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한전)의 자료를 믿어야하지 않을까요? 한전 관련 내용은 1분여밖에 안 된다. (돈을 받고)방송을 만들었다면 그렇게 만들지 않았을 것”_MBN
“눈이 나쁜 사례자였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안경’이라고 생각했고 구성상 연출이었다…(중략)…사전취재를 할 때 아로니아 판매자라는 것을 알았지만 기업형이 아닌 농가였고 아로니아를 먹고 시력회복된 것이라면 효능을 검증하는 사례자로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_MBN

‘돈 받고’ 제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MBN <천기누설>과 <경제포커스>에 대한 정작 제작진들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약탈적 불법 광고 영업 일지가 공개된 이후 MBN 시사교양 및 보도프로그램을 ‘신뢰할 수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제작진들의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심의소위(위원장 김성묵)는 13일 MBN <경제포커스>와 <천기누설>에 대핸 심의를 진행했다. MBN <경제포커스> ‘이슈포커스’는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로부터 4400만원의 협찬금을 받고, 자원외교의 문제점을 다룰 때, 유독 한전은 ‘성공사례’로 부각시켰다. MBN <천기누설> ‘아로니아편’(1월 4일 방송)역시 한국인삼공사로부터 3000만원을 받아 제작됐다. MBN은 방송에 아로니아를 먹고 시력을 회복해 안경을 벗었다는 A씨를 등장시켰다. 그러나 이는 ‘거짓연출’이었고 A씨는 아로니아 농장을 경영하는 관계자였다.

MBN, “(돈을 받고)방송을 만들었다면 그렇게 만들지 않았을 것”

이날 방송심의소위에 의견진술차 출석한 MBN 보도국 산업부 정창환 부장(<경제포커스> 진행)은 “(해당 프로그램은)자원비리에 대해 다룬 것으로 석유공사나 석탄공사 등이 졸속으로 진행하다보니 막대한 세금을 낭비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며 “그런데 자원외교를 그런 식(부정적)으로만 볼 것이냐.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올바른 자원외교 방향에 대해 논의한 것”이라는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 MBN '경제포커스' 캡처

‘2013년 기준 3조원의 매출을 올렸고 2014년 4조5000억 원 매출이 기대된다’는 부풀리기 보도 대해 MBN 정창환 부장은 “한전 측에 문의를 했더니 지난해 1.7조 매출(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이 공시된 것은 50% 이상 지분을 가진 관계사만을 집계한 것이라고 했다”며 “3조원 매출은 계산법이 달라 차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50% 이하 지분을 가진 연결재무제표까지 본다면 3조원과 4조5000억 원이 맞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뉴스타파>의 보도는 MBN의 보도와 전혀 다르다. <뉴스타파>는 ‘광고가 된 뉴스, 영업사원이 된 기자’ 리포트에서 “4조5000억 원의 매출에 대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한전 해외사업본부에서도 알지 못하는 수치”라고 보도했다. 한전 해외사업본부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전혀 확인이 안 되는 매출”이라며 “MBN이 직접 취재한 적 없었고, 우리도 보도를 보고 오히려 홍보팀에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 소위 말해 황당한 뉴스가 나간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이에 대해서도 MBN 정창환 부장은 “<뉴스타파>가 누구와 인터뷰를 했는지 모르겠다. 해당 매출을 잡고 있다는 것은 다 보도가 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MBN 정창환 부장은 ‘한전이 자원외교 매출을 그대로 검증 없이 그대로 가져다 썼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히려 “공기업의 자료를 믿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렇지만 석유공사와 광물공사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업들의 검증을 통해 보도를 했다. 그런 점에서는 한전에 대해 ‘돈을 받고’ 홍보효과를 주기위해 일부러 부각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 방송 프로그램에서 정 부장은 “한전은 (자원외교)진행이 잘 되는 것 같다”, “전문회사다 보니 경험이 많은 것 같다”고 추켜세웠다. ‘한전 전문회사로서의 경험 살려 안정적인 자원확보’라고 자막을 내보냈다.

