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신임 원내대표 선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언론은 후보들의 ‘계파’를 논하며 유불리를 점치고 있다. 다수 언론들이 이종걸, 김동철 의원은 소위 ‘비주류’로 분류되고 최재성 의원의 경우 정세균계로, 설훈 의원의 경우 민평련계로, 조정식 의원의 경우 손학규계로 분류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주류인 ‘친노’의 좌장인데 4·29 재보궐선거에서 전패한 상황이므로 아무래도 비주류 진영이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전망과 계파색이 엷은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교차하고 있다.

원내대표 선출은 국회의원들이 결선투표까지 거쳐서 하게 돼있다. 의원들 내부의 돌아가는 사정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섣불리 ‘예측’하는 게 의미가 없어진다. 그럼에도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이런 저런 예측과 전망을 쏟아내기 마련인데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경선에 대한 언론의 시각이 ‘계파’에 고정돼있다는 것 자체가 어떤 ‘증상’처럼 느껴진다.

▲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왼쪽 부터), 김동철, 설훈, 조정식, 이종걸 원내대표 후보가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합동초청토론회에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테면 새누리당을 보자. 새누리당도 유승민 원내대표 선출 당시 계파를 논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는 주류와 비주류의 구분 정도에 그쳤고 당청관계 변화에 대한 전망과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들의 정책적 색깔을 논하는 보도가 이어진 바 있다. 물론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당이 아니니 당청관계의 변화를 논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적어도 어떤 후보가 선출됐을 경우에 어떤 정치적 변화가 예상되는지 정도는 전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모든 전망을 오로지 ‘계파 분류’로 할 수 있는 정당으로 취급되고 있다.

그러니 원내대표 선출 기준이 오로지 여기에만 맞춰져서는 제1야당의 위상에 걸맞는 원내정치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새누리당의 예를 들어보자. 김무성-유승민 체제가 보여주는 것은 대표와 원내대표가 상호보완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상대적으로 보수적 지향을 가진 것으로 비춰지지만 유승민 원내대표는 중도적 색채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무성 대표는 ‘상도동계’ 특유의 화끈한 리더십을 발휘해 상황을 과단성있게 풀어가는 입장이지만 유승민 원내대표는 꼬장꼬장한 태도를 기반으로 소신론을 제기하는 스타일이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과거 비주류 출신으로 분류됐었지만 서로 다른 이러한 스타일이 나름의 시너지 효과를 내 현재의 새누리당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문재인 대표와 우윤근 원내대표의 관계는 무어라 평가하기 어려운 성격의 것이다. 양자가 강온전략을 나누지도 못했고 당내통합을 겨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도 못했다. 4·29 재보궐선거 패배 직후 문재인 대표가 낸 입장에 대해 우윤근 원내대표가 ‘짧고 굵은’ 메시지를 내놓은 것을 비교하며 두 사람의 메시지가 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던 게 대표적 사례다.

따라서 신임 원내대표는 최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이후 전략을 문재인 대표와 상호보완적 관계로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이런 ‘조언’도 현재 국면에서는 그리 생산적인 것은 못된다. 왜냐하면 ‘상호보완’을 말하기에는 오히려 문재인 대표의 이미지도 ‘친노 좌장’이라는 것 외에는 제대로 대중적 정립이 이뤄진 상황이 못 되기 때문이다.

보수언론은 늘상 ‘친노’라고 하면 무조건 ‘강경파’의 이미지를 덧씌워 의도적인 왜곡을 감행하고 있다. 심지어는 애초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을 칭했던 ‘친노’라는 이름을 뒤집어서 ‘강경파’에게 붙이는 기묘한 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즉, ‘친노이므로 강경파다’라는 명제를 ‘강경파이므로 친노이다’로 등치시키는 의도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문재인 대표의 이미지는 그러한 ‘강경파’의 것과는 거리가 멀다. 문재인 대표가 본격적으로 대권주자로서 각광받기 시작한 2011년의 상황을 떠올려보자. 비록 여러 논란이 휘말리기는 하였으나 당시 야권 지지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나는 꼼수다’의 출연진들은 문재인 대표의 공적 영역을 존중하는 품위있는 태도를 입을 모아 칭찬한 바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서 당시 백원우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고함을 지르자 문재인 대표가 나서서 정중히 사과를 했다는 것이다. 마음 속에 응어리가 있을 것이 분명한데도 절제된 사과를 하는 모습에서 정치인 이명박과는 대척점에 있는 어떤 선의를 발견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미지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이들의 주장은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문재인 대표의 인상은 신사적이고 품위있으며 합리적인 성격의 것으로 비춰진다. 이는 ‘개인의 특성’에 해당하는 영역으로서 쉽게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 대표를 두고 정치인으로서 거듭나야 한다며 어떤 ‘모략’에 능한 모습을 주문하기도 하는데, 이는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의 ‘유능한 정치’로서 구현되는 게 중요한 것이지 전략의 수준에서 논할 문제는 아니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오른쪽)와 우윤근 원내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표를 위한 무슨 전당적 맞춤형 이미지 전략을 쓸 게 아니라면 그가 잘 할 수 있는, 또 그러하리라고 기대되는 영역에 대한 책임을 맡겨놓고 나머지 부분은 지도부가 여러 형태로 분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문재인 대표가 자신의 온건하고 신사적인 이미지를 대중적 차원에서 어필하면서 다른 대권주자들과의 시너지효과를 내며 당 지지율의 상승을 독려하는 것에 주력한다면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권이 예고하고 있는 4대개혁 등에 대한 원내 대응을 지휘하고 이를 책임지는 방식의 역할분담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내대표는 원내전술의 상당부분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으며 임기응변에도 능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 특화된 인사를 원내대표로 선출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또, 이번에 선출될 신임 원내대표는 2016년 총선 준비를 앞장서서 지휘해야 할 막중한 임무도 지고 있다. 4·29 재보궐선거에서 드러난 야권의 분열을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수습해내야 하며 공정한 공천이나 당내 계파 갈등의 조정자로서도 나름의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독자적으로 ‘신보수’의 깃발을 들어올리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처럼 총선을 대비해 새로운 원내전략의 상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이슈파이팅을 하는 모습도 필요하다.

종합하면 원내대표의 선출은 2016년 총선까지의 전략에 대한 총체적인 밑그림 속에서 이루어져야 성공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선출을 바라보는 눈길들에서 그런 기대나 요구가 읽히지 않기 때문에 상황은 다소 비관적으로 비쳐지고 있다. 대다수의 후보들은 통합, 소통, 당내민주주의, 계파청산 등의 애매모호한 말만 내놓고 있다. 벌써부터 경선 과정에서 나온 어느 후보의 “떨어지면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심상찮다. 제1야당이 이번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좀 더 절박함을 가지고 정권교체의 초석을 놓는 행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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