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개혁안이 6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보수언론은 제각기의 관점으로 여야 합의안을 계속 비판하고 있다.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인상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1면 톱에 공무원연금개혁안 국회 처리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규칙에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이라는 표현을 못박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급률을 내리고 기여율을 높이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공무원연금개혁안과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로 인상안을 야당이 연계처리 시도하고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 조선일보 6일자 2면 기사.

<조선일보>는 이어지는 2면 기사에서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문제가 합의 3일만에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가 흔들리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를 ‘발목잡기’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인상 부분과 관련해 세대 간 갈등이 조장될 수 있고 이석현, 안철수 의원 등 야당인사들도 이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또 3면 기사에서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이 50%까지 인상되면 지역가입자들이 ‘보험료 폭탄’을 받게 돼 체납과 탈퇴가 잇따를 가능성도 있다고도 보도했다.

▲ 조선일보 6일자 사설.

특히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공무원연금개혁안 자체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검토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공무원연금개혁이 구조개혁이 아닌 모수개혁에 그쳐 재정적자라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6년 후 공무원연금의 적자 규모가 원위치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오늘이라도 여야를 더 설득해야 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국회가 통과시킨 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여당의 경우 국회선진화법과 야당 탓만 하며 사실상 손을 놓고 총선 때 공무원 표심만 걱정하고 있고 야당은 공무원노조의 변호인으로 나서고 있다며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 동아일보 6일자 1면 기사.

이처럼 <조선일보>가 공무원연금개혁안 자체에 대한 부분까지 문제삼으며 정공법을 구사하고 있다면 <동아일보>는 일종의 ‘아웃파이팅’을 구사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날 1면 톱에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한 여야합의안에 더해 정치권이 청년일자리와 직결되는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어 문제라는 내용의 기사를 배치했다. <동아일보>는 “총선, 대선을 앞두고 표와 직결되는 노·장년층에 매달리는 ‘표(票)퓰리즘’이 빚어난 폐단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면서 “일각에선 ‘세대 전쟁’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이어지는 2면에서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에 대해서도 부담이 커질 젊은세대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3면 기사에서는 청년일자리 66만개를 늘려줄 경제활성화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고 다시 지적했다.

▲ 동아일보 6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4, 5면에 일본의 연금체계와 복지제도가 포퓰리즘으로 인해 붕괴했다고 전하며 국민연금의 경우 “내봤자 부모세대만 수혜”라는 정서 때문에 일본 젊은층의 75%가 납부하지 않고 있음에도 일본 정부가 선거 때만 되면 무상복지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공무원연금개혁안에 대해 “110만 공무원 표를 지키기 위해 박근혜 정부와 여야 대표가 2000만 국민연금 가입자, 특히 젊은 세대에 엄청난 재정 부담과 빚더미를 떠안기는 셈”이라면서 “박근혜 정부 역시 미래세대의 신용카드로 공무원들의 밥그릇을 챙겨준 죄인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동아일보>의 이러한 보도 경향은 ‘미래 세대’를 반복 언급함으로써 연금개혁 문제를 일종의 세대 갈등으로 환원시키고 있는 셈이다.

▲ 중앙일보 6일자 3면 기사.

<중앙일보>의 경우 공무원연금개혁안에 대한 입장을 1면 등에서 강하게 피력하고 있지는 않지만 역시 관련 기사와 사설을 게재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3면에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개혁안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월 평균 3백만원 이하 중하위 소득을 올리는 공무원의 연금이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는 국민연금연구원 이용하 연금제도연구실장의 분석 결과를 전했다. <중앙일보>는 이에 대해 애초 공무원연금개혁을 논의한 목적은 재정 적자를 개혁하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중하위 공무원의 연금이 올라가는 것은 부적절한데도 여야가 이에 합의한 것은 공무원연금개혁안의 내용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언급을 인용했다.

▲ 중앙일보 6일자 사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국회가 공무원연금개혁안을 처리할 가능성을 논하며 “‘반쪽 개혁안’, ‘6년짜리안’이라는 이름으로 여기저기서 적신호가 켜졌는데도 여야가 합의를 내세워 신호위반을 하고 달리려는 것 같다”면서 “법사위든 본회의든 국회의원들이 이성적으로 판단해 반대표를 던져주길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이번 졸속 합의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책임이 크다”면서 “대권을 꿈꾸는 지도자라면 미봉책보다는 나라의 앞날과 국민들의 목소리를 더 무겁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모두 대권주자를 당대표로 두고 있어 이와 같은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으로 결국 ‘포퓰리즘’ 논리를 따르고 있는 셈이다.

다른 언론들과 마찬가지로 <중앙일보> 역시 ‘세대 갈등’을 언급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양선희 논설위원의 칼럼을 통해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인상 합의가 5~60대 세대에겐 좋은 소식이지만 젊은 세대의 부담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대다수 유권자인 장년층 비위 맞추느라 표(票) 안 되는 아이들한테 ‘독박’을 씌운 걸로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중앙일보>는 이하경 논설주간의 칼럼을 통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연금개혁 의지를 보인 것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하면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지 못해 여야가 허점 투성이 안에 합의한 것이라며 “이번 합의안이 실제상황이 되면 미래세대는 희망을 접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며칠째 이어지고 있는 보수언론의 이런 반발 때문인지 여야 모두에서 내홍이 벌어져 공무원연금개혁안의 본회의 처리가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점에 눈길이 쏠린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무성 대표와 김태호 최고위원이 여야합의안을 두고 충돌하는가 하면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5일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로 인상안에 대한 사실상 반대를 표명하는 등 상황은 격화되고 있다. 애초에 문제가 꼬이기 시작한 것은 보수언론이 공무원연금개혁과 관련해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부터이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의 뜻대로 정국이 ‘컨트롤’된다는 게 확인된다는 것은 무책임한 언론을 누구도 비판하지 않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수언론에 대한 강한 비판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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