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반전은 없을 것 같았던 MBC <복면가왕>이 또 한 번 일을 냈다. 이번에는 성별을 뒤집는 것으로 연예인 판정단과 일반인 판정단, 그리고 시청자의 허를 찔렀다. 그야말로 역대급 반전을 선보이며,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편견 없는 노래 대결’의 의미를 한층 더 높인 것이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백청강. ‘미스터리 도장신부’라는 닉네임과 가면을 쓰고 출연한 백청강을 남자라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백청강은 지난주 1라운드에서 ‘우리 사랑 이대로’의 여자 파트 부분을 소화했으며, 지난 7일 방송에서는 왁스의 ‘화장을 고치고’를 불렀다. 단순히 여자 키로 노래를 부른 것이 아니라, 음색과 감성에서도 여성성이 묻어나와 당연히 여자가수라 생각했던 것이다. 연예인 판정단이 줄줄이 여자 가수의 이름을 언급하고, 백지영과 같은 연배의 경험 있는 가수라 예측한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었다.
만약 여자노래가 아닌 남자노래를 불렀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백청강은 기꺼이 ‘핸디캡’을 떠안았다. 그 이유는 바로, <복면가왕>이 단순히 우승을 하거나 혹은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노래를 하는 무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가왕’이라는 자리가 있기는 하지만, 그 누구도 이 ‘가왕’이란 타이틀에 목을 매진 않는다. 지금껏 <복면가왕>에 참가하여 환하게 웃고 돌아간 다양한 가수·배우·개그맨들이 그러했듯, 대부분의 도전자들은 이름과 얼굴 그리고 자신의 경력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목소리 하나만으로 무대를 꾸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히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노래와 예능을 접목시킨 몇몇 프로그램에서는 때때로 승부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를 부담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꼭 이겨야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무대에 오르니 그 긴장감이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단순히 승패만을 강조하는 무대가 오히려 불편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러나 <복면가왕>은 다르다. 비록 경연의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승패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이는 제작진과 참가자, 그리고 판정단 모두 마찬가지다. 오히려 탈락 후 가면을 벗었을 때 더욱 많은 관심을 호응을 받는다. 참으로 역설적이지만, 바로 거기에 <복면가왕>만의 매력이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단언컨대, 편견을 걷어내면 훨씬 더 많은 것이 보인다. 그것은 실력일 수도, 매력일 수도 있다. 개성일 수 있으며, 가능성일 수도 있다. 성별이라는 편견마저 깨트려준, 그래서 경연을 축제로 만든 <복면가왕>이 앞으로도 더 많은 ‘복면’을 통해 우리 안에 자리 잡은 편견의 벽을 깨트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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