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_ 여자 나이 서른 셋 그리고 백수. 미혼이다. 본인 스스로를 ‘무중력의 일상’을 살아가는 여행자라고 소개하는 昇微(승미)님은 그러나 한때 가장 치열한 정치 현장을 취재하는 경제지 기자였다. 글 쓰며 밥벌이 할 수 있는 사람을 꿈꾸며 기자가 되었지만, 4년 3개월 만에 불면증을 얻고, 퇴사했다고 한다. 궁금했다. 만만치 않은 글 솜씨를 지닌, 하지만 만만한 듯 만만한 나이가 아닌 이 언니는 대체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 것일까. 찬란하게 도전하고 번번이 실패하는 청춘들에게 고한다. 기꺼이 실패했던 그러나 아직도 찬란하고 싶은 ‘언니’가 나근나근 건네는 ‘진담’ 말이다.

그러면 몇 평에 살아야할까. 돈에 맞추는 게 아니라 평수에 맞추자. ‘독립 = 삶의 질’이잖아. 내가 살아본 결과 10평 이내 오피스텔은 실평수 5.5 평. 즉 작은 방에 지나지 않아. 1년 살면 집이 옷으로 가득 찰걸. 나 같은 경우는 책이었지만. 적어도 실평수가 12평은 돼야,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 독립생활이 가능해. 여자 2명도 같이 살 수 있는 평수고.커피 한 잔 사줄래. 그러면 이야기 해줄게. 세상에 공짜가 어딨니. 언니는 자발적 자취 생활을 한 지 4년째야. 서울 하늘 아래 나만의 도피처를 구하는 게 쉬운 줄 알아. 무작정 발품 팔면 그저 고생이라니깐. 무식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동서고금의 진리도 모르니. 대대로 앞선 사람들의 노하우는 들어둬야지. 내가 사랑하는 너이니깐,

딱 50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에 다 털어놓을 게. 전직 경제지 기자인건 알지? 설명은 일목요연하게 핵심만. 그리고 논리적으로. 집을 구하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 해줄게. 부동산 기사에도 나오지 않는 그런 생생한 팁 말이야.

일단, 집을 구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통근 거리다. 첫 독립생활이나 요새 한창 뜨는 연남동이나 홍대, 마포 이런데 생각하고 있지? 아니면 대학가를 생각하고 있지. 꿈 깨라 꿈 깨. 독립에서 가장 중요한 건 출근이야. 결국 경기도에서 사는 네가 아니면 지방에 올라온 네가 독립하는 이유는 고된 출퇴근을 피하기 위해서잖아. 그렇다고 회사 가까이에 살아봐라. 살 수도 없을 뿐더러 사는 순간 매일 같이 회식행이다.

<마이크로 트렌드>란 책을 보면 익스트림 통근족이 미국인구의 1%가 넘었다고 나와. 매일 3시간 넘게 출근하는 사람들. 일단은 독립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직장과 나의 거리가. 30분 이내 일 것. 만약에 셔틀버스가 다닌다면 1시간도 괜찮아. 셔틀 타서 바로 자면 되니깐. 가장 중요한 건 네가 어디 사는 곳의 <간지>가 아니라 <출근거리> 그거부터 잊지 말자.

두 번째 그렇다면 출근거리 어떻게 재야할까. 수많은 부동산 광고 글이 있어. 지하철에서 도보 10분 혹은 15분. 이런 거 다 속지말자. 부동산에서 지하철과의 거리는 곧 돈이랑 직결된다. 내가 국회 앞 한강성심병원 옆에 살았어. 거기 보면 지하철과 5분 거리라고 나오는데, 내가 지하철 몇 번 타고 다녔을 것 같아. 국회 출입할 때는 진짜 집에서 출근 10분 전에 나와서 택시타고 갔어. 기본요금이라고. 근데 생각해봐 2500원씩 일주일에 5번이면 2만 5천원이고. 20일 출근하면 10만원이야.

