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농구를 관장하는 한국농구연맹(KBL)이 불법 스포츠 도박과 승부조작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안양 KGC 전창진 감독에 대해 2015-2016 시즌 등록 보류 결정을 내렸다.

KBL은 2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창진 감독의 수사가 끝날 때까지 새 시즌 코칭스태프에 대한 자격 심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2015-2016 시즌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이달 30일까지 등록을 마쳐야 하는데 KBL은 이날 구단의 등록 신청이 들어오면 전 감독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 뒤 7월 초 재정위원회를 소집해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김영기 KBL 총재는 "이번 사건은 전 감독에 대한 사법처리와 별개로 진행된다"며 "전 감독이 무혐의 처분을 받더라도 KBL 관련 규약 위배 여부를 따지겠다"고 말했다.

▲ 김영기 KBL프로농구연맹 총재 ⓒ연합뉴스
김 총재는 "전 감독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법적 결론이 날 때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며 "사법처리가 끝날 때까지 KBL이 기다릴 수 없어 자체적으로 규약 위배 여부를 따지겠다"고 덧붙였다.

KBL은 전창진 감독의 의혹에 대해 이미 직접 면담을 실시했고 지난 시즌 전 감독의 경기 운영 내용을 정밀히 분석했으며 KBL 규약과 규정 위반 관련 본인 소명 서류를 접수한 상황이다.

김 총재에 따르면 전 감독은 지난 4월 kt에서 계약기간이 만료됐으므로 엄격하게 말하면 현재 KBL 소속 감독이 아니다. 따라서 다시 가입을 원하면 엄격한 심사를 통해 그의 자격을 판단 받아야 한다. KBL이 전 감독의 자격에 대해 심사하겠다는 말은 이런 의미로 이미 제한한 사례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전 감독의 도박 의혹과 관련, KBL은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조사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에 KBL은 최강의 선수 기용을 규정한 규약 제 17조와 성실의무를 명시한 규약 제 70조 등을 통해 전 감독의 자격을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5일 경찰에 출석,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 조사에서 무죄를 주장한 전 감독은 7월 1일 다시 소환돼 조사를 받을 예정인데 경찰은 이날 조사 후 전 감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번 KBL의 입장 표명은 과거 비슷한 문제가 불거졌을 때 최대한 미뤘던 전례에 비추어 보면 다소 이례적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신속한 입장 표명이라고 할 수 있다.

▲ 전창진 감독 ⓒ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이 시기적으로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아직 경찰의 조사가 다 끝난 것이 아니고 경찰이 전 감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도,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지도 않은 그야말로 아무 것도 결정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무언가에 쫓겨 서둘러 발표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팬들이나 언론으로부터 ‘상황이 이 지경인데 KBL은 뭐 하고 있는가’라는 식의 질타를 받기 전에 미리 KBL의 원칙 수호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피력하는 제스처를 취하는 것으로도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KBL이 전 감독의 소속팀인 안양 KGC 구단을 대신해 전 감독에게 사실상 자진 사퇴를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쳐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사실 현실적으로 볼 때 전 감독이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깨끗하게 털어버리지 못한다면 앞으로 상당한 시간 동안 정상적으로 감독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는 KGC의 새 시즌 준비에 막대한 차질을 빚는 일이라는 점에서 전 감독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지금 전 감독이 ‘선 명예회복 후 현장 복귀’라는 원칙 아래 먼저 사표를 던지기도 쉽지 않다. kt를 떠나 KGC 감독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자신을 보좌하던 코치진을 위시한 ‘전창진 사단’역시 그대로 KGC의 유니폼을 입게 됐기 때문에 만약 전 감독이 자진사퇴라는 결정을 내릴 경우 ‘전창진 사단’은 자칫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 비추어 보면 KBL의 이번 전 감독에 대한 자격 재심사와 등록 보류 결정은 다소 성급한 판단이라고 보여진다. 그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결과를 보고 판단해도 결코 늦지 않을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L이 기자회견을 서두른 배경은 결국 지난 1차 경찰 조사가 이루어진 날 한 방송사에 의해 전 감독과 사채업자 사이에서 나눈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고 전 감독이 사채업자에게 써줬다는 차용증에 kt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있었던 3월 5일이 명기된 사실이 공개되면서 전 감독의 혐의가 사실일 수 있다는 기류가 형성된 데 따른 대응일 수도 있어 보인다.

진실이 무엇이건 간에 KBL이 실시하는 전 감독에 대한 자격 재심사 결과는 결국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 여부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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