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25일, 인터넷으로 레진코믹스의 웹툰을 보기 위해 접속한 독자들은 레진코믹스의 메인 화면 대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warning.or.kr’의 파란 화면만을 접해야만 했다.

지난 3월 25일, 인터넷 세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2013년 출발한 웹툰 서비스 사이트이자 본격적으로 한국에 ‘유료 웹툰’ 사업모델을 만들었던 ‘레진코믹스’(http://lezhin.com/)가 이 날 오후 약 세 시간 정도 차단됐다. 만화가 나와야 할 화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법적인 정보’로 규정해 차단한 사이트에 대신 등장하는 ‘warning.or.kr’이 보였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는 여전히 접속이 가능했지만, 모두가 어찌된 일인지 어리둥절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접속 차단이 해제되고 정상적인 사이트 이용이 가능하게 되었지만 이러한 해프닝에 당황한 사람들은 많은 추측을 쏟아내며 레진코믹스가 왜 차단되었는지를 궁금해 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단의 이유가 밝혀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에 몇 달 전 레진코믹스에 ‘음란물’이 게재되고 있다는 민원이 들어왔고 위원회의 실무자들은 사이트를 조사하여 연재되고 있는 작품 중 일부 성인 만화가 ‘음란하다’는 결론을 내게 되었다. 그리고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사이트를 24일 한꺼번에 방통심의위 산하 통신심의소위원회에 제출해 심의위원들로 하여금 차단 조치를 의결하게 했다. 그리고 소위의 결과에 따라 다시 실무자는 각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에 차단해야 할 사이트의 목록을 보내 차단 조치가 25일 벌어지게 된 것이다. 여기에 레진코믹스는 이미지 데이터는 국내 서버를 쓰고 있었지만 그 외의 데이터는 구글의 클라우드 서버 제공 서비스인 ‘구글 웹 엔진’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었기에 레진코믹스를 해외 사이트로 판단했고, 여기에 방통심의위의 공식적인 해명에 따르면 ‘실무자의 실수’로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게 되어 한동안 레진코믹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웹툰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이용자들과 만화가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결국 급하게 통신심의소위원회가 임시로 다시 열리게 되었다. 이미 차단 조치가 내려졌던 당일 레진코믹스의 이의 제기로 차단이 해제된 상황이었지만, 소위 회의 결과 공식적으로 레진코믹스에 대한 차단은 완전히 풀리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방통심의위는 처음 민원이 제기되었던 내용처럼 일부 작품이 ‘음란성’이 강하다고 주장하고, 레진코믹스 또한 방통심의위가 차단의 이유로 내걸은 ‘음란물 제공’과 ‘청소년 차단조치 미흡’이 부당한 차단 사유라고 반론을 제시한 상황이다. 해프닝 자체는 표면적으로 해결되었지만, 아직도 논란의 여지는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미 논란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일들이 계속 연이어 나오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같은 날 있었던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의 심의에서 드라마에 등장한 여학생들 간의 키스 장면이 ‘동성애를 노골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이유로 문제를 중징계를 예고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의 김광진 의원이 레진코믹스 차단 해프닝이 발생한 다음날, 심의기구가 차단할 수 있는 정보통신상의 정보를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한정하고, 접속 차단 역시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골자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대한 관한 법률」,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김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한 날,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만화진흥에 관한 법률」에 웹툰, 전자만화책을 비롯해 디지털로 제공되는 만화의 심의 주체를 만화가를 대표하는 민간협회에 맡긴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추진 중에 있다는 소식이 보도되어 (전자신문, <웹툰 연령등급 업계 자율로 가린다>, 이경민 기자, 2015년 3월 26일) 많은 관심을 이끌고 있다.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레진코믹스를 놓고 벌어진 해프닝이 2012년 방통심의위의 웹툰 심의 문제로 벌어진 ‘노컷 캠페인’ 이후 다시 만화에 대한 심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야기되는 것에 대한 반가움과 별개로 내심 불안한 느낌이 드는 것은 논의가 피상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원인을 정확하게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여성부 탓으로 몰아가거나, 아니면 갑자기 ‘○○를 차단할 거면 ●● 역시 차단해라’ (주로 ●● 안에는 ‘아이돌 그룹의 선정적인 댄스’나 ‘사회 권력층의 별장 성행위’ 같은 문구가 들어간다.) 식의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만화 독자들이나 만화 업계 관계자의 반응은 부당한 심의를 철폐하고, 자유로운 제작을 원한다는 것 이상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방통심의위가 계속 비합리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러한 모습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비판을 해야 하는 것은 맞겠지만 이미 확립된 제도는 단순한 ‘비판’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비합리적인 심의 체제, 그리고 ‘음란물’에 대한 규정의 문제

