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이 정규편성되었다. 설연휴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선보였던 '복면가왕'은 최고 시청률이 22%가 넘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정규편성이 되고 첫 방에선 6.1%의 저조한 시청률을 보였다. 설특집 때는 크게 홍보도 안 했음에도 높은 시청률이 나오고 많이 회자가 되었는데, 정규편성된 후 첫 방에서는 저조한 시청률을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늘어지는 진행

'복면가왕'은 2주에 나누어 진행된다. 총 8명이 나오는데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되기에 첫 방에서는 8명 중 4명을 선발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두 번째에서는 4명 중 최종 우승자를 가려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첫 방의 진행이 다소 늘어져 한 회에 다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을 2회에 걸쳐서 보여주는 느낌이다. 파일럿 때 긴장을 많이 했다면, 첫 방에서는 어깨에 힘이 들어간 느낌이다. 파일럿에서 그 정도 시청률이 나왔으니 정규편성에서는 시청률을 최대한 높여야겠단 생각이 1회부터 나온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 전략은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첫 방은 지루하게 느껴졌고, 토너먼트에서 8강까지만 보여주니 첫 방을 볼 필요가 별로 없다. 결과가 궁금하기 때문에 2회만 보면 되는 것이다. 2회에서는 시청률이 조금 오르겠지만, 3회에서는 다른 사람들로 구성된 8강을 다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패턴은 '복면가왕'에 악순환을 가져올 것 같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촘촘한 구성이라면 2회로 나누건 3회로 나누건 상관이 없겠지만, 루즈한 진행과 억지로 늘린 듯한 연출이 1회에 대한 아쉬움을 남게 만든 것 같다.

너무 커진 복면

늘어지는 진행만큼 '복면가왕' 첫 회가 지루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바로 복면에 있었다. 본방에서는 복면이 더욱 커지고 화려해졌다. 누군지 전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가렸다. 파일럿에서는 복면 속 사람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복면만 보아야 한다. 프로그램 취지에는 더욱 가까워진 셈이다. 하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불후의 명곡에서 K팝스타가 된 느낌이다. 파일럿에서는 연예인들 중 노래 잘하는 사람이 나와서 부르는 느낌이 들었다면, 첫 방에서는 복면이 너무 완벽하게 가려져서 일반인인지 연예인인지 가늠할 수 없게 되었고, 보이스오브코리아처럼 목소리만으로 판정하는 프로그램이 되어 오디션 프로그램의 느낌에 가까웠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반인이 더 잘 부르는 경우를 보고 있고,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난립으로 피곤해진 상태이다. 그런데 '복면가왕' 역시 다시 오디션 프로그램의 장르로 간 것 같아서 아쉬운 면이 있다. 복면을 조금만 더 작게 하여 약간은 유추해볼 수 있도록 해야 알면서도 보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우승자 대결구도 아닌 1회성

'복면가왕' 첫 회엔 파일럿 방송 때 우승했던 솔지가 나왔다. 파일럿 때 보여주려 했던 방식은 우승한 사람을 보여주지 않고, 정규편성이 된 후에 그 우승한 사람이 다시 나오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연예인 판정단의 반발로 인해 우승한 사람이 누구인지 오픈하게 되었고, 덕분에 솔지는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더불어 '복면가왕'도 많은 기대감을 갖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아직 2회가 진행되어 봐야 어떤 형식으로 우승자를 다룰지에 대해서 알 수 있겠지만, 파일럿 포맷대로 우승자는 오픈하지 않고 다음 대결에서 우승자끼리 겨루게 해야 연속성을 가질 수 있으며 더 긴장감을 갖게 만들 것 같다. 만약 이번에도 우승자를 오픈해버린다면 '복면가왕'은 2회씩 끊어지는 1회성 프로그램이 되고 말 것이다. 2회만 보면 3회는 안 봐도 상관없어지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궁금증과 기대감을 갖고 3회를 이어서 볼 수 있게 하려면 우승자를 공개하지 않고, 4회에서 우승자와 대결을 펼치는 방식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 2회에서 우승한 사람이 다시 우승을 하면 그 사람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는 5회도 봐야 하는 그런 연속성을 가져야만 '복면가왕'만의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기대만큼 아쉬움도 컸던 첫 방송

'복면가왕'의 정규편성은 매우 기대감을 높게 만들었다. 게다가 MBC의 대표 프로그램인 일밤에 편성이 되었으니 말이다. 애니멀즈까지 폐지하면서 자리를 꿰차고 들어온 '복면가왕', 하지만 첫 방에서는 아쉬움이 더 컸다. 1,2회까지는 바로 우승자를 뽑아내는 빠른 진행을 보여주었으면 좀 더 화제가 되었을 텐데 늘어지는 진행에 2회로 나뉘는 점이 채널을 돌아가게 만들었다. 2회에서는 좀 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하며, 첫 방의 아쉬움을 2회에서 채워주길 바라본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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