출퇴근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이사한다는 애초 목적에서 벗어났지. 게다가 거기는 국회 앞 슬럼이라고 불릴 정도로 환경이 좋지 않았어. 주변에 싱글들을 위한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이 많이 생겼지만 거기도 결국엔 전세 8000-9000했거든. 만약 내가 거기에 살았어도 나는 택시를 탔겠지. 당산역까지 느린 걸음으로 15분. 마을버스를 타려면 집에서 5분. 그러니 급하면 그냥 택시 타는 거야.

결국엔 지하철과 거리는 부동산 가격이랑 직결돼. 너 돈 많아? 없지. 그러면 내가 진짜 노하우를 알려줄게. 일단 버스정류장이 바로 앞에 있는 오피스텔을 고르도록 해. 지하철역이랑 떨어져도 버스로 서울 주요 시내 갈 수 있게.

나는 지금 목동에 살아. 집 앞에서 2분 거리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 그러니 아침엔 택시 안타고 버스를 타. 버스타고 2정거장이면 5호선 목동역이고. 8정거장이면 9호선 염창역이야. 버스로 신촌 홍대 15분 만에 갈 수 있어. 2호선을 타려면 홍대 가서 타면 돼. 종로는 한 시간으로 가고. 강남을 가고 싶으면 9호선 염창에서 직행타고 30분이면 갈수 있어. 그러니 난 목동에 이사 오고 나서 교통비가 대학생 시절로 줄었어. 사람이 애매하면 자꾸 택시를 타. 춥다고 비 온다고. 내가 돈 버니깐 이러면서. 근데 그 택시비가 너의 카드를 자꾸 퍼간다,

이건 또 오피스텔 가격으로 직결돼. 지하철이랑 떨어져있기 때문에 당연히 시세는 내려가겠지. 집구하러 돌아다녀보면 알겠지만 지하철이랑 근접한 오피스텔의 전세는 1억을 보통 넘어. 하지만 그렇게 살짝 떨어져있는 오피스텔은 가격이 많이 내려가. 교통이 똑같이 편리하면서도. 따라서 내가 원하는 평수를 구하면서도 보다 합리적 가격 안에서 찾을 수 있지.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할 점은 12평도 다 같은 12평이 아니란 점이야. 베란다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커. 그 집에서 너의 첫 독립생활을 시작하잖아. 이 말은 결혼하기 전까지 산다는 이야기고 그러니 베란다는 필수야. 여름엔 선풍기를 넣어놓고 자전거부터 각종 잡동사니를 넣어둘 수 있는 곳. 그게 있으면 방안이 한결 정리정돈이 되고 넓어지니까. 각종 운동기구는 말할 것도 없고.

두 번째로 신발장이 클 것. 남자든 여자든 요새 신발 한 두 켤레만 신고 다니는 사람은 없잖아. 여름엔 플리플랍에 버켄스탁에 아큐아슈즈를 비롯해 철마다 신는 운동화 그리고 구두까지. 작은 오피스텔 일수록 신발장이 작고. 결국에 마트에서 간이 신발장을 사야 하는데 그럼 안 그래도 좁은 공간이 더 좁아진다. 욕실은 좁아도 상관없어. 욕조 넣을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깐 오히려 욕실보다 신발장을 보는 게 더 중요해.

그러면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해볼까. 독립하고 싶어도 돈이 없다고. 그런 너를 위해 국민전세주택기금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어. 나라에서 전세 사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제도야. 다 빌려주는 건 아니고 전세금액의 70% 이율은 3% 초반이니깐. 고시원 한 달 비용보다 적을 꺼야. 그러니 전세 6000만원일 경우 나라에서 빌리면 4200만원을 빌려주지.

그 정도 없다고. 그러면 주거래 은행을 찾아가봐. 주거래 은행도 비슷한 제도를 갖고 있어. 거기서는 전세금액의 80%를 빌려줘. 이자는 3.7% 정도. 정부보다는 높지. 나도 이거 했어. 6천일 경우 80프로면 4800만원. 그리고 여기서 깨알 조언. 수많은 은행이 있는데 어디로 가야할 까. 무조건 회사 내 빌딩에 입주한 은행, 너의 월급 통장이 개설된 곳으로 찾아가. 가서 너의 회사를 밝히고 전세금 빌리러왔다고 하면서 이율을 낮게 해달라고 해.