▲ 통신 심의에 대한 문제는 비단 특정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성소수자 운동과 정보 운동 진영이 2000년대 초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에 문제를 제기해 투쟁했던 전력 등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2003년 8월의 동성애자 차별 철폐 집회. (사진 제공=참세상)

이번 레진코믹스 차단 해프닝에 걸려있는 쟁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 쟁점은 이미 앞서 언급했지만 방통심의위 등 각종 정부 산하 심의 기구를 통해 운영되는 심의 체제의 문제이다. 물론 콘텐츠의 등급을 매기거나, 차단-시정 조치를 의결하는 ‘심의’라는 제도의 특성상 불만이 아예 없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게임이나 영화 · 극장용 광고 및 예고편 · 영화 홍보물 등 매체 자체의 특성상 사전 등급 분류가 불가피한 콘텐츠 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의 경우 1990년대 후반 사후 심의로 전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이전과 큰 차이가 없이 움직이는 것 또한 현실이다. 특히 방통심의위의 경우, 좀 더 새롭게 다뤄야 할 콘텐츠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많은 심의 기구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이고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단순히 방통심의위 시절만의 문제는 아니다. 2008년, 방송위원회 산하의 심의위원회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합쳐지기 전부터 한국의 통신 심의 문제는 많은 지적을 들어왔었기 때문이다. 2000년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동성애자들의 커뮤니티 ‘엑스존’을 동성애를 다루고 있다는 이유로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고시해 큰 논란을 야기했다. 2004년, 결국 청소년보호법의 심의 규정에서 ‘동성애’는 청소년 유해매체물에서 제외되었지만 ‘엑스존’에 내려진 청소년 유해매체물 지정 명령은 2007년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패소하고 말았다. 같은 해에는 모 고등학교의 미술 교사였던 김인규 씨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자신과 자신의 아내가 함께 찍은 누드 사진이 ‘음란물’이라는 이유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명령으로 홈페이지가 폐쇄되는 것은 물론 자신 역시 기소되어 대법원까지 간 끝에 유죄 판결을 받고 벌금 500만원을 납부해야 했다.

