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쿡방’이 대세고, 인기 셰프(주방장)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상황이라고 해도 이건 좀 너무한 것 같다. 이쯤 되면, 중복 출연 혹은 겹치기 출연을 넘어 아예 채널을 점령했다고 표현하는 게 옳을 정도다. 바로 지난 15일 단 하루 동안 무려 2~3개의 프로그램에 모습을 비춘 스타 셰프들에 대한 이야기다.
15일 저녁 9시 45분, 최현석 셰프는 현재 고정 패널로 참여하고 있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 자신만의 독특한 김말이를 선보이며 15분 요리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다. ‘허셰프’라는 별명답게 이날도 최현석 셰프는 절정의 예능감을 뽐내며 시청자에게 큰 즐거움을 안겨줬다. 이연복 셰프는 로테이션 상 자리를 비웠지만, 중화풍 요리를 선보인 홍석천과 비교되며 끊임없이 언급됐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그런데 <냉장고를 부탁해>가 끝난 뒤, 채널을 돌린 시청자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무려 두 개의 채널에서 동시에 최현석 셰프와 이연복 셰프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최현석 셰프는 이날 무려 3개 프로그램에 모습을 비췄으며, 샘킴과 이연복 셰프 역시 2개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물론, 의도적인 겹치기 출연이나 중복출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방송이 언제 방영되는지 몰랐을 테고, 편성권은 각 방송사와 제작진 몫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셰프들의 방송 출연이 잦아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들의 인기가 높고 시청자가 원하고 있기 때문에 비판 혹은 비난의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트렌드를 선도하지 못한 채 끌려 다니고, 인기 있는 포맷이나 게스트는 아무런 고민 없이 그대로 수용하는 각 방송사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날, 최현석 셰프와 이연복 셰프는 <다큐스페셜>을 통해 “앞으로 방송 활동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들어 늘어난 스케줄 때문에 가족들에게 소홀해지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방송 노출로 셰프들의 초심이 흐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스타 셰프가 인기를 끌자 너도 나도 ‘쿡방’을 만들고, 이들을 게스트 혹은 패널로 초대하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채널을 돌릴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스타 셰프. 이들의 입담과 요리솜씨를 즐기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지만, 어느새 모든 채널과 방송이 점점 비슷해지고 있는 현상은 한번쯤 돌아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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