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방송된 JTBC <썰전> 중 일부

세월호 참사 1주기였던 지난 16일 JTBC <썰전>은 국민 1000명에게 “당신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에 대한 신뢰가 여전합니까?”라고 질문한 결과를 발표했다. <썰전>은 이날 방송에서 30여 분 가량 세월호 참사에 대해 다뤘다. 응답자 중 62.3%가 세월호 뉴스에 대해 ‘지겹지 않다’고 했지만 이 중 60대 이상 응답자의 경우 65%가 ‘지겹다’고 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설문조사 결과는 많은 언론에 의해 회자됐다.

KBS는 지상파 가운데 가장 공을 들였다. 2TV <추적60분>은 11일 <세월호 실종자 가족의 잃어버린 1년>을, 18일과 25일에는 ‘안전기획 2부작’을 다루었다. 1TV에서는 <시사기획 창>뿐 아니라 특집 다큐멘터리를 편성하고, 메인뉴스인 <뉴스9>도 세월호 특집으로 관련 소식을 대거 배치했다. SBS 역시 15일 <뉴스토리>에서 세월호 참사 구조작업 이후 민간 잠수사의 삶을 조명했고, 16일에는 특집 다큐멘터리 <망각의 시간, 기억의 시간>을, 17일에는 <궁금한 이야기 Y>에서 9명의 실종자 가족의 삶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그러나 MBC는 조용했다. 세월호 1주기를 맞아 방송한 프로그램은 1년 전 4월 16일의 시간에 멈춰 있는 희생자 가족들의 시간을 돌아본 19일 MBC <시사매거진 2580>이 유일했다.

“언론사로서의 사회적 의무 방기한 듯한 태도 보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 이하 MBC노조)는 20일 민실위 보고서를 내어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가 세월호 참사 1주기에 ‘침묵’했던 점을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에도 강행됐던 교양제작국 해체가 이런 흐름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세월호 참사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라며 “하지만 4월 16일 전후로 편성 제작된 MBC 시사교양-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은 언론사로서의 사회적 의무를 방기한 듯한 행태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이어, “‘세월호 참사’라는 엄연히 존재하는 사건을 사회적으로 완전히 배제하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 MBC노조는 MBC가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단 한 편의 교양 프로그램, 다큐멘터리도 만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진=MBC)

세월호 1주기 당일이었던 지난 16일 MBC는 지난해 5월 방송된 <기적의 조건>이라는 해외 다큐멘터리를 재방송했다. 스웨덴에서 침몰한 에스토니아호 사건과 기차 전복 사건 등을 통해 선진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재난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살펴보는 프로그램이었지만, 어떤 새로운 내용이나 분석도 포함돼 있지 않은 ‘재방송’이니만큼 세월호 참사와의 연결고리를 만들려는 노력 역시 없었다. MBC는 16일 전후로 세월호 특집 시사교양 프로그램, 다큐멘터리를 단 한 편도 기획, 제작하지 않았다.

MBC노조는 “1년 전 프로그램, 그것도 세월호의 ‘세’자는 단 한 글자도 등장하지 않은 채 단순히 외국의 재난 대처 사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재방영하는 것 말고 세월호 참사 관련 다큐멘터리는 MBC에서 전무했다”며 “이 현실이 교양제작국이 해체된 지 6개월, 세월호 참사 1주기에 맞이한 MBC의 민낯”이라고 비판했다.

MBC는 유난히 ‘세월호’ 프로그램과 관련한 잡음과 논란이 많았다. MBC <다큐스페셜>은 국장의 제작 지시 이후 석연찮은 이유로 제작이 번복됐고, 뒤늦게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조차 담당 PD가 교체되는 수난을 거쳤다. MBC노조는 “시사제작국, 콘텐츠제작국 PD들에 의하면 세월호 1주기를 맞아 그 어떤 논의도 없다고 전해졌다”며 “이는 일선 PD들의 자기검열일 수도 있고 프로그램 기획자들의 의도적 회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MBC노조는 “문제는 MBC 교양장르에서 ‘세월호’라는 거대 사건은 마치 성역처럼 논의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는 시사교양국에 이어 교양제작국을 해체시킨 회사의 저의가 무엇인지 증명하는 하나의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의 편성과 방송이 국민의 재산을 사용하고 있는 공기로서의 태도란 말인가. 이것이 교양국 해체의 목적이었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 19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 <시사매거진 2580>은 시사제작국 소속 기자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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