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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정기국회는 악법 전람회장”민변, 신문법 개정안 등 정기국회 16개 법안에 입장 발표
정영은 기자 | 승인 2008.11.13 11:40

“신문법,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사이버모욕죄 등 정부여당의 언론 및 인터넷 관련 법률이 입법된다면 민주 문명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지난 12일 올 정기국회에 정부·여당이 제출한 언론 및 인터넷 관련 법률을 비롯해 핵심 16개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민변은 "2008년의 끝을 향해가는 지금, 촛불로 민주주의와 민생에 대한 요구를 가감없이 하던 국민들의 소망이 모조리 부정당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인권과 민주주의 후퇴를 제도화해 마무리지으려 한다. 2008년 정기국회는 악법의 전람회장이 되고 말았다"고 맹비난했다.

   
  ▲ 지난 12일 열린 '정기국회 핵심 16개 법안'에 대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입장발표 기자회견 ⓒ 민변  
 
이날 발표된 16개 법안은 △집회관련 3대 법안(집회및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불법집단행위에 관한 집단소송법 제정안·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개정안)과 △국정원 관련 3대 법안(국가대테러활동에 관한 기본법 제정안·국가정보원법 개정안·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언론/개인정보 관련 4대 법안(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사이버모욕죄 도입관련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안·정통망법 개정안 및 형법 개정안) △민생관련 법안(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사법 관련 법안(공직자윤리법 개정안·변호사법 개정안) △인권,여성 법안(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병역법 개정안) 등이다.

특히 민변은 정부와 한나라당의 언론 관련 법안에 대해서 ‘민주주의의 기본 토대인 헌법상의 기본권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봉쇄하는 법안’이라며 조목조목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 = 민변은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 대표발의안, 심재철 의원 대표발의안 및 정부의 주장 등에 대해 모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7월14일 제출된 김영선 의원안은 인터넷 홈페이지 초기 화면을 기준으로 뉴스면이 50% 이상인 매체는 ‘인터넷 신문’으로, 50% 미만인 매체는 ‘기타 인터넷간행물’로 정의하고, 기타 인터넷간행물은 보도와 논평 등 여론조성 기능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김영선 의원 신문법안, 합리적 이유 없이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

이에 민변은 “해당 개정안은 ‘인터넷 언론의 공정한 경쟁 및 공공성 확보, 뉴스의 질적 향상 및 독자의 권익보호를 위하여’라는 추상적인 이유를 들면서 ‘기타 인터넷간행물’은 보도와 논평 등 여론조성 기능을 할 수 없도록 해 언론의 자유(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면서 “포탈사업자가 보도·논평 등의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초기화면에서 뉴스면이 차지하는 비율이 반드시 50%이상이 되도록 하고, 그 미만이 되면 보도·논평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이어서 포털 사업자의 자유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초기화면에서 뉴스면의 비율이 ’50%이상‘이라는 기준에 대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설정된 기준으로 언론의 자유와 영업의 자유를 크게 제한하고 있다”면서 “초기화면에서 뉴스면이 50%이상이 되어야 보도·논평 등의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러한 제한이 없는 잡지 등 인쇄매체와 비교할 때 불평등한 제한”이라고 덧붙였다.

심재철 의원 신문법안, 포털의 영업자유 과도하게 제한

또 민변은 지난 7월 24일 심재철 의원이 대표발의한 신문법 개정안(인터넷 포털이 다른 매체가 생산한 기사를 편성하는 경우 본 기사의 제목 및 내용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함)에 대해서 “현재의 포털은 본 기사의 제목 및 내용을 본질적인 면에서 변경을 가하고 있지 아니하며, 변경을 가할 것인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본 기사의 제공자와 포탈 간의 기사 사용에 관한 계약에서 당사자들 간에 사적으로 정할 것이지, 이를 국가가 법으로 강제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면서 “언론의 자유(표현의 자유) 및 영업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는 현행 신문법의 신문, 방송 간의 교차소유(겸영) 금지 규정에 대해 “인터넷 등 비 방송용 미디어를 통해 시각의 다양성이 보장되고 있기 때문에 교차소유를 통한 시장효율성 증대를 위해서 기존의 신문·방송 교차소유 제한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문·방송 겸영 허용, 여론 독점 확대

이와 관련해 민변은 △변화된 뉴스 이용행태에서도 인터넷 미디어는 주로 신문·방송·통신 등 기존의 미디어사업자로부터 그 콘텐츠를 제공받는 것이 대부분이라 기존 미디어 시각의 확대일 뿐이라는 점 △주요 국가들의 언론법제는 나라마다 다양하지만 공통으로 ‘여론 독과점의 방지’와 ‘다양성의 보장’이라는 이상을 추구하고 있어, 방송과 신문의 교차소유의 문제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론 독점 방지의 차원에서 규제의 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점 △이미 3개의 거대 보수신문사들이 신문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신문·방송의 겸영이 허용되면, 보수신문사들의 논조가 TV겸영을 통해 확대되며 소수신문들의 고사를 초래할 것. 이로 인해 여론의 다양성은 크게 훼손되고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자체의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 “신문·방송 등 기존 미디어에 대한 소유 규제 완화는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안 = 지난 8월12일 입법예고된 행정안전부(행안부) 장관의 안에 대해 민변은 “헌법재판소(2005. 5. 26. 99헌마513, 2004헌마190(병합))도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단순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문제가 아닌 민주주의와 인권의 핵심적 보루임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행안부의 제정안은 17대 국회의 합의수준보다 후퇴하였고, 국제적 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해  대폭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개인정보보호법안, 유례없는 퇴행 입법…대폭 수정 필요

