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완구 국무총리가 20일 자정 무렵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완구 총리는 성완종 전 회장과 독대한 적이 없다, 친분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내 보도를 통해 거짓말임이 확인됐다. 어설픈 해명 속에 의혹이 커지면서 야당은 총리 사퇴를 주장했고 새누리당 쪽에서도 용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TV조선은 이완구 총리뿐 아니라 왜곡된 역사관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언론의 잘못’으로 몰아갔다. 21일 TV조선 <엄성섭·윤슬기의 이슈격파>의 <이영작의 고언작렬> 코너에서는 이러한 취지의 주장이 그대로 방송됐다.

▲ 21일자 TV조선 <엄성섭·윤슬기의 이슈격파>

이 자리에 출연한 이영작 한양대 석좌교수는 “그냥 (한 번에 인터뷰 내용을) 풀어버려야 했다”, “언론이 왜 그렇게 악랄하게 했는지 모르겠다”며 성완종 전 회장의 단독인터뷰를 비롯해 ‘성완종 리스트’ 사태에서 비중 있는 보도를 해 온 <경향신문>을 비판했다.

이영작 교수는 “여러 가지 모든 문제는 이완구 총리에게 있지만 언론도 그렇게 하는 건 극히 부도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지난해 6월 “일본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 “조선 민족의 상징은 게으른 것.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 지는 것 이게 우리 민족의 DNA로 남아 있었던 것” 등 편향된 역사관이 드러난 과거 발언으로 청문회도 거치지 못하고 자진사퇴한 문창극 전 후보자 역시 같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영작 교수는 예상되는 차기 총리 후보자를 묻는 엄성섭 앵커의 질문에 “악마의 편집에서 밀려난 것 아닙니까. 문창극 후보자는 KBS가 악마의 편집을 해서 낙마했단 말이에요. 그렇다면 문창극 씨를 다시 후보군으로 넣는 게 어떻겠나 싶다. 그 후에 문제가 드러난 것도 없었고…”라고 말했다.

이영작 교수는 “문창극 씨 같은 경우는 (낙마한 이유가) 녹취를 거두절미한 것 아니냐. 소위 악마의 편집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원본이 있는데 원본 본 분들은 하등의 문제가 없다고 한다”며 “고건 총리는 2번, 김종필 총리도 3번 (총리를) 했다. 억울하게 낙마한 문창극 씨를 다시 후보군으로 집어넣는 건 어떨까 생각해 본다”고 전했다.

채널A, 마지막으로 성완종 만났다는 역술인 인터뷰

한편, 21일 채널A <직언직설>은 성완종 전 회장의 ‘멘토’ 역할을 해 자주 만나왔다는 진경스님과, 숨지기 7~8일 전 마지막으로 성완종 전 회장을 만났다는 논현동 역술인을 인터뷰해 관련 내용을 장시간 방송했다.

▲ 21일 채널A <직언직설> 방송 중 일부

이날 내용은 성완종 전 회장을 만났던 당시를 설명하는 역술인 A씨의 발언과 그 자리에 동석했던 진경스님의 발언이 중심이 됐다. A씨는 성완종 전 회장의 생일이 외부에 공개된 것과 다르다며 “돌아가실 거라고는 생각도 안했어요. 생각도. 그때까지도 표정이 어둡지도 않았고…”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채널A <직언직설>은 성완종 전 회장이 사망하기 7~8일 전인 4월 초에 스님과 함께 방문했다, 옷차림은 검정 양복과 하얀 와이셔츠였다, 복채는 스님이 미리 봉투에 준비한 것으로 받았다, 실망하거나 좌절하는 표정이 아니었고 정치인이나 배신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당장 무슨 일을 벌일 표정은 결코 아니었다 등 A씨의 발언을 그대로 전했다.

이 프로그램은 “작년, 올해가 대흉한 시기였다”, “(올해) 가을까지 극복하면 운이 들어온다고 했다” 등 A씨가 본 성완종 전 회장의 운세 결과와 “작년하고 금년은 죽을 운인데 4~5월 지나면 대운이 좋아서 성 회장이 풀린다고, 내년부터는 아주 운이, 왕운이 돌아온다고 했다”, “(A씨가) 성완종 전 회장에게 ‘4월에 악운이 낀다’고 했다”는 진경스님의 발언도 함께 전했다.

과거 종편들은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유력 후보자들의 사주를 프로그램에 내보내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보도를 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에서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심의위는 역술인을 출연시켜 “박근혜 후보는 올해 운이 없다”, “문재인 후보는 올해 천운이 있다”고 한 TV조선 <신율의 대선열차>에 법정제재 ‘경고’(벌점 2점)를 내린 바 있다. TV조선은 올해도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사주풀이를 했다가 ‘비과학적 내용’이라는 이유로 법정제재 ‘주의’(벌점 1점)를 받았다.

▲ 21일 채널A <직언직설> 방송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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