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자 <경향신문>에는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양화대교 교각 사이에서 폐기물이 대거 발견된 것인데 규모가 33톤에 이르고 이 때문에 평균적으로 12미터 되는 수심이 4미터로 얕아 졌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무자격 부실업체에게 철거를 맡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가 뇌물을 받았고, 자격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승인해준 서울시 공무원들이 적발되었다. 특히 철거업체는 철거과정에서 나온 철제를 되 팔아 1억원이 넘는 부당이익도 챙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전형적인 토건 비리인 셈이다. 이에 관련된 사람만 23명에 이른다.

▲ 5월 21일자 경향신문 기사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비리의 규모만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발견되는 과정인데 과연 서울시를 비롯한 행정기관이 과연 자정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남기기 때문이다. 기사에 따르면, 자살자를 인양하기 위해 경찰이 양화대교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으면 덧붙여 재수없게 12번 교각 주변을 탐문하지 않았으면 완전범죄가 될 뻔했던 사건이었다. 수중에 내려간 경찰이 '어, 뭔가 걸릴 깊이가 아닌데?'라는 상식적인 의심을 품지 않았다면, 해당 보고를 받은 서울경찰청이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으면 말이다. 씁쓸한 것은 논란이 된 양화대교는 2011년 초입부터 2012년까지 가장 중요한 서울시의 현안이었고 어떤 사안보다 시민사회의 개입이 컸던 사업이었다는 데 있다. 그렇게 일거수 일투족이 관심사인 양화대교 사업에서도 벌어진 사건이, 수백억 예산이 오가는 각종 도로, 터널 개설사업이나 민자사업에서 이러나지 않는 것을 누가 보장할 수 있는가 말이다.

태초에 한강운하가 있었다

2006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서울시장이 된 오세훈은 취임 직후 한강르네상스 계획을 발표한다. 이 사업의 주요 골자는 주운건설과 수변문화공간 조성, 경관개선 등을 실시하겠다는 것이었는데 가장 핵심적인 사업이 당시 이명박 정부가 2조 2,458억원을 들여 추진한 아라뱃길을 연결하는 한강운하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를 서해뱃길 조성사업으로 불렀다. 이를 위해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추진 중이던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용산항을 지정하는 한편, 카지노 유람선 도입 등을 추진했다. 당연히 당시 진보신당 등 서울지역 야당들과 서울환경운동연합, 문화연대와 같은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들은 '한강운하백지화서울행동'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서울시가 추진하는 한강르네상스 계획, 그 중에서도 한강운하 계획을 집중적으로 대응했다.

특히 쟁점이 되었던 부분은 서울시가 말하는 한강운하의 경제성과 관련된 사항이었다. 서울시는 한강운하를 통해서 중국인 관광객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류가 직접 공급될 것이라며 경제성을 자신했지만 정작 아라뱃길에서 한강운하에 이르는 경로에 경관적 요인이 별로 없어 관광자원으로 매력이 떨어지고 물류의 측면에서도 육상운송이 더 빠르고 싸게 나를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조소의 대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여의도와 용산을 국제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추가적으로 관광용이든 물류용이든 실질적으로 수심이 낮아서 적정선박이 들어올 수 없는 점이 지적되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강 바닥을 긁어내는 준설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면 된다고 맞섰다. 당시 상황은 무슨 말만 하면 점점 얼토 당토 않는 대안이 나와 질색하게 만드는 일이 반복되었다.

▲ 오로지 한강운하를 되돌릴 수 없는 사업으로 만들기 위한 '몽니' 사업인 양화대교 구조개선 공사는, 희대의 에스자 교량을 탄생시켰다(위). 당시 진보신당서울시당 등 서울지역 야당과 서울환경운동연합, 문화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한강운하백지화서울행동'을 만들어 활동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뭐하나 뚜렷하게 추진되는 일이 없었다. 가시적으로 한강운하가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확증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했고 하필이면 양화대교가 희생양이 되었다. 사실 서울시가 내놓은 계획에도 한강의 몇 몇 교량의 교각 간격이 선박 운행에 비좁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필요성 자체는 백번 양호한다 해도 아예 한강운하를 할지 말지 자체도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화대교의 교각부터 고치겠다고 나선 것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처사였다.

오세훈의 몽니보다 무서운 관료의 몽니

전임 이명박 시장의 불도저에 버금가는 몽니를 오세훈 시장이 보여주었지만, 그와는 다른 측면에서 양화대교 구조개선 사업은 ‘책임지지 않는’ 관료 조직의 문제를 보여주기도 한다. 2010년 지방선거의 결과도 오세훈 시장은 재선되었지만 시의회는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다수당으로 되어 ‘여소야대'의 국면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무상급식과 양화대교 구조개선 사업이 주된 쟁점 사항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서울시의회는 2011년도 예산심의 과정에서 양화대교 구조개선 사업비를 전액 삭감했다. 그동안 문제성 사업으로 지적되었던 해당 사업을 남겨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대신 ‘예비비를 써서 하든 마음대로 하라'며 엄포를 놓았다. 실제로 서울시는 2011년 2월부터 예비비를 사용해 공사를 재개했고 그 해 5월에 하류 쪽 아치가 개통된다. 이제 남는 것은 다른 한 쪽인 상류 쪽이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양화대교 공사는 중단 없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해괴한 보도자료를 배포한다. 이 자료가 흥미로운 것은, 서해뱃길 사업의 정당성을 위해 서울시의회의 다수파인 민주당 의원들을 직접 겨냥했다는 사실이다.

