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황폐화된 지구를 배경으로 약육강식의 생존을 펼치는 로드 워리어들이 등장하는 영화 '매드맥스'는 저예산으로 제작된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박력 넘치는 카 체이스 액션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편의 성공에 힘입어 이후 1982년에 2편, 1985년에 3편 (국내에서도 '매드맥스 썬더돔'이란 영화로 잘 알려져 있는데 가수 티나 터너가 출연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이 연달아 선보였다.

이 시리즈를 통해 호주 출신의 배우 멜 깁슨은 세계적인 톱스타로 발돋움하는 발판을 마련했고,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호주 출신의 감독 조지 밀러도 헐리웃 진출의 기반을 마련한다. 조지 밀러의 필모그래피는 더욱 흥미롭다. 마초 냄새 풀풀 풍기면서 세기말의 어둡고 칙칙한 이미지를 담아냈던 이 감독이 이후 '꼬마돼지 베이브'(1995년), 펭귄을 소재로 한 3D 애니메이션 '해피피트' 시리즈를 선보였는데, 1990년대 이후 조지 밀러 감독의 영화를 접했다면 이 감독이 '매드맥스'라는 어마무시한 광기의 묵시록 같은 영화를 연출했으리라고는 쉽게 매칭을 하지 못할 것이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조지 밀러 감독도 칠순에 이르렀다. 그런데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린 '매드맥스' 시리즈를 무려 30년 만에 새롭게 재구성해서 내놓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매드맥스' 시리즈로 한참 재미를 본 후 '꼬마돼지 베이브'로 급격한 터닝, 그리고 또 다시 '매드맥스'를 재구성한 리메이크 연출. 그의 행보는 또 다시 예측 불가이다.

과연 30년 만에 선보인 '매드맥스'는 어떤 분위기로 연출되었을까. 궁금함을 풀어줄 수 있는 단서를 노래에 비유하겠다. 1980년대 히트곡 '단발머리'는 당시엔 꽤나 비트감이 넘치고 가사도 쉽게 따라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들으면 가사가 귀에 쏙쏙 쉽게 들어올 것이다. 1990년대 강력한 리듬감의 힙합으로 가요계를 풍미했던 듀스의 노래들도 지금 들으면 따라잡을 수 있는 경지의 비트이다. 하지만 요즘 아이돌 그룹들의 노래를 들으면 가사가 영 귀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

조지밀러의 2015년 '매드맥스'는 시대에 변화에 맞춘 속도감을 스크린에 제대로 구현해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요즘같이 디지털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거의 모든 대부분의 액션을 CG의 기술력을 빌리지 않고 아날로그로 구현해냈다는 점이다.

이 놀라운 질주는 영화가 시작되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멈추지를 않는다. 영화의 배경은 원작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폐허가 된 음울한 지구의 모습이다. 물조차 쉽게 구할 수 없는 황폐화된 지구를 지배하는 독재자 임모탄은 입맛을 다실만큼의 물만 배급하는 통제권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임모탄 또한 온전한 모습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 아마도 핵 오염에 노출되어 산소마스크 없이는 삶을 연명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른 것이라 보인다. 임모탄은 여자들을 납치하여 지속적으로 상태가 양호한 후손들을 양산하려 한다.

임모탄의 폭정에 항거하기 위해 그의 밑에서 작전총책을 담당하던 여전사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가 임모탄의 여인들을 납치하고 폭거를 일으키려고 하면서 영화의 본격적인 속도감이 발휘되기 시작한다. 영화의 주인공 맥스(톰 하디)는 가족들을 지키지 못한 악령에 시달리며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임모탄의 무리들에게 납치된다. 정상적인 인간의 피가 모자란 워보이들에게 피를 수혈해주기 위해 자동차에 매달린 채로 얼떨결에 퓨리오사와 임모탄의 무리들과의 추격전에 참여한 맥스는, 사막 폭풍 더미 속의 난장판 속에서 탈출에 성공하고 퓨리오사 일행들과 우여곡절 끝에 합세하여 임모탄의 무리들과 맞선다.

영화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자동차 추격씬이다. 그리고 미친 듯이 질주하는 자동차 추격씬의 광기의 강도를 더욱 높여주는 것은 임모탄 무리 속에서 빨간 내복을 입고 기타를 연주하는 기타리스트의 광기 넘치는 배경음악들이다. 이 설정은 영화를 본 대부분의 관객들이 두 손 치켜들고 돋보이는 설정으로 칭송한다.

빨간 내복 기타리스트가 없었다면 영화의 미친 듯한 속도감의 매력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멜 깁슨에 이어 2대 맥스 역을 맡은 톰 하디의 카리스마 또한 영화의 매력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다. 2012년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살벌한 캐릭터 베인 역을 통해 존재감을 보여준 톰 하디는 시종일관 악령에 시달리면서도 놀라운 생존본능을 발휘하는 맥스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맥스 못지않게 과거에 아픈 사연이 많았던 여전사 퓨리오사 역의 샤를리즈 테론 또한 강력한 카리스마를 구현하면서 새로운 여전사의 탄생을 알린다.

액션장면을 보면서 감탄하고 순간 소름지수가 절정에 달하는 경험을 스크린에서 맛본 것은 1999년 '매트릭스' 이후 처음인 듯싶다.

70세 넘은 감독이 연출했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놀라운 속도감과 광기가 지배하는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올해 최고의 발견으로 꼽힐만하다. 시대의 변화에 맞추다 못해 앞서가는 70세 노장 조지 밀러 감독을 통해 진정한 노장의 가치란 무엇인지를 확실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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