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5시즌 여자프로농구는 춘천 우리은행의 3시즌 연속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우리은행은 27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KB 국민은행 2014-2015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KB스타즈를 64-55로 제압했다. 이로써 우리은행은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지난 2012-2013, 2013-2014 시즌에 이어 3시즌 연속 통합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번 통합 우승으로 우리은행은 통산 7번째 우승트로피를 차지하며 인천 신한은행과 함께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한 팀이 됐다.

▲ 사상 두 번째 3연패 위업 달성한 우리은행 ⓒ연합뉴스
정규리그 3위 팀인 청주 KB스타즈가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정규리그 2위 팀인 신한은행을 상대로 2경기 연속 역전승을 거두며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진출했을 때, 상당수 전문가들이 KB스타즈가 우리은행에게 재앙을 안겨다 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시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두 팀의 상대전적은 4승 3패로 우리은행의 우세였지만 후반기 4경기 전적은 3승 1패로 KB스타즈의 우세였다.

특히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KB스타즈가 패하기는 했으나 앞선 3승을 연승으로 장식했던 기세를 생각한다면 분명 KB스타즈는 우리은행에게 신한은행보다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상대였다.

더욱이 우리은행의 바람과는 달리 KB스타즈가 신한은행과의 플레이오프를 3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지 않고 2경기에서 마무리, 챔피언결정전까지 나흘간의 휴식일을 갖게 됐다는 사실은 우리은행 선수단에게는 더욱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였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 열린 지난 22일 춘천호반체육관. 우리은행 구단 관계자의 표정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던 반면, 상승세를 이어가려는 결연한 의지 속에 면도하지 않은 수염이 덥수룩한 모습으로 나타난 KB스타즈 구단 관계자의 표정에는 당당한 자신감이 흐르고 있었다.

경기 전 만난 KB스타즈 서동철 감독도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앞선 플레이오프 상대 신한은행이 높이에서 확실한 우위가 있었기 때문에 1-1-3 지역방어라는 맞춤형 수비전술을 펼쳤지만 우리은행과의 매치업에서는 멤버 구성상 정상적인 맨투맨 수비로도 충분하다는 것.

그리고 1쿼터에서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1쿼터부터 리드를 잡고 경기를 주도할 수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스트릭렌이 터져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스트릭렌이 터지면 나머지 선수들도 덩달아 분위기를 탄다는 것이 이유였다.

▲ 22일 오후 강원 춘천호반체육과에서 열린 여자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1차 전 우리은행과 청주 KB스타즈의 경기에서 승리한 KB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과적으로 1차전은 서동철 감독의 말대로 끝이 났다. 이날 스트릭렌은 ‘던지면 들어가는’ 수준의 고감도 슛감각을 앞세워 우리은행의 림을 유린, 무려 38득점을 올렸다. 여기에다 에이스 변연하는 팀의 리딩가드로서 고비 때마다 3점슛 2개를 꽂아 넣은 것을 포함해 17득점 5어시스트로 승리를 지휘했고, 강아정 역시 정확한 야투로 11득점하며 힘을 보탰다.

또 홍아란은 팀이 74-73, 단 한 점 차로 리드하고 있던 경기 종료 18초전 우리은행 페인트존 대각선에서 천금과도 같은 ‘점퍼’ 미들슛을 성공시키며 스코어를 76-73으로 만들었다. 홍아란의 이 득점은 그대로 ‘위닝샷’이 됐다.

우리은행도 이날 임영희(18득점), 양지희(10득점), 박혜진(11득점), 샤데 휴스턴(20득점), 사샤 굿렛(14득점) 등 주전 선수 5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등 한 달 동안의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결코 녹슬지 않은 경기감각으로 KB스타즈에 맞섰으나 스트릭렌을 필두로 무려 9개의 3점포를 퍼부은 KB스타즈의 가공할 외곽슛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경기 직후 인터뷰룸에 들어온 스트릭렌과 변연하는 체력적인 부담을 묻는 질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스트릭렌은 대학시절 4일 연속 경기를 치러봤다는 말로 자신감을 나타냈고, 변연하는 1차전에서 졌다면 다음날 있을 2차전에 여파가 있을 수 있지만 1차전에서 이겼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경기 직후 만난 KB스타즈의 주장 정미란은 3연승으로 챔피언에 오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경기 막판 체력적으로 한계에 다다르는 시점에서 ‘오늘 한 걸음 더 뛰지 못하면 내일 경기를 또 치러야 한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고 말했다.

그랬다. 정미란의 말처럼 KB스타즈는 3연승이 아니면 챔프 등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아무리 기세가 무섭다고 하더라도 체력이 바닥나면 슛거리가 짧아질 수밖에 없고, 수비에서도 상대 선수들의 움직임에 다리가 따라가지 못하고 손으로 막는 경우가 늘어남에 따라 파울수 관리에 문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4차전 이상 시리즈가 이어질 경우 KB스타즈에게는 희망이 없는 시리즈가 이번 챔피언결정전 시리즈였다. 그렇기 때문에 KB스타즈에게는 2차전 승리가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중요했다고 할 수 있었다.