▲ MBN미디어렙 영업일지

정창환 부장은 “MBN <경제포커스> ‘이슈포커스’ 전체는 15분인데 한전 관련 내용은 1분도 되지 않는다”면서 “4400만원 받았다면 그렇게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한전 사례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지 않았겠느냐”라고 부인했다. 한전의 자원외교 실패 사례들에 대한 지적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 부장은 “(방송이 나간 시점에는)한전의 자원외교 문제점이 지금처럼 자세히 부각되진 않았었다”며 “결과적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진술을 마쳤다.

이날 MBN <경제포커스>는 ‘경고’ 1인(장낙인), ‘주의’ 1인(박신서), ‘권고’(김성묵), ‘문제없음’(함귀용·고대석) 등으로 심의위원들 간 제재수위가 갈린 채 전체회의에 회부됐다.

‘문제없음’을 주장한 고대석 심의위원은 “한전이 나온 것은 아주 작은 부분”이라며 “시사프로그램에서 그 정도 가지고 문제를 삼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함귀용 심의위원은 “보도내용은 기본적으로 한전에서 발표한 자료라는 점에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며 “한전이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한전이 잘못한 것이지 방송사의 책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돈 받고 제작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협찬을 받아 홍보하는 나쁜 짓을 했다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심의위 소관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MBN, A씨가 안경 방송사로 보내왔다 방송 “구성을 위한 연출”

<천기누설> 심의해 출석한 MBN 예능제작1부 김창재 PD는 “음식이나 식재료에 대한 효능 검증을 통해 국민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프로그램”이라며 “농수산 관련 내용을 다룸으로써 1차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이어, “프로그램의 특성상 (효과를 본)사례자들이 등장하는데 생산자들이 출연하게 된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을 위한 홍보를 위한 목적으로 방송을 제작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PD는 검증과정을 충분히 거쳤다고 강조했다.

▲ MBN <천기누설> 아로니아 편

‘안경’에 대한 연출에 대해 김창재 PD는 “실제 눈이 나빴다고 하기에 확인 차 안경을 요청했고 0.2 시력의 안경이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 같은 팩트를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 구성상 연출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김 PD는 A씨가 실제 안경을 방송사에 보냈다는 도입부가 거짓연출이었다는 점은 시인했다.

아로니아를 복용하고 효과를 봤다는 사례자 A씨가 아로니아 농장을 경영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MBN은 사전취재하는 과정에서 인지했으면서도, 사례자를 교체하지 않았다. MBN은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런(아로니아 효능에 대한 신뢰훼손) 우려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A씨가 기업형 생산자가 아닌 농가라는 점과 이 분이 아로니아의 효능으로 시력회복이 된 게 사실이라면 방송상 이 분에 대한 홍보를 주지 않는 다면, 아로니아 식품의 효능을 잘 검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_김창재 PD

김창재 PD는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판단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잘못은 인정했다. 이 대목 역시 <뉴스타파>는 안과전문의를 인터뷰해 “A씨는 외상성 백내장이었을 것”이라며 “이 경우 시간이 지나면 혼자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MBN 방송에서는 이러한 전문적 진단 없이, 아로니아의 효능을 부각시키기 위한 코멘트만을 내보냈다.

심의위원들은 MBN <천기누설>이 “시청자를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송에서는 식품의 효능을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도록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MBN이 이를 어겼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2조(의료행위 등)는 “방송은 식품·건강기능식품을 다룰 때에는 의약품과 혼동되지 않도록 그 효능·효과의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하며,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특정인의 체험 사례를 다룰 때에는 일반화시키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낙인 상임위원은 MBN <천기누설>과 관련해 “심의규정에는 식품을 섭취했을 때 나타나는 효능에 대해서 설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그런데, MBN은 그런 식품을 가지고 일부 사례자를 통해 효능을 강조했다. ‘개인의 효능일 수 있다’고 자막을 넣는다고 방송사의 역할이 끝나는 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신서 심의위원은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진실성인데 안경에 대한 설정 등은 사실을 조작한 것이 아니냐”라면서 “프로그램 전체에 대한 신뢰성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대석 심의위원은 “아로니아와 홍삼 판매자였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면 사례자를 바꿨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방송심의소위는 MBN <천기누설> ‘아로니아 편’에 대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2조(의료행위 등)와 제14조(객관성), 제46조(광고효과) 위반으로 ‘관계자 징계’(벌점 4점) 합의로 전체회의에 회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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