은행 입장에서 우수 고객님이 와서 해달라고 하는 거니 신경 더 써줄 수밖에 없어. 전세금 제도일 때 필요한 서류들이 있어. 확정일자 계약금 계약서 가족 관계등록부 이런 거 한 번에 다 준비해가서 부탁하면, 아무래도 너의 첫인상이 좋을 테니 더 도와주고 싶겠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

실질적으로 1200만원만 있으면 전세 6000에도 살수있는 거지. 2년 뒤에 전세 계약이 끝나면 원금 돌려주고, 그새 이자만 내면 되니깐. 이율은 3.5라 계산하면 매달 16만8000원의 이자만 내면 돼. 즉. 창문 없는 고시원 보다는 더 싸지. 그런 고시원도 적어도 20만원은 내니깐.

그렇다고 1200만원만 딱 있으면 되냐고? 아니지. 일단 계약금의 10% 정도를 미리 갖고 있어야 하고. 방을 보러 다닐 때 계약하겠다며 선금으로 5% 먼저 주고. 나머지 잔금 줄때 같이 주면 되는 거지. 그리고 이사 비용과 침대랑 침구 구입비용, 복비를 계산해서 적어도 여윳돈 200만원은 갖고 있어야 해. 안 그러면 카드 값 구멍 난다.

그럼 오피스텔 위치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아무래도 여자니깐. 골목길보다는 대로변에 위치한 오피스텔에서 살자. 골목길은 위험하니깐. 대신 1-2층 사람들만이 다니는 곳보다는 엘리베이터가 있다면 4층에서 사는 게 좋겠어.

오피스텔은 주인이 같이 사는 오피스텔이 좋아. 내가 당산에 살 때 학을 뗐던 것도 관리인 때문이었어. 물론 좋은 분도 있지만 관리인 중에 어 다르고 아 다른 분도 많아. 당시 내가 살던 오피스텔은 오피스텔만 한 6개 가지고 있는 분의 한 건물. 거기에 관리인이 상주했어. 입주할 때만 다정하게 굴던 관리인은. 물세가 1만 5000원이라고. 말도 안 되게 여러 가지를 다 요구하더라고. 심지어 나중에 이사할 때 청소비용도 내놓으라고. 새벽별보고 출근하는 나한테 물세 내놓으라고 하기도 하고.

무슨 일 있어서도 오피스텔 주인이 책임질 테니깐. 그리고 오피스텔 주인이 같이 사는 경우에 자기가 살려고 건물을 디자인해서 아무래도 조금 더 편한게 있어. 그냥 공장 찍어내듯이 만들어 낸게 아니니깐. 남향에다가 자기네 가족들이 살기 좋도록 오피스텔 구조를 만들어뒀으니깐. 관리인이 없으니까 아무래도 계약에 관련해서 서로 말이 다를 일도 없고.

그래도 어디에 살아야할지 모르겠다고. 일단 마트 가까운 곳보다는 주변에 재래시장이 있는 곳으로. 마트는 1인 가구의 적이야. 싱글들이 사려고 하면 뭐든지 다 세트잖아. 물이랑 맥주, 와인 살 때 빼고 마트는 멀리해. 대신 재래시장 가면 3000원만 갓김치 주세요. 생선 1마리 2000원에 주세요 라며 에누리가 가능하다. 귀찮으면 시장에서 끼니 해결해도 되고.

그런 의미에서 요새 뜨는 동네보다는 버블 7에 살라고 말하고 싶어. 또 목동이냐고 그게 아니라 주거지역으로 조성된 버블 7에 살기 좋은 환경들이 다 갖춰졌다는 거지. 거기에 꼭 아파트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아파트로 돈 번 원주민들이 노후 대책으로 만든 오피스텔에서 살면 오히려 더 좋아. 나중에 집 뺄 때도 쉽게 나가고.

12평 짜리 집을 구한다고 하니 선유동에서는 옥탑방을 살아도 전세 1억 1000이라고 하더라. 선유도역 9호선 급행 이거 밖에 없으면서 마포는 말할 것도 없고 거기는 괜찮은 이름난 오피스텔은 억대에 달할 정도로 비싸고. 그리고 오피스텔 이름난데 구하지마 쉐르빌이라니 무슨 팰리스라니 거기 네가 쳐다볼 엄두도 못낼 만큼 비싸고 비싸다.

