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가 최근 저작권 문제로 곤혹스런 상황을 맞았다. 국외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 권리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는 17일부터 KT가 방송법의 의무재송신 규정에 따라 EBS 의무재전송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7일 KT를 시작으로 IPTV 상용화 서비스기 개시될 예정인 가운데, 현재 IPTV의 최대 콘텐츠인 지상파방송 실시간 재전송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SK브로드밴드와 LG데이콤 등은 다음달 12일 상용서비스를 실시한다.

EBS는 지상파방송 재전송 협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KBS1과 함께 의무재전송 송신 대상으로 묶여 있어 KT와 지상파방송 KBS2, MBC, SBS 등의 재전송 협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EBS Plus 1, 2 등에 대한 채널 제공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이들 채널 역시 상당수 국외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어 대체편성을 하지않고는 채널 제공이 불가능한 형편이다. 특히 최근 런칭해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고있는 EBS English 채널의 경우 국외 프로그램 편성비율이 20% 가량 되어 대체편성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체편성이란 저작권을 확보하지 않은 국외프로그램을 재전송에서 제외시키고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신하거나 해당 방송시간을 비워두는 것을 말한다.

▲ EBS 홈페이지 캡처
EBS의 국외프로그램 비중은 타 지상파방송사보다 높은 30% 수준으로, IPTV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방송 저작권 권리 확보는 안 된 상황이다. 지상파방송사에서는 국외에서 프로그램을 사올 때 지상파방송 이외의 플랫폼, 즉 케이블방송 등을 고려해 적절한 비용을 들여 국외 방송프로그램을 구입하고 있다.

그러나 신생 플랫폼인 IPTV를 고려한 저작권 확보는 아직 미비한 상황으로 30%대의 국외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는 EBS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저작권 권리가 확보되지 않은 국외프로그램이 IPTV에 재전송될 경우, 저작권 위반 소송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EBS는 자체적으로 방송법 및 IPTV법 등을 영문번역해 국외 프로그램 공급자들에게 국내법에 의한 반대급부 없는 의무재송신이라는 해명을 하며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국내사정과는 무관한 국외프로그램 공급자들에게 설득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IPTV 재전송에 따라 국외프로그램의 가격 상승도 예상된다. EBS 관계자는 “IPTV가 외국에선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홍보되는 등 벌써부터 프로그램 가격상승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의무재전송에 묶여 새로운 수익은 발생하지 않으면서 국외프로그램 가격 상승 등 제작비만 올라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IPTV 재전송에 따른 저작권 문제는 EBS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타 방송사에서도 영화 등의 메이저급 프로그램들에 대해서는 추가비용이 300% 이상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으며, 기존 공급선도 끊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 국외프로그램 구매 담당자들의 의견이다.

지상파방송사에서 프로그램으로 편성하고 있는 올림픽, 월드컵 등 스포츠 중계, 국외 드라마·영화 등에서 저작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EBS의 비중만큼은 아니지만 지상파방송에서도 국외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으며, 이 역시 저작권 확보는 미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상파방송사에게 ‘떠맡기기’식 태도를 보이고 있는 방통위로 비판이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 방송협회에서 서면 질의를 통해 지상파 재전송의 정의에 대한 해석과 저작권 문제를 제기했으나 방통위는 추가적인 협상을 통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계 일각에선 국외프로그램과 관련한 저작권 문제와 가격 상승을 피하기 위해 ‘대체편성’과 지상파 재전송을 채널제공사업화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이 또한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이와 관련해 윤성옥 방송협회 연구위원은 “저작권 문제는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볼 수 있으나 방통위, 문광부 등 정부 부처가 손을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법적 미비 상황을 보완하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방송법, IPTV사업법, 저작권법에 대한 정비를 주문했다.

또 윤 연구위원은 “국외프로그램 제작사에서 고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IPTV사업자와 지상파방송사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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