여기에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각 홈페이지마다 자신들의 사이트 이용 등급이 담은 표식을 심을 것을 의무화하는 ‘인터넷 내용등급제’를 추진해 많은 반대 운동에 직면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인터넷 내용등급제’는 폐기되었지만, 이상의 심의-정책 논란은 2008년 이후 방통심의위에서 벌어졌던 각종 논란이 결코 특정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잊었을 뿐, 통신 심의로 인한 논란은 이전부터 계속되었고 여전히 폐쇄적이며 강압적인 자세를 보여 왔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제는 한국 정부의 ‘음란물’에 대한 규정과 차단 문제이다. 물론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는 일정 수위 이상의 음란성을 보이는 작품의 제작, 유통,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여기에 음란물 자체에 사회적인 비판이 증가하며 전세계적으로 음란물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의 경우, 음란물을 규정하는 것에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콘텐츠의 특성상 음란물이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인 법적 규정을 제시하는 것은 애초부터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러한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최소한 콘텐츠 제작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어야 하지만 한국은 이러한 비판을 모두 무시한 채 정부 기관의 자의적인 판단만으로 음란물을 규정지었다.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없던 것도 아니었다. 다른 국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 역시 음란물을 놓고 수많은 법적 논쟁이 제기되었고 그때마다 대법원은 판례로써 국가기관들이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왔다. 1995년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를 놓고 벌어진 대법원의 판결에서는 음란물을 판단하는 데 있어 ‘성에 대한 서술 정도와 비중, 작품이 가지고 있는 사상과 예술성의 여부’, 그리고 ‘전체적인 내용이 정상적이고 선량한 성적 관념을 해하는지의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1995. 6. 16. 94도2413 판결) 이후 2008년에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전적으로 성적 흥미에만 호소하는 동시에 문학적·예술적·사상적·과학적·의학적·교육적 가치를 지니지 않은 것이 음란물이라 판단하였다. (2008. 3. 13. 2006도3558 판결)

하지만 이러한 입장들은 형법 상 음란물 배포에 대한 처벌법에 반영되지 않은 것은 물론 각 세부 법령의 음란물 처벌 기준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미 미국에서는 1973년 ‘밀러 대 캘리포니아’ 사건이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판결되며 음란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초적인 기준이 마련된 것과 비교해 볼 때 여전히 한국은 음란물의 판단을 자의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판례가 곧 법과 비슷한 위치를 지니는 영미법과 달리 한국은 대륙법에 기초하고 있어 판례가 곧 법적 기준으로 기능하지 못하지만 ‘음란물’에 대한 기준이 표현의 자유에 있어 중요한 잣대 중 하나였던 것임을 생각해보면 정부나 국회는 이러한 기준을 최소한 합리적으로 마련할 필요성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음란성'에 대한 보다 세심한 접근과 폭넓은 연대가 필요하다

▲ 만화계는 지금까지 크게 두 차례 투쟁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막는 시도에 저항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좀 더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고, 만화계만의 투쟁을 넘어 폭넓은 연대를 갖춰야지만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2012년 4월 9일 오전 11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조관제 당시 한국만화가협회 회장과 박만 당시 방통심의위 위원장이 웹툰 자율규제에 대한 MOU를 맺는 모습. (사진 제공=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상의 쟁점들은 분명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운 것들이다. 물론 전자의 경우, 청소년 이용불가 이하의 PC/콘솔 게임이 민간 심의로 전환되고 앞서 살펴봤던 것처럼 문화부가 디지털 만화의 민간 심의를 추진하는 등 상대적으로 쉽게 해결될 여지는 있다. 하지만 레진코믹스가 지적받은 후자의 문제, ‘음란성’의 시비를 해결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김광진 의원의 법률 개정안이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으리라 여기기도 하지만, 김 의원이 마련한 개정안의 조문은 방통심의위가 차단할 수 있는 정보의 대상을 구체화시키는 것일 뿐 ‘음란물’의 차단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 이에 대한 기준이 확립되지 않고서는 심의의 주체가 어디에 있다 할지라도 계속 문제의 씨앗이 남게 되는 셈이다.

또한 문화부의 추진하는 만화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된다 할지라도 마냥 낙관할 순 없다. 비슷하게 문화부의 주도로 민간 심의로 전환된 PC/콘솔 게임의 경우 게임계의 회사들이 모인 대표 단체 ‘게임문화재단’이 심의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부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2년 간 심의 이관이 지연된 것은 물론 2014년 본격적으로 민간 심의가 시작되고 나서도 기존의 관 주도 심의가 차이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결정적으론 작년 말 게임계에서 논란이 되었던 밸브(Valve) 사의 게임 ESD(디지털 소프트웨어 유통망) ‘스팀’(Steam) 등을 통해 유통되는 아마추어 · 인디 게임 심의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의견이나 대안이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게임과 만화는 기본적으로 특성이 다른 매체이지만, 충분한 준비와 명확한 비전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덥석 민간 심의로 전환되는 것은 관 주도의 심의와 차이가 없거나 어떤 의미로는 더욱 나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교훈을 게임 심의가 이관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다. 또한 디지털 만화의 민간 심의 이관 단체로 유력한 한국만화가협회나 우리만화연대의 경우 게임문화재단 보다 더욱 영세한 상황이기도 하다.