아차차참. 오피스텔 법정 부동산 소개비는 계약금의 0.9%야. 하지만 이거 처음에 에누리해서 깎을 수 있어. 근데 부동산 아줌마들이 요새는 다른 집이랑 같이 찾아주는 방식으로 해서 잘 깎아주려 하지 않아. ‘오피스텔 있어요’하고 물어보면 옆집에 찾아가서 둘이 같이 수수료 나눠 먹는 형국이지. 아니면 피터팬이나 직방 통해서 다이렉트로 구하면 복비 아낄 수 있지. 그렇지만 조심해, 여자 혼자 방 보러 다니지 말고 워낙 세상이 흉흉하니.

방을 처음 봐도 좀 더럽더라도. 내가 꾸미면 되니깐. 네가 찾는 조건에 맞는지만 살펴보아. 그게 중요해. 그리고 집 나간다고 차를 살 생각하지 말고. 차를 사면 돈을 절대 못 모아. 유지비에 관리비에. 그러니깐 첫째도 둘째도 교통 편리. 그거 잊지 말자. 한 시간을 통근 시간을 줄면 그만큼 한 시간 놀 수 있잖아. 집에서.

홍대서 멋진 카페가겠다 그런 꿈은 버리고 사는 집을 북 카페로 만들어. 왜 나가서 돈을 쓰니. 어렵사리 힘들게 나만의 도피처를 찾았는데. 원두 2만원 짜리 사서 드립커피로 마시면 커피 20잔은 넘게 나오거든. 수입 맥주 사다 먹으면 반의 반값이며. 담배 연기 없고 조용한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고독을 즐기자고.

집 어떻게 꾸밀지 모르겠다고.
흠 그건 나중에 따로 만나서 이야기 해줄게. 글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여하튼 어떠니?
살아 있는 노하우. 말 그대로 부동산 기사에도 잡지, 책에도 안 나오는 진짜 발품 구해서 구한 나만의 노하우야. 커피 한 잔에 이런 이야기 들을 법하니 솔깃하지. 그렇지만 세상엔 공짜는 없어. 내가 요런 살아있는 이야기 해줬으니 이제 커피 한잔만 사주라.

카페 폴바셋의 룽고로
skt 할인 받지 않으면 아마 5100원 일꺼야. 비싸다고. 그렇지만 이런 따듯한 봄날에 커피 한 잔은 먹어야 하지 않겠니. 커피 한 잔이잖아. 그렇지만 한약 먹는 나는 커피 먹으면 안된다고 하더라고. 그러니 커피 값으로 기부나 하자. 너의 이름으로 쌍용차 치유 공간 센터인 와락에 기부해줄래. 자동이체 지금 바로 되잖아.


너도 들었을거야.
지난 해 쌍용차 정리 해고 노동자들이 대법원 판결에서 졌다고. 2000일의 투쟁이 그렇게 끝이 났다고. 그사이에 25명의 사람들이 희망을 잃고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하자는 게 아니야.

그저 쌍용차의 아이들을 생각해. 엄마 혹은 아빠가 없을 아이들, 희망을 잃어버린 부모 밑에서 자라날 아이들. 그 아이들이 받을 상처. 우리는 또 졌지만. 아이들도 졌다고 느끼게 하지 말자.

와락 안아주지 못하겠지만, 커피 한 잔은 사줄 수 있잖니. 그것뿐이야.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거 잘 알잖아. 졌다고 포기하면 나중에 그 대가가 무엇일지 두렵다. 오락가락 봄 날씨에 마음까지는 추워지지 말자.

딱 커피 한 잔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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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昇微 _ 글 쓰며 밥벌이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았다. 그러다 수많은 낙방 끝에 통장 하나 없는 주제에 경제지 기자가 됐다. 그리고 과천을 거쳐 야당 출입으로 총대선을 치르고 산업부 재계를 거친 4년 3개월. 불면증을 얻고 퇴사했다. 현재는 무중력의 세계를 여행하는 가난한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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