▲ 우리은행 휴스턴이 슛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결과적으로 KB스타즈는 2차전을 우리은행에게 내주고 말았다. 적지에서 1승1패. 나쁘지 않은 성적표였지만 2차전 패배는 KB스타즈에게 1패 이상의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우승에 대한 가능성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1차전에서 경기 막판까지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정규리그 1위 팀으로서의 저력을 보여준 우리은행은 비록 1차전에서 패했지만 경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감각이 올라왔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었다.

역대 챔프전 1차전 승리팀의 우승가능성이 66.7%였음을 놓고 보면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1위 팀으로서 우승 가능성이 33.3%에 불과하게 됐지만 우리은행에게 그런 숫자는 의미가 없었다.

우리은행은 2차전에서 샤데 휴스턴이 무려 38득점을 쏟아 부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전날 KB스타즈 스트릭렌과의 맞대결에서 진 데 대한 확실한 설욕이었다. 휴스턴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스트릭렌에게 38점을 줬다. 나 때문에 졌다”고 말했다. 휴스턴이 2차전에서 스트릭렌을 겨냥해 독기를 품고 나섰던 것. 2차전에서 스트릭렌은 5득점에 묶였다.

결과론이지만 KB스타즈의 입장에서 2차전은 결코 내주지 말았어야 할 경기였다.

1승1패의 상황에서 맞붙은 3차전이 승부의 분수령이었지만 이미 KB스타즈 선수들을 수비하는 데 감을 잡은 우리은행 선수들에게 3차전에서 수행해야 할 과제는 경기 초반 기세싸움에서 지지 않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3차전 2쿼터를 우리은행에 43-23, 20점 차로 앞선 채 마치는 것으로 사실상 이번 챔피언결정전 시리즈의 모든 상황은 정리됐다.

2쿼터에 펼친 우리은행의 존 디펜스에 KB스타즈의 실책이 속출했고, 이 틈에 휴스턴의 득점이 폭발, 순식간에 점수차가 벌어졌다. 변연하가 체력 안배를 위해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는 틈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의 지략이 빛을 발한 결과이기도 했다.

이 모든 결과는 결국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KB스타즈 선수들과 시리즈가 이어져도 체력적으로 결코 부담을 느끼지 않아 보이는 우리은행 선수들의 차이였다.

체력의 차이는 곧 선수들간 몸싸움에서 나타날 힘의 차이이고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 펼치는 플레이 하나하나에서 나타날 집중력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3차전 승리로 우리은행은 전적의 우위뿐만 아니라 4차전 승리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그리고 4차전은 우리은행의 챔피언 등극을 위한 잔치 무대 같았다.

KB스타즈의 변연하가 막판까지 팀의 에이스로서 자존심을 지켜내는 멋진 플레이를 펼치며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홈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플레이는 전날과는 확연히 달랐다. 떨어진 것은 체력뿐만이 아니었다. 집중력과 자신감 모두 떨어져 있었다.

우리은행은 1쿼터에 KB스타즈에 3점 뒤졌을 뿐 2쿼터에 간단히 전세를 뒤집었고, 휴스턴이 3쿼터에만 14득점을 올리는 맹활약으로 점수차를 벌린 데다 박언주가 3쿼터 종료와 함께 3점 버저비터를 꽂으며 51-34로 쿼터를 마무리,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4쿼터 들어 우리은행은 영리하게 24초 공격제한시간을 모두 사용하는 지공을 펼쳤다. 17점 차를 극복하기 위해 10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짧은 시간인가 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 흘렀다. KB스타즈 선수들은 경기 종료 10여 초가 남은 상황에서도 전면 강압수비를 풀지 않으며 사력을 다했지만 4쿼터 10분간 KB스타즈 선수들이 좁힌 점수차는 8점에 그쳤다.

▲ 27일 오후 청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국민은행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이 선수들을 껴안고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이날 4차전이 9점차 우리은행의 승리로 끝이 나면서 12일간 4경기를 치른 챔피언결정전 시리즈가 마감됐다.

2시즌 통합 우승을 달성한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우리은행 선수들은 속된 말로 ‘촌티’를 벗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리그를 평정한 그들이지만 그들의 승리 과정은 매번 스릴이 넘쳤다.

하지만 통합 3연패를 달성한 이번 시즌 우리은행은 코칭스태프도 선수들도 확실히 ‘촌티’를 벗어 던진 모습이다. 위기 상황에서도 정상적인 자신들 만의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칠 줄 알고 승부처에서 확실한 결정을 지어주는 선수가 있고, 무엇보다 선수 전체가 이기는 법에 눈을 뜬 모습이다.

내년 시즌 우리은행이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이자면 비록 KB스타즈가 우승에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여자농구 특별시’ 청주의 팬들이 보여준 용광로와도 같은 뜨거운 열정은 KB스타즈 선수들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행복한 농구선수들로 만들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었다.

청주의 농구팬 여러분께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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