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프로듀사>가 6월 20일 종영했다. 이 드라마는 스타들의 출연, KBS 예능국의 드라마 제작, 금·토 드라마 편성 등 새롭고 파격적인 시도로 제작단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이전에도 KBS는 이와 유사한 시도를 한 적이 있다. KBS 교양국에서 제작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탑밴드>가 이에 해당된다. 아주 큰 주목은 받지 못했지만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던 밴드들의 소개, 아이돌 그룹 위주의 음악 프로그램과의 차별성, 새로운 장르의 오디션 프로그램 등으로 호평을 받았다.

<탑밴드>는 MBC <무한도전>의 무도가요제를 시작으로 <나 혼자 산다>, <주먹 쥐고 소림사>, <정글의 법칙>에 출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룹 ‘장미여관’을 배출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물론 <탑밴드>는 시청률이 너무 저조하다는 한계가 있다. 기획의도는 좋았지만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했기에, ‘성공했다’고 평가하기에는 망설여지는 프로그램이다. 그렇다면 <탑밴드>는 왜 실패했을까. 아마도 ‘대중적 재미’ 보다는 ‘오디션’이라는 포맷에 너무 집중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는 ‘교양국’ 제작이라는 제작환경도 큰 몫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는 변화하는 시청자의 욕구와 기호에 맞춰 기존의 정형성을 탈피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채널 간 경쟁이 심해지고,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야 하는 제작자 입장에서는 교양국에서 예능프로그램을, 예능국에서 드라마 제작을 하는 등 그동안 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이러한 제작 방식의 변화는 앞으로의 국내 지상파 방송사의 제작 경향이나 콘텐츠의 특성을 탐색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인 것만은 분명하다.

기존의 전형성을 탈피한 ‘새로움’을 추구할 때에는, 어떤 종류의 ‘새로움’을 시청자에게 전달할 것인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미 <탑밴드>에서 경험했듯 단순히 기존과는 다른 ‘새로움’을 추구한다고 해서 바로 시청자들이 큰 사랑과 공감을 보내지는 않기 때문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그렇다면 <프로듀사>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프로듀사>는 방송 시작 전부터 예능국에서 제작하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한류 스타가 된 김수현, <1박2일>에서 활약 중인 차태현, 공블리라 불리는 로코(로맨틱 코미디) 전문배우 공효진, 엄청난 삼촌팬을 거느린 아이유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주목을 받았다. 자연히 시청률도 대박이 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 6월 20일 종영한 KBS <프로듀사> (사진=KBS)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말 그대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예능국의 방송제작 리얼리티를 살리겠다고 선언했지만,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프로그램 제작과정은 누구나 예상가능 한 범위 내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예능·드라마·다큐멘터리의 매력을 동시에 선사하겠다며 시작한 드라마 <프로듀사>는 첫 방송 이후 산만한 구성 때문에 이도 저도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고, 1, 2회 방영 후 윤성호 PD·서수민 PD 공동 연출에서 표민수 PD·서수민 PD 공동연출로 감독이 교체되기도 했다.

이후 드라마 대본이 늦어지면서 촬영3팀까지 돌려가며 드라마를 제작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촬영3팀이 돌아간다는 것은 제작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열악함은 시간에 쫓기는 제작진으로 하여금 ‘쉬운 선택’을 하게 만든다. 전문적인 정보를 드라마 소재로 만들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기에, 결국 가장 쉽게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연애감정’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프로듀사>에서 주로 보여줬던 주제들, 시청률만으로 프로그램 존폐가 결정되는 시청률지상주의, 아이돌 그룹 중심의 스타시스템이 갖는 문제점,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들이 겪는 고충 등 소재들은 분명히 관심을 끌 만했다. 실제로 이러한 사례들은 신문의 사회문화지면을 통해 꾸준히 제기돼 왔던 것이며, 꼭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해결사 백승찬이 이끌어가는 ‘방송사에서 연애하는 드라마’

하지만 이렇게 좋은 주제들을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프로듀사>는 ‘방송사에서 연애’하는 드라마로 끝났다. 그 연애의 중심에는 한류 스타 김수현의 역할이 컸다. 방송 제작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건드리기보다는 한 PD의 맘 착하고 우유부단한 개인적 성향에 의존해 문제가 해결되는 식으로 끝난다.

상처받은 아이돌 가수 신디(아이유)는 친절한 수현씨(백승찬 역)에게 위안을 받고, 우유부단했던 라준모(차태현)과 탁예진(공효진)의 연애도 친절한 수현씨(백승찬 역)로 인해 성공한다. 그런 친절한 수현씨를 위안해 준 것은 ‘천사’ 혹은 ‘귀신’으로 밝혀진 존재하지 않는 FD뿐이었다.

제작진은 ‘이 드라마가 예능국에서 꼭 제작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기존 드라마와의 큰 차이점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한 것 같다. 예능국의 드라마라기보다는 오히려 ‘김수현의, 김수현에 의한, 김수현을 위한 드라마’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른 연기자들이 호연을 펼쳐줬으나, 드라마 대본이 다른 연기자들의 연기력을 돋보이게 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본다.

▲ <프로듀사>의 백승찬 PD 역을 맡은 김수현

<프로듀사>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사도 드라마 정체성과 무관한 주변적인 것에 쏠려 있다. 17.7%라는 높은 시청률, 유명스타들의 출연, 엄청난 카메오, 주인공 관련 PPL 등이다. 결과적으로 드라마를 통해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던 ‘리얼리티’는 결국 구현되지 못했다. 교양국에서 제작했던 <탑밴드>와 비슷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이 지점이다.

그럼에도 <프로듀사>는 KBS가 고전했던 금요일 밤 시간대에 중박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꾸준히 관심을 얻었다는 점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일 생산되는 기사들도 대부분 <프로듀사>를 칭찬하는 내용이다. 마치 12회가 방송되는 6주 동안 노출된 결점이나 한계는 전혀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새로운 ‘도전’만큼이나 이러한 시도가 얼마나 참신하고 알찬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이어지는지 주목해야 하는데, 지금의 기사들은 이렇게만 들린다. “아몰랑~ 여튼 <프로듀사>는 성공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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