▲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2011년 5월에 제작해서 배포한 양화대교 공사재개 설명자료 중 일부

이 자료에는 2006년 지방선거 당시 강금실 후보와 2007년 대선 당시 정동영 후보의 한강운하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서해뱃길 사업은 여야를 막론하고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실 서울시의 입장에선 당시 서울시의회가 양화대교 공사를 반대하는 것은 어떤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오로지 오세훈 시장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였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문제는 이런 정치적 대응을 서울시의 사업부서가 직접 수행했다는데 문제가 있다. 도시기반시설본부는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대형 건설사업의 공사를 책임지는 부서다. 이 부서의 이해관계는 대형건설 사업이 있는데 있다. 만약 자신들이 관리하는 사업의 규모가 적어지면 존재 의의가 없는 것인데, 입찰 답합사건으로 말 많던 지하철9호선 1단계 공사, 각종 경전철 공사도 도시기반시설본부의 사업이다.

이렇게 정치적 대응을 불사하면서도 양화대교 공사는 꼭해야 된다고 주장했던 도시기반시설본부는 2014년 7월 도로시설과에 양화대교 수중촬영 협조요청을 한다. 이상하지만, 도시기반시설본부는 공사가 끝나면 다시 소관부서로 시설관리를 이관하기 때문에 실제 운영에 대해서는 권한이 없다. 아닌게 아니라 지방선거 직후인 2014년 7월 14일자 MBC 보도에서 수중 폐기물과 관련된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보도는 “당초 서울시 계획대로 대형유람선이 다닐 경우 강에 쌓인 철근과 콘크리트에 배 밑 부분이 닿을 수 있습니다. 대형 유람선의 통행을 위한 확장공사가 무용지물이 된 셈입니다"고 지적했다.

▲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시행한 수중촬영 협조 공문. 문제시되었던 교각의 위치를 특정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경찰조사 결과 비위사실이 드러난 공무원들은 대부분 도시기반시설본부 소속 공무원들이었다. 이들이 실제 수중 폐기물 조사를 진행한 것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없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의 비위 사실이 사회적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도시기반시설본부에서 수행한 수중 촬영의 이유가 ‘정말 수중 폐기물이 있는지'였다면, 추후 행정 조치가 있었어야 했다. 과연 도시기반시설본부는 수중 폐기물을 확인하고 나서 지난 10개월 동안 무슨 일을 했던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양화대교 문제, 여전히 미봉되어 있다

만약 그대로 한강운하가 추진되었으면 어땠을까. 아마도 한강운하의 첫번째 작품은 대형 선박침몰 사고 였을 것이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만한 상황을 서울시 공무원들이 몰랐을 리 없다. 그러면 결국 한강운하는 백지화되었기에 선박 운항은 가능하지 않은 상황을 전제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말이 된다. 이런 이들을 그냥 두어서야 되겠는가. 타당하지도 않은 계획을 추진해 놓고도 여전히 존속되고 있는 한강사업본부는 왜 여전히 존손될까. 현재 서울특별시 행정기구 설치조례에 따르면, 한강사업본부의 사업 범위에 여전히 “한강주운 및 수변개발 기본계획 수립"과 “한강접근성 향상 및 경관개선 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박원순 시장만 한강 운하를 포기했을 뿐 서울시라는 행정 조직은 한강운하를 포기하지 않았다. 왜 행정 조직의 개편이 이루어지지 않는지 이해할 길이 없다.

또한 서울시 관급공사에서 현대산업개발은 배제되는 것이 맞다. 개인의 일탈을 법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과하다 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시민의 세금으로 진행되는 관급공사의 경우에는 높은 공익성을 요구하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이럴 경우 피해가 무작위 시민에게 전가 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담합이 드러난 건설 회사는 퇴출 시키는 것이 맞다. 다음으로 이와 연관된 공무원들은 앞으로 유사 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아마도 내부적으로는 경각심보다는 '재수 없어서 걸렸다'는 분위기가 팽배할 것이다. 다수의 선량한 공무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비위자는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적용되어야 할 원칙은 권한에 비례하여 징계가 높아져야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일선 책임자가 1차적 책임자가 되지만 공직사회는 결정 권한이 큰 사람이 업무를 어떻게 바라 보느냐에 따라 세부적인 사업 추진의 결이 달라진다.

박원순 시장이 재보궐에 당선된 후에도 양화대교 건설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에는 엉뚱하게도 상류 부분 공사가 이미 진행된 탓이었다. 이는 주민투표 당시 시장권한 대행이었던 권영규 행정부시장이 위법적인 업무 지시를 했고 도시기반시설본부는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 해 집중 호우로 상판이 기울어지는 일이 벌어졌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보궐선거로 취임한 박원순 시장은 오세훈 전시장의 마지막 한강사업본부장을 대변인으로 앉히며 대인배 포용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그만큼 오랜 기간 한강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한강운하 백지화 서울행동' 구성원들은 절망감을 맛보았다.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가장 첫 번째의 항의 방문은 바로 이 때문에 이루어졌고, 이 자리에서 박원순 시장은 “공무원을 잘 설득할 자신이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공무원은 규정과 근거에 의해 움직인다. 이를 바꾸지 않고 설득 만으로 관료 조직을 움직일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현재 서울시의 난맥을 설명하는 적지 않는 이유를 ‘양화대교'가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상철 _ 2004년부터 진보정당의 당직자로 서울시 행정을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역할을 맡아 일하고 있다. 현재는 노동당서울시당 위원장이며, 문화연대, 나라살림연구소, 예술인소셜유니온에서도 활동 중이다. <정치를 탐하다>(2014,꿈꾸는사람들), <무상교통>(2014, 이매진)이라는 책을 펴냈으며 <모두를 위한 마을은 없다>(2014, 삶창)라는 책에 참여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가 노동과 인간중심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도시사회주의자'의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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