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TV가 일본 내 ‘혐한’ 선동을 위해 한국관련 특집 방송에서 한국인의 인터뷰를 왜곡했다는 사실이 유튜브를 통해 알려져 논란이 일어났다. 후지TV는 사과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해당 방송 자체가 한국 역사를 왜곡하거나 교양 없는 나라라고 깎아내리는 내용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고의성이 있는 왜곡이라는 지적이다. 후지TV의 날조방송이라는 비판 여론이 뜨겁던 날, 공교롭게도 같은 날 MBC는 후지TV와의 공동 취재 및 교환 기사를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SBS <8뉴스>는 29일 <‘일본 싫다’ 자막 날조..시인 않고 “실수”> 리포트를 통해 “일본 후지TV가 한국관련 특집 방송에서 인터뷰를 왜곡해 혐한 선동을 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며 “항의가 빗발치자 사과문을 발표했는데, 해명도 이상하다”고 불편함을 내비쳤다.

SBS·JTBC, “한국은 반일이라는 이미지 의도”, “한국에 대한 막말 쏟아내”

후지TV의 한국 특집방송 <알고 있는 듯해도 모르는 한국의 불가사의>에서 왜곡된 한국인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터뷰에 등장한 학생은 “문화가 너무 많아요. 외국인이 정말 많이 방문해주시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지만, 후지TV는 “(일본이)싫어요. 한국을 괴롭혔잖아요”라는 엉터리로 번역해 자막과 음성을 내보냈다. 한 남성의 “과거 역사를 반성하지 않고 그런 부분이 좀…”이라는 발언은 “좋은 일본인도 있지만, 국가로서 일본은 싫습니다”라고 탈바꿈됐다.

▲ 6월 29일 SBS '8뉴스'
이와 관련해 SBS는 “앞뒤 구성을 보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국은 반일이라는 이미지를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한국은 반일이니까 일본은 혐한으로 대응하자는 혐한의 전형적인 논리 구조”라고 해석했다. 이어, “일본 SNS상에는, 후지TV가 인터뷰를 왜곡해 이른바 ‘혐한 장사’를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더욱이 사회자가 일본 최고 언론인으로 꼽히는 인물이라, 파문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SBS는 “결국, 후지TV가 오늘(29일) 사과문을 올렸는데, 그마저 이상하다”며 “입맛에 맞는 내용만 골라서 쓰려고 했던 명백한 왜곡을 실수라고 둘러댔다”고 꼬집었다. 후지TV 는 “자막 내용은 본인이 한 인터뷰에 있는데, 편집하는 과정에서 영상을 잘못 썼다”고 해명했다. SBS는 끝으로 “후지 TV는 우익성향의 산케이 신문 계열 지상파 방송”이라고 덧붙였다.

JTBC <뉴스룸> 또한 같은 날 <후지TV ‘엉터리 혐한 자막’> 리포트를 통해 관련 소식을 전하며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이 프로그램에선 진행자가 한국의 전 분야에 걸쳐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JTBC는 이어 후지TV의 막말과 관련해 “‘일본이 전쟁에 져서 한반도를 버린 뒤에 한국이 생겼다’거나, 독일처럼 과거사 문제를 사과하라는 지적에 대해 ‘독일 주변국들은 교양이 있는 나라라 사죄를 받아주지만 한국은 교양이 없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6월 29일 JTBC '뉴스룸'
JTBC는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서 4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한일 양국 네티즌들의 비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끝으로 “후지 TV는 극우적 논조로 유명한 산케이신문과 함께 후지산케이 그룹 소속”이라고 강조했다.

MBC, 같은 날 후지TV의 공동취재 기사 노출

같은 날 MBC <뉴스데스크>는 후지TV와의 공동 취재 두 번째 순서로 ‘청년 취업문제’ 관련 리포트를 배치했다. 반면, 혐한을 부추기는 후지TV의 특집방송에 대한 리포트는 찾아볼 수 없었다.

MBC는 <대기업 정규직에만 몰리는 한국> 리포트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차이는 2배 가까이 나고, 중소기업이 교육 등 직원 능력 개발에 투자하는 비용은 대기업의 1/4 수준”이라면서 “중소기업청 조사결과 중소업체 직원의 이직을 막기 위해 연봉과 복리후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67%로 가장 높았다”고 전했다. MBC는 <日 ‘사토리 세대’…욕심도 돈도 없다> 리포트에서는 일본의 ‘돈과 출세에 관심이 없는’ 사토리 세대를 통해 “버블세대와 비교해서 지금의 청년층은 결코 무리하지 않는 소비를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은 새로운 소비시대로 진입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후지TV 세키 순타로 기자의 리포트를 그대로 배치했다.

▲ 29일 MBC '뉴스데스크'
MBC와 후지TV의 공동취재는 한국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기획됐다. 이미 지난주 <50년 전 그날, 한일 국교 정상화는 어떻게 이루어졌나>라는 제목으로 첫 공동취재 기사가 나간 상황이다. MBC에 따르면, 후지TV와의 기획은 5주 동안 진행된다고 한다. 아직 3번이나 남은 셈이다.

“한국과 일본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50년 간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는데 서로 기여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과거사 문제 등으로 불거진 갈등 속에 양국 관계가 수교 이후 최악으로 치달아 왔다. 여기에는 일부 일본 정치인들의 의도적인 도발도 있었지만, 두 나라 국민들이 아직도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도 큰 원인의 하나이다.…MBC와 일본 후지TV는 양국 시청자들이 상대국 국민의 시각에서 현재의 문제를 돌아보고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기여하기 위해 이번 사업을 추진했다. 또한 양국이 겪고 있는 여러 사회문제들과 대응 노력을 소개해, 제도와 문화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양국이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살피고 교훈을 얻고자 했다”_MBC 보도자료

‘상대국 국민의 시각에서 현재의 문제를 돌아보고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기여’하고자 한 MBC의 기획은 높이 살만하다. 특히, ‘사토리 세대’에 대한 분석 또한 한국사회에서 충분히 논의해볼 만한 아이템이었다고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대상인 왜 ‘우익성향의 산케이 신문 계열 지상파 방송’(SBS), ‘극우적 논조로 유명한 산케이신문과 함께 후지산케이 그룹 소속’ 후지TV였는가에 대해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어느 누구보다 공동취재 대상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후지TV에 대한 기초 조사가 이뤄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MBC는 해당 기획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 국민들은 현재의 한일 갈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라는 주제로 양국의 진솔한 목소리를 전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렇지만 이는 상대 방송사에서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보도된 대로 후지TV가 ‘혐한’을 부추기는 특별방송을 배치하고 고의적으로 한국인 인터뷰를 왜곡했다면, 이는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된다. 후지TV가 과연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려고 하는” 자세가 돼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후지TV의 이번 ‘날조방송’ 논란은 공동기획을 하고 있는 MBC에도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특히, 한일수교 50주년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둔 기획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조속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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