다.

기호2번 박종원·박정호 후보는 “수신료 현실화를 위한 가장 큰 과제는 공정성이며 KBS 신뢰도 1위의 동력은 KBS 탐사보도, 시사 보도, 미디어포커스 등 저널리즘 원칙에 충실한 프로그램”이라면서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이같은 영역이 사라지고 있다. (이 사장은) 수신료 현실화를 위한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며 “신뢰도에 금이 가면 수신료 현실화에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호3번 문철로·한대희 후보는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며 믿을 수 있는 공영방송으로 우뚝 서야 하고 국민들 동의를 얻어 수신료를 현실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무엇보다 사장 선임 방식을 바꿔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직접 사장을 임명하는 제도에서는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이 요원하다”고 주장했다.

기호4번 김영한·김병국 후보는 “방송의 공공성 회복과 공영방송 본연의 임무인 권력과 자본에 대한 감시, 소수 약자에 대한 배려를 통해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는 것이 수신료 현실화를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밝혔다.

제12대 KBS 노조 정·부위원장 선출 투표는 24일부터 3일 간 KBS 본사와 지역 지정 장소에서 실시되며,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가 없을 경우 결선 투표를 거쳐 최종 당선자를 확정짓는다. 결선 투표는 다득표자 순으로 두 후보가 올라가며 12월 1일부터 3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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