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안심전환대출에 20조원을 더 풀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안심전환대출의 1차한도 20조원이 조기 완판되면서 추가로 20조원 더 풀어 총 40조원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30일부터 4월 3일까지 5일간 신청을 받고 이때 추가 한도인 20조원에 미달하더라도 시기를 넘기면 판매는 중단하기로 했다. 만일 추가 신청액이 20조원 한도를 초과할 경우 집값이 낮은 대출부터 배정한다. 사실상 ‘선착순’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선착순’이 문제가 되는 건 안심전환대출을 향한 수요가 심상찮기 때문이다. 안심전환대출은 주택가격 9억원·대출금 5억원 이하 LTV 70%를 초과하지 않은 1년 이상 경과 대출이라는 기준 외의 소득기준 등이 존재하기 않기 때문에 상당히 광범위한 대상을 상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을 기준으로 한 안심전환 대출 대상 은행권 담보대출은 112조원이다.

대상자들의 입장에서는 한국은행이 3월 단행한 기준금리 인하 폭이 선반영 돼있는 안심전환대출 금리의 매력 요소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안심전환대출 금리는 연 2.5~2.6% 수준인데 이는 기존 은행권 고정금리 대출은 물론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금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대상자는 많고 메리트는 분명하니 수요가 폭발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안심전환대출은 사실상 주택소유자의 다수가 담보대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의 부담을 줄여주는 결과를 낼 수 있다. 비록 이자만 납부하던 기존 대출자들이 원리금을 함께 납부하게 돼 일시적으로 가계 부담이 증가하기는 하지만 원금을 상환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이자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평가할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금융위원회가 안심전환대출의 취지를 ‘가계부채의 구조개선’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은 이런 차원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안심전환대출의 실시로 어찌됐건 가계가 짊어지고 있는 부채의 총량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은 구조개선으로 볼 수 있을만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안심전환대출의 타겟이 실질적인 가계의 가처분 소득 증가와 같은 미시적 효과를 이루는 것에 맞추어져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안심전환대출이 가계부채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분명 있지만 이는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 등의 개선이라는 ‘수치’로 표현되는 것이지 실제 가계부채 문제로 제일 먼저 고통에 시달리게 될 계층의 문제를 해결하는 선까지 효력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2차 안심전환대출 판매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히려 금융당국이 전망한 안심전환대출의 실질적 효과는 은행권에 맞추어져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안심전환대출의 대상이 되는 시중은행들은 이 정책의 효과로 이자수입의 감소를 감수한다. 어찌됐건 대출자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안심전환대출의 경우 금융회사가 이자수입을 얻는 구조가 아니라 수수료 수입을 얻는 구조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이자 마진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어느 정도 상쇄된다.

시중은행 입장에서 리스크가 이런 방식으로 방어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측면이 더욱 부각된다. 대출자들의 원금상환이 시작되면서 시중은행이 내준 대출의 질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애초에 안심전환대출의 대상이 되는 주택담보대출들은 상당한 기간을 경과해서야 원금이 상환되는 구조인 경우가 많겠으나 이 정책을 선택함으로써 인해 시중은행이 감당해야 할 위험성이 감소한다. 즉, 안심전환대출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회수를 원활하게 해주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뒤집어 보면 안심전환대출은 정부가 정책금융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의 건전화를 도모할 만큼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점을 역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개별 가계의 파산보다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은 주택담보대출의 악성화 비율이 높아져 시중은행에 위협이 되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것일테니 말이다.

하지만 결국 안심전환대출의 적용 대상이 주택담보대출에서 악성화 될 가능성이 높은 부분을 먼저 선별한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과 결국 중산층만 혜택을 보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에 가계부채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모색할만한 새로운 정책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상환 여력이 있는 대출을 회수하는 게 아니라 상환 여력이 없는 대출 상환이 가능한 환경과 조건을 만드는 게 먼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 당시 천명했던 가계 가처분 소득의 증대에 대한 부분을 재평가해볼 수밖에 없다. 최경환 부총리는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배당과 임금으로 흐르게 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이를 위해 모처럼 도입한 기업소득환류세제가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올 한 해를 공공·노동·교육·금융 개혁의 적기로 꼽고 있는 상황이다. 개혁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어떻게 표면화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하겠지만 전통적인 구조개혁 이상의 묘수를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가계부채 문제를 비롯한 현안에 대해 정부는 일종의 대증요법을 내놓는 것 이상의 조치를 취할 수 있을만한 카드를 쥐고 있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바로 그렇다는 사실이 안심전환대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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