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텐츠의 시대, 지상파방송의 편성전략을 바꾸다
잇따른 비지상파 방송의 활약을 감안해 볼 때, 이제 방송은 ‘플랫폼 시대’를 넘어 본격적인 ‘콘텐츠 시대’로 접어드는 듯 보인다. 지상파 방송이라고 해서 무조건 시청률이 보장되던 시대는 빠르게 지나가고 있으며, 비록 변방의 채널에서 방영된다 할지라도 재미와 공감만 잡는다면 얼마든지 화제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1%만 넘어도 대박이라 평가받던 케이블 프로그램이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고, 소수점 자리에서 싸움하던 종편 방송이 지상파를 능가하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바로 ‘콘텐츠’의 힘이다. 나영석 PD가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1인자 유재석의 JTBC 진출이 이뤄진 것 역시 ‘플랫폼 시대’에서 ‘콘텐츠 시대’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틈새시장을 겨냥한 비지상파방송의 활약으로 인해 공고했던 지상파방송의 편성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KBS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예능드라마 <프로듀사>가 금요일과 토요일에 자리잡은 것은 바로 지상파의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사실, 이 시간대는 tvN에서 <삼시세끼>를 편성하여 재미를 본 시간대다. 비록 시간대는 다르지만, <미생> 역시 금-토 저녁시간을 노리면서 새로운 황금시간대를 발굴한 바 있다. 그간 지상파 방송에서 주말 드라마를 토요일과 일요일에 편성했던 것에 비춰보면 도전과 모험임에 틀림없으며, 신선한 발상의 전환이었던 셈이다.
주말 드라마에 대한 개념을 ‘금-토’로 바꾼 비지상파방송은 평일 ‘10시 드라마’에 대한 공식마저 깨뜨리려 하고 있다. 바로 지상파 방송에서 드라마를 방영할 때, 비지상파방송은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하며 ‘맞불’을 놓고 있는 것이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와 tvN <집밥 백선생>은 각각 지상파방송의 드라마와 경쟁하며 3~4%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나름 선전하고 있다.
이로써 시청자에겐 선택이 폭이 넓어졌다. 플랫폼 시대에는 저녁 10시만 되면 무조건 드라마를 봐야 했지만, 콘텐츠 시대로 접어들면서 예능과 드라마 중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골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과연, 비지상파방송의 활약은 불문율처럼 굳어진 지상파 방송의 ‘10시 드라마’ 공식을 깰 수 있을까? 콘텐츠 시대로 돌입한 방송환경이 지상파방송의 편성전략을 어떻게 바꿀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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