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성완종 리스트’를 비롯한 자사 보도를 비판한 노조 민실위 보고서를 ‘왜곡조작위원회의 밀실 보고서’라며 원색 비난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 이하 MBC노조)는 15일 민주언론실천위원회(이하 민실위) 보고서를 내어 자사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 4월 14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MBC노조는 민실위 보고서를 통해 이번 '성완종 리스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청와대' 목소리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민실위 보고서에서 “<뉴스데스크>는 4월 10일 8개, 11일 4개, 12일 4개, 13일 6개, 14일 7개의 꼭지를 연일 톱뉴스로 보도했다. 하지만 보도의 분량보다 그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게 민실위의 판단”이라며 △MBC만의 취재와 보도가 부족하고 △정부여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를 ‘공방’으로 다루는 것이 적절하지 않으며 △정작 해당 사안에서 중요한 축인 ‘청와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MBC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단독 인터뷰를 공개한 <경향신문>의 음성파일을 쓰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은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MBC노조는 이밖에도 ‘공무원 연금개혁’ 보도에서 공무원노조의 목소리가 빠진 점, 세월호 보도에서 대통령 발언이 중심이 된 점, 정부의 세월호 시행령(안) 폐기 및 세월호 선체의 즉각 인양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충분히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4월 15일 MBC노조 민실위 보고서 바로보기)

MBC는 21일 저녁, 입장을 내어 MBC노조의 15일자 민실위 보고서 내용을 반박했다. 해명을 위해 언론사가 내놓는 보도자료는 ‘어떤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식으로 건조하게 작성되는 게 보통이지만, <‘왜곡조작위원회’의 ‘밀실’ 보고서를 주목한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MBC는 감정적인 표현을 동원해 A4 4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입장을 냈다.

‘성완종 리스트’를 ‘여야 공방’으로 다루는 것은 “당연”

MBC는 우선 MBC노조가 특정해 지적한 ‘여야 공방 프레임’으로 다룬 성완종 보도(4월 13일자)에 대해 해명했다. 이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대선자금 조사 받겠다. 그렇다면 야당도 받아야 한다’고 했고 야당 반격이 이어졌기 때문에 “당연히 여야 공방 펼친 뉴스를 다룰 수밖에 없는 날”이라며 “여야 공방 관련 리포트를 비슷한 분량으로 나눠야 하는 것은 균형성을 위한 불문율”이라고 덧붙였다.

MBC는 “4월 10일~4월 13일 21개 리포트 중 여야 공방 기사는 4개인데 4월 13일자 뉴스만 가지고 6개 중 3개로 교묘하게 통계를 조작한 것이다. 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가 아니라 통계 ‘왜곡조작위원회’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 4월 14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노무현 정부 때 2차례 특별사면을 받은 것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노무현 키우기 보도’에 대해서도 “해당 내용은 <경향신문>, <한국일보>가 제일 먼저 보도한 것”이라며 “<경향신문>과 <한국일보>가 노무현 정부의 이례적 특사를 다루면 공정하고 MBC가 다루면 본말이 전도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MBC는 김기춘, 허태열 전 비서실장의 이름이 <뉴스데스크>에 등장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두 인사는 공소시효 해석의 문제가 있었고, 이미 대부분의 언론 보도의 초점은 리스트 내용이 사실이라고 가정할 때 공소시효가 명백하게 남은 이완구 총리, 홍준표 지사, 홍문종 의원으로 넘어간 시기였다. 언론이 이른바 ‘살아 있는 권력’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은 일반적 경향”이라고 말했다.

또, MBC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자금과 직결된 문제인데도 보도 속에서 청와대가 사라졌다는 지적에 “MBC가 사실을 추종하면서 객관적 보도를 하기 보다는 청와대와 여당은 많이 괴롭히고 야당의 허물에 대해서는 눈 감는 보도를 하도록 하고자 희망하는 노조 민실위보고서의 의도를 일관되게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비난했다.

MBC는 <경향신문>이 4월 10일 공개한 성완종 전 회장의 단독 인터뷰 음성 내용을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하면서 출처를 명기하지 않은 점을 두고 “<경향신문>이 공개한 녹취는 그 자체가 Raw material(원재료, 즉 취재의 원 소스라는 의미)로 된 것이다. <경향신문> 기사를 인용한 것이 아니라 Raw material을 취득해 사용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 4월 10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경향신문이 음성을 제공했다는 출처 표기 대신 'ㅇㅇ신문'이라고만 적혀 있다.

MBC는 “노조 민실위는 <뉴스데스크> 보도를 왜곡 비방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지,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보도국 기자들까지 비방하고 폄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MBC는 “타사에서도 취해 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려해 굳이 단독기사로 명시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4월 12일 <특별수사팀, 250억 원 사용처 모두 조사>, <8인 리스트 포함 모든 의혹 수사> 보도를 예로 들었다.

MBC는 “통계를 상습적으로 조작하고 MBC 보도를 수시로 비방하고 기자들까지 깎아내리는 것을 서슴지 않는 것을 보면, 명칭을 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의 ‘민실위 보고서’라고 하기 보다는 노조 ‘왜곡조작실천위원회’의 ‘밀실보고서’라는 이름이 더 적합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민실위는 21일 “민실위보고서에 대한 반론은 언제든 환영한다. 하지만 보고서 내용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반론했으면 좋겠다”며 “일부 (보도국) 수뇌부의 극도로 편향된 시각이 여전히 특보에 반영된 것 같아 안타깝다. 토론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실위는 내일 중으로 이에 대한 공식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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