결국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장기적인 심의에 대한 로드맵이다. 단순히 자율 심의를 요구하고, 표현의 자유를 외치는 것을 넘어 만화계 내부에 존재하는 작가, 기업 단체들이 충분히 의견을 타진해 어떻게 현재의 심의를 보다 합리적으로 전환할 것인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특히 지금까지 만화계의 심의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운동이 뜨겁게 타오르는 것과는 별개로 딱히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던 역사에서 반면교사를 얻어야만 할 것이다. 1997 ~ 1998년 청소년보호법의 시행 및 적용에 대해, 그리고 2012년 방통심의위의 웹툰 심의에 대해 만화가들은 거리로 나서 반대를 외쳤지만 그것을 제도나 문화로 정책시키는 것은 시원치 않았다. 특히 2012년의 경우, 한국만화가협회를 전면에 내세워 방통심의위와 웹툰 심의에 대해 자율적으로 논의할 것을 골자로 하는 MOU(양해각서)를 맺는 것으로 투쟁이 마무리 되었지만 애초에 MOU 자체가 구속력이 약한 것은 물론, 추상적으로 문구가 구성되어 있어 유의미한 변화를 낳는 것이 쉽지 않았다.

동시에 만화에 대한 심의 문제를 넘어 콘텐츠 업계 전체, 더 나아가 진보네트워크센터와 같은 정보 운동의 영역과 함께 머리를 맞대어 한국 사회 전반에 존재하는 심의, ‘음란물’에 대한 정의 문제와 같은 의견을 모아야만 할 것이다. 90년대 이후 한국에서는 각 영역별로 심의에 문제를 제기하고 저항하는 시도는 있었지만 각 콘텐츠 영역별로 독자적으로 움직인 탓에 역량이 분산되는 것은 물론 각 영역별로 심의 상황이 제각기 다른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콘텐츠 영역 별로 상황은 달라도 불합리한 심의가 콘텐츠 제작 및 발전에 있어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한 이상 상시적인 협력과 대응이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물론 모이고자 하는 시도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아동 ·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그리고 게임 중독에 대한 논란이 일 때 공동 대응을 논의하는 같이 움직였던 적이 있었지만 결국 모두 시간이 지나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단순히 사안별로 긴급하게 위원회를 편성하는 것을 떠나, 닐 게이먼 등이 주축이 되어 설립한 CBLDF(Comic Book Legal Defense Fund, 만화의 법적 대응을 위한 기금) 같은 상설 기구 및 단체의 설립을 해야만 상시적인 캠페인과 운동이 가능해질 것이다.

곧 있으면 레진코믹스 차단 해프닝이 벌어진지 일주일이 된다. 접속이 차단됐을 때, 발발했던 인터넷의 뜨겁던 여론 역시 조금씩 가라앉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작년 말과 올해 초 부산국제영화제에 가해진 압박 문제 등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전 방위적으로 이야기할 것이 넘쳐 나지만, 정작 대응은 각 영역별로 각각 이루어지고 만화계는 이렇다 할 공동 입장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레진코믹스 차원에서 유감의 입장을 발표한 것이 만화계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된 입장의 전부이다. 그 빈자리는 이 문제를 단순히 ‘여성부’와 ‘꼴페미’의 문제로 몰아가는 여론이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시급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이전의 투쟁처럼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결론이 아닌 시작부터 더 정교하고 폭 넓은 대응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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