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MBC <압구정 백야> 임성한 작가는 파격과 논란의 아이콘이었다. 임성한의 출세작 MBC <보고 또 보고>(1998)가 나오기 전만 해도 겹사돈은 대한민국 드라마에서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소재였고, 홀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던 은아리영(장서희 분)이 자신과 엄마를 버린 아버지와 의붓어머니를 상대로 복수를 벌인다는 MBC <인어아가씨>(2002)의 이야기는 충격 그 자체였다.
새 작품이 방영될 때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는 재미있었고 시청률도 높았다. 자극적인 설정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적도 있었지만, 스토리라인이 탄탄했고 흡인력도 좋은 편이었다. 적어도 SBS <하늘이시여>(2005)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SBS <신기생뎐>(2011) 이후,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는 예전과 같은 감칠맛이 나지 않는다. 오로지 자극을 위한 자극만 존재할 뿐이다. 현재 임성한 드라마를 둘러싼 주요 비판 중 하나인 뜬금없는 돌연사는 <하늘이시여>에서도 등장했다. 극중 영선(한혜숙 분)의 비밀을 알고 있는 소피아(이숙 분)가 개그 프로그램을 보고 박장대소하다가 숨을 거두었고, 영선의 첫 사랑이자 훗날 그녀와 재혼하는 홍파(임채무 분)의 아내 은지(김영란 분)는 교통사고로 드라마에서 중도하차하였다.
<오로라 공주> 방영 내내 황당무계한 설정에 시청자들의 항의가 이어졌지만, 그럼에도 <압구정 백야>로 이어진 임성한 작가의 ‘집념’은 쉽게 꺾이지 않는 듯했다. 일찌감치 백야(박하나 분)의 오빠 백영준(심형탁 분)을 교통사고로 사망케 한 <압구정 백야>는 백야와 결혼식을 올린 지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았던 새신랑 조나단(김민수 분)을 불귀의 객으로 만든다.
하지만 지난 4일 방영분에 공개된 것처럼, 백야는 죽음 대신 절에 들어가 불교에 귀의하는 삶을 택했다. <압구정 백야> 첫 회에서 백야가 비구니 복장으로 클럽에 가는 장면이 그녀의 운명을 암시했던 복선이었던 것이다. 유서까지 남기며 자살로 위장한 백야가 절로 들어가는 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백야가 이대로 승려가 될지도 오리무중이다. 지난 <오로라 공주>에 비해 등장인물들이 애꿎은 죽음을 맞는 횟수는 눈에 띄게 줄었지만, 여주인공이 자살로 위장하고 산 속에 절로 들어간다는 설정 역시 놀랍다.
자살 소동을 벌인 여주인공이 속세와 인연을 끊고 절에 들어간다는 승부수를 띄운 임성한 작가. 그의 공식적인 마지막 작품 <압구정 백야>는 끝까지 임성한 작가 드라마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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