또 개인정보보호 감독기구의 권한을 전자정부 추진의 주무부서로서 개인정보 침해의 우려가 가장 많은 업무를 담당하는 행안부 장관에게 귀속되게 하고, 개인정보보호 감독기구를 아무 권한도 없는 자문기구로 한 것에 대해 민변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퇴행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개인정보보호원칙에 법률적 효력 부여(안 제3조)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시 정보주체에 대한 충분한 권리보호(안 제15조~18조)를 할 것 △악용될 소지가 있는 개인정보 열람의 제한(안 제33조) △익명권의 보호 원칙 신설 △집단분쟁해결 절차의 도입 △벌칙 또는 과징금의 강화 등을 제안했다.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지난 9월1일 입법예고한 정보통신망법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에 대해서 민변은 조항별 의견을 통해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민변은 정보보호 실태조사(제6조) 조항에 대해 “방통위가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자료의 범위가 특정되지 않아서 정부기관에 의하여 개인정보의 부당한 수집,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부당한 통제 등을 위해 악용될 소지가 있다”면서 “방통위의 자료 제출 요구권은 삭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통위 정보통신망법안, 개인정보의 부당한 통제·수집 ‘악용’ 우려

또 “방통위의 침해사고 발생시 정보통신망 접속 요청권(제53조)은 삭제되어야 한다”면서 “해당 조항은 방통위에게 서버 접속권을 주는 경우 기업의 영업비밀이나 이용자의 개인정보 등 중요한 정보가 노출될 우려가 있고, 해당 정보는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변은 논란이 되어온 ‘불법정보 유통방지(제124조)’ 중 특히 ‘불법정보 유통 방지를 위한 모니터링 의무 부과(제2항)’의 경우 “불법정보 유통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법적인 책임 회피를 위해 서비스 제공자들이 광범위하게 게시물 삭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되어 이용자들의 정당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으므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방통위의 삭제명령권(제3항)도 “삭제되어야 한다”면서 “어떠한 정보가 불법정보인지는 사법부에서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이버모욕죄 신설 및 제한적 본인확인제 도입 개정안 = 고 최진실씨 사망 이후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전격 도입 논의가 시작된 한나라당과 정부의 사이버 모욕죄 관련 법안에 대한 입장도 나왔다. 민변은 지난달 30일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법일부개정법률안과 이달 3일 나경원 의원의 대표발의법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이달 5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정보통신망법 관련 개정 결의 내용 등을 검토해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하여야 할 만큼 형법상 처벌의 공백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변은 해당 법안에 대해 “컴퓨터사용사기죄나 사이버명예훼손죄의 경우와 사이버모욕죄는 다르다”면서 “사이버 공간의 모욕 행위에 대하여도 기존의 형법상 모욕죄 규정(제311조)이 적용된다는 것은 법리적인 논쟁이 되지 않는 명확한 문제이며, 사이버 공간에서의 모욕죄 적용에 대하여는 대법원을 비롯한 각급 법원의 판례가 상당수 축적되어 법리가 확립되어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이버모욕죄 신설, 현행 형법체계 무시한 것

또한 모욕죄에 비해 형사적 처벌이 강화된 사이버모욕죄 신설에 대해 “이는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를 근거로 모욕죄를 비범죄화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모욕죄를 비친고죄화하여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 것에 대해 “모욕죄의 본질과 형사법의 체계를 무시하는 것이며, 모욕죄에 대한 수사를 이유로 사이버공간에서의 표현 행위에 대한 광범위한 통제를 가능케 하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7월 방통위가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에서 인터넷 본인확인제를 확대 실시하겠다는 계획(1일평균 이용자수 10만명 이상 정보통신 사업자)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 법무부에서 1만명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후, 지난 5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구체적인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식으로 의결됐다.

한국 인터넷 규제는 이미 과잉입법 상태…인터넷 본인확인제 '불필요'

이와 관련해 민변은 미국 연방대법원과 유럽의회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인터넷 공간에서 익명으로 표현할 자유는 헌법상의 권리로서 보호되는 것”이라면서 “본인확인제 시행으로 악플이 감소하였다고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반면, 본인 확인제 실시 이후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chilling effect)가 크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우리의 인터넷 상황은 공직선거법,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법, 형법 등에서 이미 과도한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어 규제강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오히려 과잉 입법에 의한 인터넷 공간의 왜곡이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며 ‘인터넷 본인확인제 도입 반대’를 강조했다.

민변의 이번 ‘2008년 정기국회 핵심 16개 법안에 대한 입장’은 민변 홈페이지(www.minbyun.org)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앞으로 민변은 이들 법안의 문제점을 알리는 한편, 인권시민단체들과 함께 정부와 국회의원들에게 설득작업을 벌여나갈 방침이다. 

정영은 기자  hand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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